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전염병과 함께 시작되었다

최승일/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5/27 [15:39]
▲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들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고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현재 모든 인류는 전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한 국가의 문제를 넘어서 온 인류의 문제를 만나 죽음의 고통으로 상처입고 아파하는 날들로 시작한 2020년이다. 참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한지 6개월, 세상이 너무 달라졌다. 그래서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이후 달라진 기준인 ‘뉴 노멀’(new normal), 혹은 끝난 뒤 사회를 예상하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에 대한 분석이 활발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대표적 뉴노멀이다.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 두기가 필수 지침이 되니 쇼핑, 교육, 국제회의, 공연은 주로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대대적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도 교란이 생겼다. 이윤 극대화보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다. 예를 들어 마스크나, 감염 검사 키트는 자국민을 중심으로 우선 필요를 앞세워 타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앞으로의 문제는 백신이 만들어지더라도 그것을 만든 나라가 백신을 가지고 권세를 떨게 될 것이다.

 

올해는 중국의 공장들이 오랫동안 멈추어 섰더니 봄철 미세먼지도 거의 없었다. 중국, 인도 등 이동 제한이 좀 더 엄격했던 나라는 대기질이 매우 좋아졌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뉴노멀을 얘기하면서, 앞으로는 BC(Before Covid-19), AC(After Covid-19) 시대가 다를 것이라고 하면서도 솔직히는 끔찍한 감염병이 빨리 끝나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장기화를 예상하는 상황이다.

 

▲ 2020년 1월부터 매일 오후 2시, 코로나-19 현황을 브리핑 중인 정은경 질병관리 본부장. 매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그는 코로나 영웅으로 불리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다가 겨울철에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시시 자 미국 하버드대 세계건강연구소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지금은 야구로 치면 2회(초)”라고 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선 확진자 발생이 줄고 있지만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에선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남미 상황이 심각하다.

 

5월 14일 소미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는 “코로나19를 통제하려면 4~5년이 걸릴 수 있다”고 까지 전망했다.

 

그러므로 속히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겠지 하는 환상은 빨리 지워야한다. 이제 이 세상은 새 세계로 나갈 준비를 하고 새로운 각오로 개혁해나가야 한다.

 

방역과 경제 정책, 재난과의 싸움

 

“한국이 방역을 통해 초반 출구 전략은 잘 마련했지만 경제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문가들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역과 경제 정책이 실패하고, 국제 공조가 붕괴하면 대공황 이상의 장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철저한 방역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한민국. 이번 사태를 우리 사회의 약점,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일보   

 

경제학자들이 우리나라를 평가하는 것을 보니, 감염병 대응 A학점, 경제위기 대응 B학점이라고 한다. 우리는 초기 방역에 성공했지만 고용 안전망이 매우 부실하다는 게 드러났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보다 실업자도 적은 편이지만 상황이 심각하다. 유럽의 사회 안전망은 우리보다 좋다.

 

지금은 우리보다 못한 것 같지만 나중에 최종 방역 성적표를 받아보면 유럽이 우리보다 더 나은 것으로 나올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약점,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계기가 되어야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교회도 지금 한국 사회에 일어나는 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의 성도수를 회복하는 교회가 많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에 온라인 예배로 스타가 된 몇 목회자들이 목회하는 몇 교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교회 성도수가 감소하고, 재정이 감소할 것이라 염려한다.

 

지금 분명히 한국사회는 재난과의 싸움을 하고있다. 재난(disaster)은 '별(astro)이 없는(dis)' 상태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재난이다.

 

“예수께서 또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요한복음 8장 12절)

 

이제 한국교회는 빛 되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야 한다. 타락에서 거룩함으로 나아가야 한다. 불경건에서 경건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전염병과 함께 시작된 한국 교회

 

▲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    


우리 조선이라는 나라는 개항과 함께 한반도에 콜레라와 천연두 등 전염병이 끊이지 않고 창궐했다. 세균과 위생에 대한 교육은 1885년 언더우드 선교사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입국한 후에야 의료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19세기 말 개신교 선교사들이 내한했을 때는 천연두와 콜레라 등 전염병에 대해 정부가 손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라고 한다.

