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나눔’ 사역하는 젊은이들의 대부

시드니주안교회 진기현 목사

글/주경식 사진/권순형 | 입력 : 2020/05/27 [15:19]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청년들에게 시드니 시티에서 사랑의 나눔을 펼치고 있는 진기현 목사     ©크리스찬리뷰

 

지난 5월 2일(토) 오랜만에 맥켄지의료선교회원들과 함께 시티에 나갔다. 피츠 스트리트(Pitt St)에서 사랑의 나눔 사역을 하는 봉사자들을 돌아보고 격려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시티로 이어진 빅토리아 로드(Victoria Road)는 한산했다. 평상시 같으면 관광객과 젊은이들로 북적댈 시내 또한 조용했다. 코로나(COVID19)사태를 실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COVID-19)가 바꾼 풍경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꾸어 버린 풍경은 수없이 많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시드니 시티는 언제나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친 도시였다. 그런데 코로나가 이제 시티 안에서 젊은이들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호주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한인 워킹 홀리데이 청년들을 포함해, 유학생들도 많은 숫자가 한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못 돌아간 청년들은 대다수가 직업들을 잃어버렸다.

 

시티에서 오랜 세월 청년 사역을 해온 진기현 목사는 가슴 아픈 심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저희는 청년들로부터 수많은 이야기를 접하고 있잖아요. 우선 저희 교회 청년들만 보더라도 직업을 잃은 청년들이 70%까지 되는 것 같아요. 청년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분야가 식당 서빙과 식당 주방일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식당이 문을 닫거나 테이커웨이(take away)만하게 되니까 식당 서빙일이 없어졌고 주인들이 웨이지(wage)를 줄이려고 주방일하는 사람들도 줄여 나가고 또 저희 청년들이 많이 일하는 곳이 호텔이었어요. 거기서 하우스키핑과 여러 가지 일들을 했었는데 호텔에 사람이 없으니까 호텔에서 일하는 청년들도 일할 게 없잖아요.

 

그러니 자연 나오지 말라고 하는 거죠. 그리고 청소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이 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니까 자신들이 청소를 하거나 아시안들이 자기 집에 오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 거예요. 오피스 청소도 떨어지고 거기에 베이비시터 일을 하는 여자 청년들도 많았는데, 아까 온 그 청년도 베이비시터일을 하던 청년이었어요.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니까 부모들이 돌보게 되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일들을 그만두게 하는 거예요.

 

저희 청년들은 거의가 워킹홀리데이 청년들이 많잖아요. 최대 일 년밖에 일할 수 없으니 풀타임보다는 캐주얼 일들을 많이 했어요. 그러니 상황이 안 좋아지면 가장 먼저 잘릴 수 있는 게 캐주얼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것이 우리 청년들이에요.”

 

가끔 시드니 시티에 나갈 일이 있어 가보면 어디에서나 한국 청년들을 볼 수 있었다. 시드니 시티는 한인 유학생들, 워킹홀리데이 청년들, 관광객들로 언제나 붐비는 곳이었다. 시티에는 한인식당들도 꽤 많다. 어느 덧 한국 음식이 호주의 다문화 안에 파고들어 호주인들도 애용하는 식당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였다.

 

특히 중국 이민자들은 한국음식을 선호한다. 그리고 호주인들도 얼마나 한국 BBQ를 좋아하는가, 이렇게 시드니 시내에는 언제나 한인 유학생과 워킹 청년들로 붐비었는데 그 많은 청년들을 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우리 애들을 도우려고 시작했는데

 

정확한 숫자는 통계할 수는 없지만, 거의 대부분의 워킹 홀리데이 청년들과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학생과 워킹홀리데이 합쳐서 매 해 보통 적게는 만 오천 명에서 많게는 2만 명 정도의 한인 청년들이 시드니에 거주해왔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비자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워킹 홀리데이 청년들은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비자가 남거나 다른 계획이 있는 청년들은 농장으로 갔다.

 

그리고 유학생들도 어차피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된 이상 이곳에서 일자리도 찾기 어렵고 비싼 렌트비를 주고 머무는 것보다 한국으로 돌아가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많은 숫자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여러 가지 형편상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청년들 그 중에서도 일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집세를 내고 생활비를 아껴 쓰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희는 굉장히 현실적 차원에서 우리 교회 어려운 청년들을 어떻게든 도와야겠다. 그들을 밥은 굶게 하지 말자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때 마침 ‘맥켄지의료선교회’에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저희와 연합해서 시티 청년들을 같이 돕자고 연락이 온 거에요.”

