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쉬운 통일, 북을 제대로 알면 보인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김진향 이사장

글|주경식 사진|권순형 | 입력 : 2020/05/27 [14:26]
▲   크리스찬리뷰 6월호 표지/2020 © 크리스찬리뷰

 

▲ 신원 에벤에셀 개성공장의 근로자들이 봉제 작업을 하고 있다. (2008. 5.16)   ©크리스찬리뷰    


북한 전문학자(교수)이자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이사장 김진향 씨가 지난 2월 시드니를 방문했다. 민주평통을 비롯한 호주의 일곱 개 단체가 초청한 강연회에 초대되어 시드니에 온 것이다. 그를 2월 27일 올림픽공원 노보텔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그리고 그의 인터뷰 기사는 본지 4월 호에 게재할 예정이었는데 COVID-19가 터지면서 코로나 특집기사 때문에 미루어졌다.

 

김 이사장은 2월 26일 시드니 스트라스필드 라트비안 홀에서, 2월 28일에는 멜번대학에서 ‘행복한 평화, 너무 쉬운 통일’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너무 쉬운 통일이라고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국민치고 통일을 소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자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자라난 세대다. 그러나 입으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지만 통일은 현실감이 없는 주제였다. 실제 통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보다는 강한 반공교육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적대감정이 더 컸었다.

 

이것은 비단 기자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갖는 공통적인 감정일 것이다. 그런데 북한 전문학자인 김진향 이사장은 그의 강연의 주제를 ‘너무 쉬운 통일’이라고 잡았다.

 

너무 쉬운 통일이라니? 뚱딴지 같은 주제를 보고, 그가 무슨 논리로 통일이 너무 쉽다고 하는지 듣기 위해 강연회에 참석했다. 그의 강연을 들으며 기자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나긋나긋하면서도 조리 있게 설명하는 그의 강연은 기자 외에도 참석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었다.

 

강연회에서 꾹 참았던 질문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사장님, 분단체제에 갇힌 한반도 상황 속에서 남북문제에 대한 전체적인 맥락은 이해가 가는데 너무 쉬운 통일에 대해 또렷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김 이사장은 잠깐 침을 삼키고는 이내 대답했다.

 

“그거 본질을 알게 되면 단순한 겁니다. 어제는 말씀을 못 드렸지만, 북을 제대로 알면 다 보이는 거예요. 북의 본질을 알면 단순합니다. 그건 딱 한 마디죠.

 

제가 말씀드려 볼께요. 북은 전쟁을 원할까요? 통일을 원할까요? 북이 무얼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북이 전쟁을 원할까요?... 아니요. 북은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북이 평화와 통일을 원한다는 것을 확인하면 그거 너무 쉬운 통일 아닙니까?

 

북이 우리보다 더 지고지순하게 평화와 통일을 원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걸 제가 개성공단 지구 실무자로 4년간 북에 가 있으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분단 체제가 그걸 왜곡하고 가려왔죠. 분단체제가 지독하게 방해해 왔습니다.”

 

▲ 지난 2월 스트라스필드 라트비안 센터에서 ‘행복한 평화, 너무 쉬운 통일’을 주제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김진향 이사장이 열강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그는 ‘분단 체제’란 단어에 힘을 주어 강조했다. 분단체제가 남과 북의 평화통일을 방해해 온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는 것이다. 1945년 해방 이후 그동안 남한과 북한 양측 정권 모두에서는 서로의 정권 연장을 위해 ‘분단 체제’를 이용해 왔다는 것이다. 분단체제란 무엇일까?

 

분단 체제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한반도의 분단은 8.15 해방 이후 미국과 소련이라는 외세에 의해 자행되었다. 백낙청 교수는 만약 분단이 그저 외국의 압력만으로 일어났다면, 다시 말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뜻과 반하는 것이었다면, 분단은 일시적 지배나 일시적 현상에 그치고 70년 이상 분단을 이끌어온 자생적인 체제는 되지 못했을 거라고 일침한다.

 

▲ 민족 화해의 터전 개성공단은 “퍼주기가 아닌 압도적 퍼오기”라고 강조하는 김진향 이사장     © 크리스찬리뷰

 

즉 분단이 일어나고 유지된 것은 단순히 미국과 소련이라는 외부압력뿐만 아니라, 한반도 내부 동력의 힘으로도 작동해 왔다는 것이다.