 

“의료 선교사들이 전염병 예방과 환자 치료에 나서면서, 교회가 희망과 치유의 공동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당시 조선에선 쥐가 콜레라를 옮긴다며 대문 앞에 고양이 그림을 붙여 놓을 정도로 전염병 대책이 허술했다.

 

콜레라는 1878년 부산항에서 첫 환자가 나온 이후 1902년까지 네 차례나 더 창궐했다. 1886년에는 두 달 만에 서울에서 6천 명 이상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이상은 연세대와 새문안교회 등을 세운 언더우드 선교사가 1891년 10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미국 신학교선교연맹에서 강연한 내용이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로서 1885년 4월 처음 내한해 복음을 전하다 첫 번째 안식년으로 미국에 잠시 돌아가 미국 전역을 다니며 한국 선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때 언더우드 선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1885년에야 조선 땅에 첫 목회 선교사가 파송됐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하나님은 섭리 속에서 1886년 한국에 참혹한 역병이 올 것을 아셨던 것입니다. 하루에 1백 명이 죽더니 2~3일 후 3백50명, 이후 서울에서만 매일 1천 명이 죽어 나갔습니다.”

 

언더우드 선교사보다 1년 먼저 온 의사이자 외교관이었던 알렌 선교사는 그의 일기장에 이런 메모를 남겼다.

 

1886년 7월 12일 “콜레라의 유행, 극심”(Epidemic of Cholera, Very severe)라는 메모를 남겼다.

 

▲ 미 북장로교 의료선교사 알렌. 그는 조선 왕실부 의사를 지냈으며, 이후 미국 공사(외교관)로 활동했다. 한국 최초의 현대식 병원 세브란스를 건립한 에비슨 선교사는 한국 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세 번째 미 장로회 선교사로 제중원 2대 원장, 고정의 시의를 지낸 존 헤론 선교사는 34세의 젊은 나이로 별세했는데 그의 사망으로 양화진 외국인 묘지가 만들어졌다.(왼쪽부터 오른쪽으로)  

 

▲ 886년 제중원연례보고서. 소화기 계통 환자가 최다이며, 사망자의 절반은 천연두로 나타나 있다.    


한국교회의 시작은 전염병과 함께 시작하였다. 19세기 말 조선은 배설물과 비위생적 물질에서 나오는 병균으로 전염병이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백성의 죽음을 넋 놓고 바라보던 조선의 지배층은 자신들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고 조금씩 문호를 열기 시작했다.

 

당시 안락한 서구의 환경을 버리고 조선에 선교사로 나오는 일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선택이었다.

 

현실적으로 환자를 돌보다 내한 5년 만에 이질로 사망한 존 W 헤론 의료 선교사, 헤론 선교사의 뒤를 이어 제중원을 맡았으나 자녀 넷과 아내를 모두 잃은 찰스 C 빈턴 선교사 등 이처럼 다수의 의료 선교사와 가족들의 희생 위에, 오늘날 한국교회의 기틀이 다져지게 된 것이다.

 

“갑오개혁 때는 제중원 원장 올리버 R 에비슨 선교사를 조선 전체의 방역 책임자로 임명했다.”

 

“선교사들은 위생 규칙을 발표한 뒤, 세균학을 강의했는데 음식과 물을 반드시 끓여 먹고, 손과 입을 철저히 씻으라고 교육했다”고 했다.

 

이어 “수백 명이 모이는 신앙 사경회 때도 하수구와 우물 간 거리 두기(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우물이 하수구 바로 옆에 있어서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간단한 정수법부터 세균을 피하는 법, 건강한 육아 방법을 교육했다”면서 그래서 교회와 선교사를 만나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여론이 당시에 형성되었던 것이다.

 

한국 선교사에 보면, 당시 콜레라에 걸리면, 기독교 병원으로 가라는 방이 붙었을 정도였다. 선교사들이 세운 병원과 교회는 피난처가 됐고 마침내 방역에 성공한 뒤 정부도 선교회에 감사 편지와 포상금을 보내 노고를 치하했다.

 

미 북장로교가 세운 대구 동산병원

[코로나19 지역 거점병원 비상대책본부]

 

이번 대구·경북 코비드 19 집단 발병 사태를 맞아 긴급히 병원 전체를 비우고 신천지 사이비든 아니든 정성을 다해 진료한 대구동산병원 역시 1898년 미국 북장로교 소속 우드브리지 존슨 선교사가 세운 기독교 병원이다.

