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하여

글|김환기,사진|권순형 | 입력 : 2020/02/24 [15:48]

 

▲ 파라마타 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에벤에젤 선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함께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지난 1월 30일 오후 3시, 로즈(Rhodes)에 위치한 에벤에젤 선교회(Ebenezer Mission)를 찾았다. 파라마타 강 옆에 위치한 선교회는 아름다웠다. 마당은 장애우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고 포터리(pottery)에는 다양한 모양의 선인장과 꽃들이 뽐을 내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작품은 상품이 되어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었다.
 
장애인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비장애인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 작품을 만들지만, 장애인들은 정해진 틀이 없다. 그래서 장애인의 작품은 창조적이며 새롭다. 이곳 작품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가 없다. 작품을 찬찬히 감상하고 있을 때, ‘차민정 대표’가 수업을 마치고 나왔다.
 
그녀는 에벤에젤의 이름으로는 용감하지만, 자신의 이름으로는 한없이 부끄러워했다. 사진 찍는 것도 거부하고, 인터뷰하는 것도 개인이 아닌 에벤에젤 중심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차민정 대표

 
1995년 시드니로 유학을 와서 음악을 전공했다. 졸업 후 주일학교 전도사로 사역하면서 2000년에 6월 1일 ‘에벤에젤 선교회’를 설립하였다. 교회를 섬기면서 그녀의 마음속에 떠나지 않는 한 가지 꿈이 있었다. 선교이다. 드디어 2007년 온두라스로 꿈에 그리던 선교의 길에 올랐다.
 
온두라스가 어떤 나라인지는 떠나기 바로 전에 알았다. 온두라스는 중남미에 위치한 세계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고, 마약과 연루된 조직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나라이다. 밤에는 말할 것도 없고, 낮에도 혼자 다니면 위험한 곳이다.
 
그녀는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다. 낙천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근심이 쌓였다. 그녀는 온두라스에서 11개월, 미국에서 4개월 사역을 마치고 2008년에 돌아와, 2009년 버우드에서 에벤에젤 음악선교센타를 개원했다.  

 

▲ 본지와 인터뷰 중인 에벤에젤 선교회 차민정 대표     © 크리스찬리뷰


듀크오브에딘버러(The Duke of Edinburgh)

 
에벤에젤의 활동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듀크오브에딘버러’(The Duke of Edinburgh)에서 에벤에젤을 협력단체로 인정해 주었다. DofE는 ‘보이스카우트’와 같은 국제적인 단체로서 14부터 24살의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단체이다.
 
DofE는 학교, 대학, 청소년 단체 및 클럽과 같은 곳에 DofE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라이센스를 부여해 준다. DofE는 에벤에젤에게 라이센스를 부여해 주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단체로 인정해 주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2017년 10월부터 에벤에젤은 ‘호주 국가장애보험제도’(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NDIS) 등록 단체로 장애인을 위한 음악지도, 요리, 직업훈련, 테라피 서비스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장애우의 필요에 따라 프로그램을 개발하다 보니 사역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 ©Ebenezer Mission    


그녀의 사역지는 버우드와 로즈에 있다. 버우드는 주로 음악선교를 하는 곳이고, 로즈는 장애인 선교를 하는 곳이다. 버우드에는 100여 명의 학생과 10여 명의 스태프(staff)들이 있고, 로즈에서는 25명 정도의 장애우를 돌보고 있다.

 

▲ 제39회 장애인의 날에 에벤에젤 기독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공연하고 있다.     ©크리스찬리뷰


작년에 에벤에젤은 ‘Tax Deductable’을 받을 수 있는 단체로 등록되었다. 세금공제혜택을 받는 단체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청한지 일 주일 만에 허락이 되어 차 대표 자신도 깜짝 놀랐다.
 
에벤에젤은 PBI(Public Benevolent Institution)에 등록되었다.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기부금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인증이 되어, 기부자는 기부금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차 대표의 꿈

 
차 대표는 정기적으로 양로원 방문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에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고 있다. 최근에 그녀를 만난 것은 2019년 12월 14일, 제5회 로즈 크리스마스 캐롤의 밤이었다. 에벤에젤이 추구하는 선교방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이다. 그날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성하여 함께 공연을 했다.

 

▲ 음악으로 사랑을 전하는 에벤에젤 선교회는 장애인들을 위한 음악지도, 미술 지도, 미디어, 요리, 직업 훈련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Ebenezer Mission    


연습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참석한 사람들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는 감동적인 무대였다.   