 

이심전심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아니면 서로의 스피릿이 통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본지 권순형 발행인도 일할 수 없는 한인 유학생 및 워킹홀리데이 청년들이 염려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스트우드, 스트라스필드, 리드컴 지역에서는 청년들을 돕는 나눔 행사가 있다고 보도되는데 시티에는 없었다.

 

시티에도 청년들이 적지 않은데 그곳에서 청년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진기현 목사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청년들을 어떻게 도울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권 발행인이 연락을 해오신 거예요. 처음에 이걸 시작할 때 맥켄지의료선교회에서 얼마나 많이 도와주셨는지 모릅니다. 라면, 김, 쌀, 김치 등 여러 가지를 엄청나게 도와주셔서 저희가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제가 보기엔 권 발행인이 그런 하트가 있으세요. 매 주 토요일에 반찬을 만들어 오시는 것을 보고 제가 느꼈어요. 따뜻한 마음이 없으면 반찬은 못 만들어 옵니다. 라면은 기증할 수 있는데 하트가 없으면 반찬은 가지고 오지 못해요.”

 

▲ 사랑의 나눔 현장에는 예수를 믿지 않는 청년들이 더 많이 찾아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고 외국인들도 찾아와 다민족 사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4월 6일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주안교회 시티사무실(2Fl, 375 Pitt St, Sydney)에서 사랑의 나눔을 이어왔다. 평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일에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시드니주안교회 봉사자들이 순번을 짜서 사무실을 지키며 찾아오는 청년들에게 사랑의 음식과 물품들을 나누고 형편이 어려운 그들에게 격려를 전하고 있다.(*참고로 5월 23일까지 362명(남 176, 여 186/기독교인 76, 비기독교인 286)에게 사랑의 나눔을 펼쳤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처음 시작할 때는 우리 애들(주안교회 청년들)을 밥 굶기지 않으려고 시작했는데 우리 애들보다 알지 못하는 예수 안 믿는 청년들이 더 많이 오는 거예요. 오히려 우리 교회 청년들은 목사님 저희는 아직은 괜찮아요. 버틸 수 있어요. 다른 청년들을 더 많이 도와주세요 하면서 많이들 안 오는데 시티에 있는 예수 안 믿는 청년들, 심지어는 외국인들까지도 찾아오고 있어요. 이제 다민족 사역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사랑의 나눔은 일주일 내내 시드니주안교회 시티 사무실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음식과 사랑을 나누며 상담과 함께 청년들을 격려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

 

시티에서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사랑의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많은 한인들이 크고 작은 손길들로 진기현 목사에게 연락을 해왔다. 심지어 같은 유학생 신분의 청년까지 비록 작은 손길이지만 자기보다 어려운 청년들을 도와 달라고 쌀을 기증하기도 했다.

 

“한 자매가 혼스비에서 기증을 하겠다고 해서 픽업하러 가봤더니 유학생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청년도 어려울 텐데 어떻게 기증을 하냐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목사님, 어려울 때는 나눠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쌀 두 포대를 기증하더라고요. 그걸 받아오면서 마음에 참 감동이 있었습니다.

 

아직 세상은 따뜻하구나.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사실 우리 교회 교인 아닌 분들도 기증하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손 세정제(sanitizer)를 비롯해서, 마스크를 들고 오시는 분, 통조림, 달걀, 사과 등 많이들 가지고 오셨습니다. 나누려고 하는 마음들이 너무 고맙고 감사한 거예요.”

 

기자 일행이 방문한 날에도 워킹홀리데이로 보이는 청년 둘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이 들어서자 민망한 듯 얼른 식사를 하고는 나누어 준 나눔 팩을 하나씩 들고 일어났다. 그동안 돈이 없어 한국 음식을 못 먹고 지냈는데 참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감사한 마음이 전해져 왔다.