 

▲ 코로나19 지역 거점병원인 대구동산병원 의료진들이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     ©국민일보   

 

▲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동산병원에 마련된 비상대책본부에 의료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일보   

 

▲ 온라인 예배를 중계 중인 여의도순복음교회.   ©국민일보   


이제 교회는 다시 세상 사람들로부터 이런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초기 선교사들처럼 한국교회가 코비드 19 대처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1904년 한국 선교 20년을 맞이할 때에, “미래엔 모든 대도시에 세워진 중고교들, 의과대학과 간호학교, 모든 도시의 자급하는 병원들, 효율적 한국인 전도부인과 성경 교사들, 고통당하는 자를 돌보고 죽어가는 자에게 빛과 위안을 주는 집사들, 전국 방방곡곡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제로 보여주는 자비의 기관을 본다”고 선포했다.

 

116년 전 그의 ‘약속된 미래의 환상’에 한국교회가 다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은혜를 나누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 수개월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많은 분들의 경우에 주일에 교회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물렀던 경우는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한국교회는 신학적으로나 목회적으로 당황했다. 많은 논란과 혼란을 겪었다. 신천지로 인한 세상사람들의 차가운 눈초리에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

 

NEW-NORMAL 시대를 준비해야

 

예배당에 가지 않으니 오히려 더 진실하고 경건한 예배를 드리게 됐다는 이들도 있다. 예배당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분들도 있다. 어떤 분들은 코로나19 이전, 주일마다 교회를 향해, 몸은 갔지만 습관적 종교 행위에 머물었던 영성이었는데, 예배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더욱 예배에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무엇보다 이전에 누리던 성도들과의 교제가 이렇게 소중한가를 깊이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한국교회는 예배당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성도들이 온라인(on-line)으로 계속드리고 있는 형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시작된 온라인 예배가 오히려 신앙과 교회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던 것은 우리가 본래의 교회를 한동안 잊고 살았기 때문은 아닐까? 대부분의 교회들은 두 달여 만에 성도들이 예배당으로 돌아왔다. 그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백화점을 비롯한 크고 작은 상점들은 고객들의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하지만 하나님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꼭 기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라”(디모데전서 4장 4절)

 

우리에게 불 같은 시험이 임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믿고 감사함으로 모든 것을 받으며 버릴 것이 없다.

 

다윗은 우리가 선택한 시편 31편을 가지고 자신이 한때 불 같은 고통을 통과하면서 깨달았던 소중한 진리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그가 사울 왕의 정치적인 라이벌로 낙인찍히면서 겪은 고통은 과히 지옥의 연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혹독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고통을 그가 다 맛보고 그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고 나서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고통 때문에 손해 본 것이 없다고 한다. 고통 때문에 자기가 불행해지지 않았다고 말씀한다. 그리고 고통만이 주는 특별한 보너스가 있다고 말씀한다.

 

이러한 다윗의 희한한 고백을 검토해 보면서 우리가 당한 고통, 우리가 현재 끌어안고 있는 이 고통을 보는 시각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 하나님의 원하시는 바라고 믿는다.

 

정말 고통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정말 고통으로 손해를 보지 않고 있는지, 정말 고통이 주는 특별한 보너스가 대단한 것인지 헤아려 보면서 하나님 앞에 영광을 돌릴 수 있기를 바란다.

 

왜 그런가? 우리들 대부분이 바이러스뿐 아니라 많은 고통과 싸우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통을 보는 올바른 시각을 좀 더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우리가 섬기는 교회가 NEW-NORMAL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전염병과 함께 시작한 교회이다. 그만큼 고통 가운데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며 시작된 교회이다.

 

이제 고난을 통해 거룩함을 회복한 모습으로 교회들이 목회자들이 성도들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회를 사랑하여 그 속에서 고통당하는 연약한 형제를 사랑해야 할 때이다. 하나님께서 이것을 바라고 또 바라고 계신다. 한국교회는 아직도 이 사회의 소망이 될 수 있다.

 

최승일|호주맥켄지의료선교회 이사장, 상도교회(서울) 담임목사

 

▲ 최승일 목사     ©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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