 

일본의 항복 이후 승전국 미국과 소련은 38도선을 기점으로 한반도를 가르고 북쪽은 소련이 남쪽은 미군이 점령했다(2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의 경우 전후 독일을 미국과 소련이 서독과 동독으로 나누어 분할 통치했던 것에 비교해 보면, 패전국인 일본을 미국과 소련이 나누는 것이 옳은 처사인데도 일본 대신 한반도를 가른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이다).

 

▲ 스트라스필드 라트비안 센터에서 열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김진향 이사장 초청 강연회 전경.     © 크리스찬리뷰

 

남한과 북한은 같은 역사와 언어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대국의 힘에 의해 국토가 나뉘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외세가 가른 분단체제에 기대어 북한에서는 공산주의 체제라고는 하지만 김일성 독재체제가, 남한에서는 반공을 국시로 하는 이승만 독재체제가 공고히 구축되었다.

 

그 결과 분단은 단순히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나뉜 현상이 아니라 갈라진 남과 북이 묘한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분단체제를 재생산하는 힘을 지닌 독특한 현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를 ‘적대적 공생관계’라 부른다. 적대적 공생관계의 가장 큰 특징은 ‘안보위기 결집효과’이다. 남과 북은 서로 싸우고 대립하면서도 서로 싸움으로써 상대를 도와주는 식으로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각자 정권의 기득권 세력을 공교히 하는데 안보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박정희와 김일성은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자신들이 민족통일을 이끄는 지도자처럼 해놓고, 바로 뒤이어 남쪽에서는 유신헌법을 북쪽에서는 사회주의 헌법을 통과시키며 서로의 독재체제를 장기화시킨 것이다.

 

근래에는 1997년 한나라당은 대선 승리를 위해 안보효과를 이용하려고 하다가 발각된 것을 알고 있다. 한나라당은 북쪽에 1억 달라(1천280억)를 줄테니 휴전선에서 전쟁에 준하는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사정하였다. 소위 총풍 사건이다.

 

이처럼 남북의 권력층이 서로의 독재권력 강화를 위해 안보위기를 이용하고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다. 남과 북의 기득권 세력은 다같이 분단을 유지함으로써 이득을 보기 때문에 분단체제가 영구히 되는 것이 그들에게는 이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분단체제는 한반도를 살고 있는 일반 대중의 사고와 심리에도 권력층이 벌여 놓은 여론과 학습효과 때문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통일을 가르치지 않아요

 

김진향 이사장의 격앙된 목소리가 커졌다.

 

“지금까지 북한 저쪽 사람들은 나쁜놈들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제 가보니 안 그런 거예요. 북한사람들이 평화와 통일을 더 원해요. 진짜 지고순하게 원하고 있더라고요. 1989년 문익환 목사님도 북에 갔을 때 그럴줄 예상하셨지만, 그걸 발견하신 거에요. 북쪽 사람들이 너무도 평화와 통일을 원하는 겁니다.

 

이건 완전 유레카죠. 그런데 분단체제가 그걸 용납 못하는 거에요. 미국의 이해관계와 반대는 엄혹한 질서죠. 거기에다가 분단 체제, 이건 냉혹한 현실입니다. 권력자들이 분단 체제를 이용해 기득권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대로가 좋은 거죠.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이 분단 체제 안에 갇혀 있어야만 무기도 팔아먹을 수 있고 자국의 이익에 유익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통일에 대한 강조가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대한민국 헌법 제1장 4조)

 

기자는 통일에 대한 명구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되어 있었는지도 몰랐다. 기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도 모를 것으로 짐작된다. 뿐만 아니라 30년이나 된 3단계 대한민국 국가 공식 통일방안이 있다.

 

1단계 화해 협력, 2단계 남북 연합, 3단계 완전 통일로 가는 점진적 통일 방안이 그것이다. 김진향 이사장의 표현을 빌리면 1단계 화해 협력을 몇 십 년하고 2단계 남북연합을 몇십 년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통일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한이 1단계 화해 협력하는 것 자체가 평화의 과정이고 평화의 과정이 곧 통일의 단계(processing)라고 간주한다.

 

지난 개성공단이며 금강산 관광 같은 것이 바로 1단계 화해협력의 단계였다. 그런데도 대다수 국민들은 몰랐다.

 

“왜 우리 국민들은 30년이나 된 국가공식 통일방안이 있는데도 그걸 모를까요? 간단해요.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래요. 대한민국에 국가 공식 통일방안이 있는지도 모르고, 만들어 놓고도 정부가 국민들에게 가르치지 않았죠.

