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에게 시드니를 안내하다

김환기/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6/29 [15:19]

호주 친구에게 시드니를 가이드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친구라고 하지만 나보다 13살이나 많고 ‘영국 국제사관대학’에서 공부할 때 그는 부교장이었다. 친구가 아닌 ‘사제 관계’이다. 친구처럼 지내고는 있지만, 아직도 이름 부르기는 어색하다.

 

그는 멜번에 살고 있고, 이름은 ‘Robert Paterson’이다. 영어로 Robert의 약칭이 Bob(밥)이다. 메일을 쓸 때 “잘 익은 밥(Well Cooked Rice)에게”라고 한다.

 

블루 마운틴 (Blue Mountain)

 

블루 마운틴에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산 전체를 수 놓고 있다. 한낮이 되면 태양열에 의해 알코올 성분이 증발하여 산 전체가 푸르게 보인다.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이란 이름이 여기서 연유되었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나뭇잎의 알코올에 취해 잠을 잔다고 알려졌는데, 사육사에게 직접 물어보니 나뭇잎만 먹으니 영양이 부족해서 잔다고 한다.

 

이 산의 특징은 ‘upside down mountain’이라고 할 수 있다. 산봉우리가 계곡으로 되어 능선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산이다. 이곳의 ‘세 자매봉’ 관련된 전설이 있다.

 

“앙숙이었던 부족의 남녀가 서로 사랑했다. 여자 부족이 혼인을 거부하자 남자 부족이 침략을 했다. 전쟁 중에 마법사는 마법을 주문을 걸어 3자매를 돌로 만들었다. 전쟁 중 마법사가 죽고 마법을 풀지 못해, 지금까지 세 자매는 돌로 남아 있게 되었다.”

 

침을 튀며 설명하던 가이드는 관광객들에게 부탁을 한다.

 

"혹시 여러분 가운데 주문을 알고 계신 분이 있더라도 제발 풀지 마시기 바랍니다. 세 자매봉이 사라지면 제 밥줄이 끊어집니다“

 

달링하버 (Darling Harbour)

 

‘달링하버’는 시드니를 찾는 관광객들이 거쳐가는 곳이다. 아름답고 오밀조밀한 조각물들로 거리가 장식되어 있다. 주말이면 다양한 이벤트 행사가 열리곤 한다. 대형 집회를 열 수 있는 ‘Convention Centre’, 'IMAX 영화관’과 ‘수족관’ 등이 있다.

 

호주의 해양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해양 박물관’(Marlin Museum)도 있다. 차를 타고 ‘왓슨스베이’로 향하였다. ‘와슨스베이’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한 폭의 그림과 같다.

 

하얀 포말과 푸른 바다는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아름다움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느끼는 것이다.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아름다움은 언어의 틀 안에 갇히게 된다.

 

맨리 (Manly)

 

맨리(Manly)란 이름은 아더 필립 선장(Captain Arthur Phillip)에 의하여 지어졌다. 호주에서는 1월 26일을 ‘Australia Day’로 지킨다. 일반적으로 필립 선장이 11척의 배를 이끌고 호주에 도착한 날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처음 도착한 곳은 1788년 1월 18일 Botany Bay이다.

 

필립 선장은 도착 후 며칠 동안 정착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1월 21일, 이곳에 와서 남자다운 근육질의 원주민을 보고 이곳의 이름을 ‘Manly’(남자다운)라고 했다. 나는 ‘본다이’보다 ‘맨리’를 더 선호한다. ‘맨리’는 ‘본다이’보다 덜 상업적이며, 더 여유로움이 있다.

 

점심 때가 되어 ‘Food Court’에서 나는 ‘Fish and Chief’, ‘밥’은 ‘중국 음식’을 시켰다. ‘밥’은 홍콩에서 3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동서양 음식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사진을 찍는 나를 보며, 일본인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나도 그렇다고 했다.

 

지나고 나면 남는 건 사진 뿐 아닌가! 사진을 볼 때마다 아련하게 사라지는 추억 여행을 할 수 있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열심히 ‘밥’을 위해 사진을 찍었다. 싫지는 않는지 셔터를 누를 때마다 포즈를 취해 주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았을까, 얼마전 시드니의 추억을 회상하는 글을 보내왔다. 밥은 뇌종양으로 7년째 투병 중이다.

 

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구세군라이드교회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