 

조금 있다보니 외국인 청년들이 들어왔다. 그들도 나눔팩을 얻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다. 같은 쉐어 하우스에 살고 있는 한인 청년들에게 정보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남미에서 온 청년들이었다. 그리고는 자기들은 한국 음식 정말 좋아한다며 전해주는 나눔 팩을 들고는 행복한 듯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랑의 나눔을 진행하는 동안 반대편 한쪽에서는 카운슬러(시드니주안교회)가 한 청년을 상담해 주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어려운 시절을 지날 때면 인간은 몸도 고단하지만 마음도 약해지는 것이다.

 

특히 여린 청년들은 이억만리 타지에서 더 힘들고 어려울 수 있다. 그들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돕는 이 사랑의 나눔 사역을 코로나사태가 끝난 후에도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했다.

 

기자와도 스피릿이 통한 것일까? 기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진기현 목사는 본인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변한다.

 

사랑의 나눔 사역 그리고 또 다른 비전

 

“호주에 오는 워킹홀리데이 청년들이 돈이 있어서 오는 게 아니거든요. 심지어 500불 들고 오는 청년들도 보았습니다. 그런 청년들은 여기서 일을 해서 계획한 것들을 이루고 살아가려고 왔는데 일을 못 구하면 낭패를 당하게 되는 거죠. 집세도 못내고, 먹을 것 떨어지면 말 그대로 길에 나앉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동안 저희 교회에서도 워킹 청년들을 많이 도왔습니다. 저희 교회 시스템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사랑의 나눔을 하면서 제가 보게 된 것은 하나님께서 사랑의 나눔을 무엇인가 저희 사역의 포인트로 사용하시고자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 다니다 실망해서 떠난 청년들, 무신론자 청년들, 교회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청년들이 사랑의 나눔팩을 받아 들고는 교회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뀌었다고 고백들을 하더라고요.

 

심지어 다른 나라 젊은이들까지 찾아오고요. 코로나 이후에도 이런 사랑의 나눔을 시티에서 계속하면서 한인 청년들뿐만 아니라 다민족에게까지 관심을 가지고 사역을 넓혀 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진기현 목사는 명실공히 시드니 청년들의 대부라 할 수 있다. 청년사역을 해온 사역자들이 제법 많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해온 사람은 드물다. 더구나 담임목사가 되면 청년사역은 젊은 사역자에게 사역을 맡기거나 감독만 하는 것이 보편적 정서인데 그는 2003년부터 시드니 시티에서 청년 사역을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매주일 웨스트 라이드에 있는 주안교회와 시티에 있는 시티 주안교회를 번갈아 왕복하면서 17년을 사역해왔다. 그보다 시티를 자주 나간 목사는 시드니에서 찾아보기 드물 것이다. 그동안 시드니에 있는 몇몇 교회들이 시티에 교회를 세우고 청년사역을 해왔지만 주안교회만큼 시티에서 오랫동안 헌신해 온 교회는 없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매주 목요 찬양집회를 시티 호주 구세군 본부 채플에서 모이고 있고, 매주 주일은 UTS 도서관 강당에서 모였다. 말이 17년이지 젊은이들을 향한 그 열정과 헌신은 감동적이다.

 

▲ 주안교회 봉사자들이 순번을 짜서 일주일 동안 사무실을 지키며 청년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토요일 봉사자인 송태윤 집사, 이혜금 전도사 부부와 진기현 목사, 호주맥켄지의료선교회 사무총장 정지수 목사.(오른쪽부터)     © 크리스찬리뷰

 

에필로그

 

시드니 교계 안에 소문이 하나 있다. 그 소문은 진기현 목사가 얼마나 청년들을 지성으로 섬겨 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와전된 소문이기는 하지만 진 목사가 시드니 공항을 너무 많이 다녀서 한 번은 연방경찰에게 잡혀 갔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잡혀 간 것은 아니고요. 하루는 연방경찰에게 전화가 온 적이 있습니다. 모르는 전화가 뜨길래 받아 봤더니 연방경찰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당신 누구냐고? 뭐 하는 사람이길래 그렇게 자주 공항을 들락거리냐고 묻더라고요. 그때는 지금처럼 감시 카메라가 많을 때도 아니었는데 다 체크되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죠. 내가 목사인데 청년들을 픽업해 주느라고 자주 오간다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사랑의 나눔사역을 지켜보면서 진기현 목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도서 말씀이 생각난다.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전 11장1절

 

주경식|본지 편집국장

권순형|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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