 

오히려 북한과 통일이라는 단어는 우리 남한 국민들에게 금기시된 영역이자 두려움의 영역으로 가두어 놓고 결국 국민들을 무지하게 만들었습니다.

 

정권 유지하려고 무고한 사람들 간첩 만들어 선거 때마다 이용해 먹고 북한의 ‘북’자만 나와도 다 잡아가던 시대 아니었습니까? 심지어 잘 해나가고 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박근혜 정부에서 문닫은 거 아닙니까?”

 

그는 강연회에서도 서두를 소크라테스의 예를 들며 무지가 얼마나 나쁜 것인가를 설명했었다.

 

무지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오해는 싸움을 일으키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바로 알게 되면 싸울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70년 분단체제 속에서 남과 북의 권력들은 참으로 많은 거짓과 오해를 만들어 냈다.

 

▲ 개성공업지구 착공식(2003. 6.)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 완공 후 개성공업지구 전경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그는 이것을 ‘문맹’에 비유해서 ‘북맹’이라고 표현한다. 이 북맹과 북에 대한 무지야말로 통일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인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많은 세월, 분단 언론들이 북한에 대해 왜곡된 사실을 보도해왔고 거짓 정보들을 퍼뜨렸기 때문이다. 70년 분단체제를 살아오면서 북에 대해 쌓인 온갖 오해와 편견은 통일에 대한 반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북한학 학자에서 실무 협상가로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연구했다. 왜 북한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정치학을 공부하게 되면 가장 큰 난제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요. 저는 두 가지로 보았습니다. 첫번째 부익부 빈익빈, 전 세계 다 똑 같은 현상인데, 이거 왜 못 푸나? 인간본성에 있어서 이기심인가? 사사로운 이익추구? 공동체와 개인? 이 고민이 큰 난제였어요.

 

또 하나는 한국 사회 전반을 강제하고 있는 분단체제 사고도 생각도 자유로울 수 없는 금기의 영역이 있었어요. 그것이 북한이었어요. 분단, 왜 몰라야 되지? 왜 쳐다보면 안되지? 왜 가둬 놓고 있을까?

 

80년대만 하더라도 국가보안법부터 민주화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 분단 문제였어요. 제가 정치학 중에서 한국 정치를 선택하게 되자 분단과 북한 문제가 걸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는 ‘한반도 통일에 관한 담론의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그러다가 세종연구소에 들어가 북한연구센터 객원연구원으로도 활동하게 된다.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중 노무현 참여정부시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하는 이종석 연구위원을 만났고 이러한 인연으로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에 참여하게 되면서 전공에 맞는 국가 안전보장회의 행정관으로 후에 대통령 비서실의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의 행정관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학자로서 북한을 더 잘 알기 위하여 직접 북한과 마주앉아 협상을 하는 개성공단 근무를 지원하여 개성공단 기업자원부 부장으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을 북한에서 지내며 실무적인 일들을 담당했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그동안 개성공단관련 실무를 맡은 경력을 인정받아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이론과 현장 모두에 능통한 북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거짓된 정보에 세뇌되어 왔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 개성공단을 방문한 남측 인사들을 북측 안내원(가운데)이 공단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 개성공단 봉제공장을 방문한 호주기독민주당 총재 프레드 나일 목사 부부와 본지 권순형 발행인.     © 크리스찬리뷰

 

▲ 신원 개성공장(의류)은 15개 라인에서 1천여 명이 일하고 있다.(2008. 5.16)     © 크리스찬리뷰

 

▲ 개성공단 남북한 근로자들이 달리기(릴레이)를 하며 체력단련과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실제로 가보세요

 

해외에 있는 교포들이 통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책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강연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최고로 좋은 방법은 경험적 체험이죠. 직접 북한에 가서 만나고 보는 것입니다. 모르는데,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똑같이 모르는데? 그래서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실천을 하고 싶다. 그렇다면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하쟎아요. 그래서 가서 실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해외 교포들은 남한 사람들과 달리 자유로이 갈 수 있잖아요. 가서 보고 경험해 보면 느낍니다. 가서 봤는데, 어 이게 아니었네? 그동안 들어왔던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들이 많았는지 깨닫게 되면, 소명과 사명이 생기게 됩니다. 진실 앞에 서면 인간은 강해집니다.

 

진실보다 무서운 게 없습니다. 그래서 기회있을 때 가보시라고 하는 것입니다. 가서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 아는 만큼 행동하게 되고 동력이 달라집니다. 가서 직접 경험해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습니다. 기회 있을 때 가보시기 바랍니다. 해외에 계신 교포들만 하실 수 있는 특권입니다.”

