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예배가 더 집중이 잘되고 편해요

양병구 /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6/29 [15:09]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해서 성도들이 온라인으로 예배하는 일에 매우 당황했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당황했을 사람들은 아마도 목회자들이었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나 선교지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예배하는 것이 대단히 낯선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배당 예배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성도들은 이미 온라인으로 예배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민교회 성도들은 목회자들보다 온라인 예배를 경험할 기회가 더 많았을 것이다. 예컨대 한국에서 호주로 온 유학생들이나 이민자들 중에서 상당수의 성도들은 처음에 호주에 와서 섬길 교회를 찾는 동안 한국 모교회의 영상예배를 드릴 가능성이 많다.

 

그러다가 코로나19로 인해서 집에서 온라인 영상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덧 예배당에서 모여 얼굴을 마주하면서 예배하던 날이 아득해져가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예배하는 일은 익숙한 주일 풍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예배당 예배보다 더 익숙하고 편해진 온라인 예배

 

얼마 전에 필자가 섬기는 교회의 안수집사 한 분이 목양실에 찾아와서 하는 이야기가 처음에 온라인으로 예배할 때에는 너무 낯설어서 이렇게 예배해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예배당 예배와는 달리 집에서 하는 온라인 예배가 더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집에서 예배하니까 더 편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돌아가서 주일마다 봉사할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고 얘기하는 다른 성도들의 말에 일정부분 공감이 되더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온라인으로 집에서 예배할 때, 아마 교회의 많은 성도들이 몇 년 만에 온 가족이 함께 예배하고 식사했을 것이다.

 

매주 아빠는 성가대원이나 교사 또는 주차 봉사 등으로, 엄마 역시 성가대원이나 교사 또는 식당 봉사로, 그리고 아이들은 교회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혼자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것이 상상 가능한 주일 풍경이다.

 

성도들은 주일에는 교회에서 열심히 교회를 세우고, 평일에는 직장에서 열심히 회사를 세워야 하는 이중 부담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교회가 성도들을 교회 안으로만 묶어 둔 결과 교회가 자아성취 내지는 자아실현의 장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예배할수록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지고 집중이 잘되며 편해지는 과정에서 성도들에게는 점차 예배는 물론 신앙과 교회관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할 것이다.

 

변화의 도전 앞에 선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의 교회와 목회

 

그래서 필자는 매주 화요일에 목양실에서 모이는 목회자 미팅을 통해서 지금은 물론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사역에 대해 논의하고 준비하는 시간들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에 교회마다 노년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예배당예배를 중요하게 여기는 어른들은 예배당에 나와서 예배하고 헌금봉투에 신권을 정성스럽게 담아 헌금하는 분들이 많다.

 

반면에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 예배와 온라인 헌금이 아무래도 자연스럽고 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예배당 예배를 다시 시작한다 할지라도, 어린 자녀들을 둔 젊은 세대들에게는 예배당예배가 아직은 조심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노년 세대는 젊은 세대들보다 일찍 예배당 예배로 나오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 세계는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의 교회, 교회의 구성원들인 성도들, 그리고 교회의 지도자들인 중직자들과 목회자들이 본질을 지키되 비본질적인 부분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의 교회는 개인의 필요가 아니라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하고 공통된 대안인 복음을 가르쳐야 한다. 코로나 이전에도 그랬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특별히 교회가 얼마나 복음을 치열하게 가르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교회가 이벤트 중심, 예배당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교회가 본질, 즉 복음을 제대로 증거하고 가르치지 않으면 존립 자체마저 힘들어질 것이다.

 

또한 코로나로 이후(AC, After Corona)에는 신앙적 기준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예배당 예배에 얼마나 열심히 참석하느냐?’ ‘헌금과 교회봉사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신앙적인 기준이었다.

 

그래서 교회는 그동안에는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교인들이 어떻게 행하느냐 하는 외적인 기준을 가지고 성도들의 신앙 수준을 평가하고 교회 직분을 맡겨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와 함께 교회 바깥에서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끼쳤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목회에 대한 성찰의 시간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있어야 존재감이 생긴다. 그런데 성도들을 물리적으로 가까이에서 만날 수도 없고, 예배당에서 얼굴을 보면서 함께 예배할 수도 없는 지금 이 상황에서 목회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목회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목회자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성도들과 대면하고 가르치는 상황을 내려놓고 오히려 하나님과 대면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을 것이다. 이런 성찰의 시간을 통해서 목회자들은 코로나 이후에 펼쳐질 목회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선한 목자이시며, 우리 모두는 예수님의 양이다. 그리고 목회자는 예수님의 양이면서 동시에 예수님의 목양에 쉐퍼드 독과 같은 동역자일 뿐이다. 그런데 목사의 자리와 역할이 커질수록 교회의 주인은 목회자가 되고, 그 결과 목회자가 성도들에게 하나님을 가려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루터의 삼단 제단벽화에는 목회자 루터가 손가락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가리키고, 회중석에 있는 교인들은 루터가 아닌 루터가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을 통해서 예수님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회사역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목회의 본질과 비 본질

 

히포의 어거스틴은 본질에는 일치로, 비본질에는 관용으로, 모든 일에는 사랑으로 하라고 말했다. 주일은 안식이면서 부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주일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본질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예배 형식은 비본질이기 때문에, 예배당 예배든 온라인 예배든 둘 다 열려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시기에는 예배당에 모이지 않는 것이 이웃에게 감염 피해를 주지 않는 배려이고 사랑의 실천일 것이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호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독감에 걸리거나 몸이 안 좋은 경우에 그냥 예배하지 말고 집에서 푹 쉬어라 할 것인가?

 

독감을 전염시킬 수 있으니까 집에 머물기는 하지만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도 온라인으로 정성껏 예배해라 할 것인가? 코로나 이후에 교회와 목회자들은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

 

양병구|골드코스트온누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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