 

“저는 저희 아이들이 어디를 가든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어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편견 없이 함께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래 전 ‘닉 부이치치’(Nick Vujicic)를 만난 적이 있다. 닉은 양팔과 다리가 없는 선천성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아무리 기도하고 노력해도 고칠 수 없는 자신의 장애에 비관하여 자살도 시도했다. 절망과 좌절의 터널을 지나는 중 그에게 한줄기 빛이 비추었다.
 
그는 요한복음 9장의 말씀이 그를 변화시켰다.
 
“누구의 죄로 인하여 맹인이 되었는가?”
 
제자들의 질문에 예수님은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라고 말씀하셨다.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닉은 대중 앞에서 간증하기 시작했다. 닉은 복음 전도자로 희망을 가지고 전 세계를 다니고 있다. 기적을 일으켜 달라는 기도 대신, 자신이 기적의 주인공이 되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절망하고 낙심하는 자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그는 장애가 축복이라고 했다.
 
그녀에게 한 가지 기도제목이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장애우들은 오래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찬양이 예배가 되고, 예배가 찬양이 되는 예배를 꿈꾸고 있다.
 
“목사님들이 오셔서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오후 4-6시까지, 에벤에젤의 식구뿐 아니라 외부의 장애우들도 함께 예배를 드리기를 원합니다. 예배를 통하여 하나님의 위로와 회복이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혹시 뜻이 있는 목사님께서 연락하여 주시면 좋겠어요.”(Mob. 0411 371 756)

  

다문화 호주 패션쇼 (FOMA) 

 

▲ 2019 로즈 캐롤나잇에서 대금주자 이우희 선생과 함께 공연하는 에벤에젤 합창단 ©Ebenezer Mission  
▲ 공병 리사이클 활동은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빈 병을 직접 모아 생활비에 사용한다. ©Ebenezer Mission    



올해 차 대표는 큰 행사를 앞두고 있다.
 
‘다문화 호주 패션쇼’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게 되었다. 올해 3회째를 맞는 FOMA(Fashions for Multicultural Australia) 패션쇼는 인종과 문화 그리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패션으로 소통하자는 의도로 2008년 창립되었다.
 

▲ 한복 입은 예나. 그녀의 꿈은 모델이다. ©Ebenezer Mission    
▲ 임정연 한복에서 기부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오현 ©Ebenezer Mission     © 크리스찬리뷰


2019년 한국 대표로 참가한 디자이너 장윤경 씨는 밀라노 뉴욕 파리 패션쇼에 참여하는 쎄쎄쎄 브랜드 대표로 방탄소년단 친구들이 해외에서 자주 입어 더 유명해진 브랜드를 소개하였다.
 
금년 FOMA 패션쇼는 5월 1일(금) ‘응용예술과 과학박물관’(Museum of Applied Arts and Sciences, 500 Harris Street, Ultimo, NSW)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원래 각국의 문화 총영사 혹은 문화원 중심으로 참가하는데, 올해는 한국 문화원을 대신하여, ‘에벤에젤+임정연 한복’이 참여하게 되었다.
 
임정연 한복은 3대째 한복을 만들어온 ‘한복 명가’이다. 임정연 한복은 전통적 선과 색감,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를 아름답게 조화시켜 더욱 멋스럽다. 각종 드라마에서 선보인 우아한 한복으로 한국 한복의 대표 브랜드로 손꼽힌다.
 
이번 패션쇼에 한복 10벌을 찬조하였다. 에벤에젤의 장애인 6명과 비장애인 4명이 모델로 나선다. 이 중에 휠체어를 탄 아이도 있고,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예나는 꿈이 모델이다.
 

▲ 에벤에젤 선교회 로즈 하우스에서 생일파티를 열고 기념촬영을 했다.     ©크리스찬리뷰


당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행사장에는 장애우들이 만든 포터리와 양초 등이 전시될 예정이고, 오후 5시 30분부터 패션쇼가 시작된다. 장애우가 모델이 되어 런웨이를 걸어가는 장면을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된다. 완벽한 몸매를 가진 사람들의 무대에서, 장애우도 당당히 함께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축복된 일인 것 같다.  
 
인터뷰 내내 장애우들의 놀이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모두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뭔가 즐거운 일들을 하고 있다. 개와 함께 노는 아이도 있다.
 
이곳에 오면 집에 가는 것을 잊어버린다. 자신들을 있는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에벤에젤 선교회’를 무척 좋아한다. 오늘도 에벤에젤 선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를 위하여 힘차게 달려간다.〠


글/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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