 

그는 북한에 기회가 있을 때 실제 가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통일운동이라고 했다. 분단 체제를 지나오며 북에 대한 적대적 인식과 북에 대한 혐오 문화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화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바로잡는 일이야 말로 통일의 가장 급선무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들어왔던 거짓 정보와 북한의 실제가 얼마나 다른지 직접 가서 보고 깨닫는 일이야 말로 통일을 앞당기는 동력을 얻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개성공단은 남북한 평화와 통일의 가교로써 역할을 해왔다. 대한민국 공식 국가통일 방안 1단계가 바로 화해 협력이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을 보여주는 통일 프로세스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닫아 버린 것이다.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을 시작할 때도 미국의 반대가 얼마나 심하였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어렵게 연 개성공단을 지난 정권에서 닫은 것이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공단이 아니라 남북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시작한 의미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이 북측의 토지와 노동력을 만나 평화와 번영 화해와 협력, 통일을 함께 이루어가기 위해 만든 곳입니다. 그러니까 개성공단은 북측도 평화를 원한다는 명확한 증거죠.”

 

흔히 개성공단을 북측이 동의한 것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오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만약 북측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남한에 엄청난 토지세와 북측 노동자의 임금을 많이 요구했을 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측은 개성에 공단부지를 내어 주면서 처음에는 토지세를 요구하지 않았다.

 

▲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이 휴식시간에 악기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처음에는 무상으로 빌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남한측에서 그럴 수 없다고 하여 겨우 1제곱미터당 1천 원을 지불했다. 이것은 거의 공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액수다. 그리고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도 한화로 치면 한달에 평균 6만 3천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만약 북한이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개성공단을 시작했다면 그들은 남한에 엄청난 토지세와 최대한의 노동자 임금을 요구했을 것이다.

 

▲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이 완성된 의류를 인스펙션하고 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평화를 제도화하기 위해 경제협력 방식을 채택한 평화 프로젝트이자 경제 프로젝트입니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8월에 남북이 개성공단 건설에 합의해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때 언론이 개성공단의 평화적 가치를 왜곡하면서 그런 오해가 생겼죠.

 

북이 오직 돈을 벌기 위해 개성공단을 했다는 이야기는 왜곡된 이야기입니다. 그런 관점이라면 북측은 개성공단 부지의 땅값이나 노동자들의 임금을 최대한 많이 요구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어요. 개성공단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삼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측은 군사기지인 개성을 공단부지로 내어 주기 위해 6만 명 군병력이 주둔한 군사부대를 15km 이상 뒤로 이동해 주었습니다. 남측 기업의 물류 시간이나 철도 도로 건설입지를 고려해서 북측이 배려해 준 것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5.1경기장에서 환호하는 15만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2018. 9.19)   ©국민일보    

 

만약 우리라면 파주지역의 최전선 부대를 물리고 남북공동의 공단을 만들 수 있을까요? 군사 분계선에 인접한 최전선 부대를 전선에서 후퇴시킨다?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이 모든 건 북측이 개성공단을 돈줄이나 달러 박스가 아닌 평화의 제도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러한 남북 화해협력의 가교역할을 했던 개성공단이 안타깝게도 2016년 2월 문을 닫았다. 개성공단에서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이 있지만 지면상 다 게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많이 있다. 하지만 평화통일로 가기 위해 개성공단은 다시 가동되어야 한다. 이것은 남측과 북측 모두 원하는 일이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김 이사장은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 사태가 나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가장 큰 이슈는 아마도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이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김진향 이사장은 개성공단 실무일 뿐만 아니라 ‘김진향TV’(youtu.be/PJ6xw-j0cc0)를 통하여 북한 제대로 알리기와 개성공단과 관련된 뉴스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 김진향 이사장이 운영하는 김진향TV(진향라떼TV)     © 크리스찬리뷰

 

개성공단이 하루속히 재가동 되기를 염원한다. 개성공단 재가동이야말로 통일로 가는 첫 관문인 남북한 평화의 중요한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날에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금강산 관광이 다시 열릴 뿐 아니라 부산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평양과 신의주를 지나 시베리아를 여행하게 될 날을 꿈꾸어 본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습니다”(2018년 9.19, 15만 평양시민들이 모인 5.1 경기장에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중)〠

 

글ㅣ주경식/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사진ㅣ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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