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의 후예들

호주한인간호협회 양진영 회장

글/김환기 사진/권순형 | 입력 : 2020/06/29 [15:41]

 

 

▲ 019년 12월 호주한인간호협회 (KNAA) 정기총회에서 제17대 회장으로 선출된 양진영 간호사.     © 크리스찬리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20년을 '세계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로 정했다.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그녀는 1820년 5월 12일에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 중이던 영국인 부부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피렌체’(Firenze)를 영어로는 ‘플로렌스’(Florence)라고 하는데, 그녀의 이름은 바로 이 지명에서 비롯됐다. 간호사는 역사적으로 고대, 중세에서도 그 연원을 찾아볼 수 있으나, 오늘날의 간호사는 크림 전쟁 때 전문직업으로서의 간호사로 종군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로부터 비롯하였다.

 

의사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면, 간호사에게는 ‘나이팅게일 선서’ (Nightingale Pledge)가 있다.

 

▲ 나이팅게일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지난 6월 19일, 시드니주안교회에서 호주한인간호사협회 회장인 양진영 간호사를 만났다. 그녀는 뉴카슬에서 간호사로 근무를 할 때 크리스찬리뷰와 인터뷰한 2002년 8월 호 책자를 보여주었다. 당시 그는 헌터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언어 문제’였지요. 어느 정도 영어를 한다 해도 아무래도 쉽지가 않았어요, 또 문화 차이에서 오는 심적 고통도 참 많았어요. 그렇지만 힘겨운 이민생활을 신앙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서울 백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 중, 1997년 뉴카슬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언어로 힘들어 할 때 도와주었고, 태권도를 좋아하는 Paul Newby씨를 만나 1999년 결혼했다.

 

2003년 건강상의 문제로 일시 귀국하여 첫 아이를 낳고,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2006년 다시 호주로 돌아왔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건강을 회복한 후 지금까지 웨스트미드 아동병원에서 소아과 전문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 호주한인간호협회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지난 해 6월 15일 라이드-이스트우드 리그스클럽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 크리스찬리뷰

 

▲ 난해 12월 호주한인간호협회 정기총회를 마친 후 양진영 신임회장(가운데 앞줄 왼쪽)이 강민영 전임회장에게 꽃다발을 전한 후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가졌다.    ©KNAA     


지난해 12월 총회에서 호주한인간호협회(KNAA, Korean Nurses Association of Australia) 제17대 회장으로 취임한 후 KNAA의 방향과 비전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저는 KNAA가 더 크고 위대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투명한 협회, 발전적인 협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며 특히 간호계는 더욱더 민첩하게 그 변화에 대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호주한인간호협회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모두의 힘을 뭉쳐야 합니다. 분열이 아닌 화합,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호주한인간호협회’(KNAA) 주최로 시드니에서 ‘재외해외간호사대회’를 열기로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연기되었다. 양진영 회장은 뜻하지 않은 사태로 대회가 연기된 것에 많이 아쉬워했다.

 

다음은 양진영 회장과 일문일답이다.

 

- 호주에서 간호사가 되려면...?

 

“호주에서는 대학을 졸업하면 간호사(RN), TAFE를 졸업하면 준간호사(EN), 단기간의 훈련 과정을 거친 조무사(AIN) 등으로 구분합니다. RN 중에서도 전문교육을 마치면 ‘전문 간호사’가 됩니다.

 

간호학을 공부하는 사람 중에 시민권(영주권)자와 학생비자소지자가 있습니다. 매년 규정이 바뀌어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시민권(영주권)자는 인턴 과정인 ‘New Graduate’ 거쳐서 취업을 하고, 학생비자의 소지자들은 다른 경로를 통해서 취업을 합니다.”

 

- 코로나 사태로 간호사들이 부족하지는 않은가?

 

“다른 병원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웨스트미드병원에서는 대처를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만약의 경우 정부에서는 인력이나 자원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하여 다양한 정책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응급 사태의 경우 필요한 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할 준비도 되어있고, 은퇴한 분들의 도움 받을 계획도 있습니다.”

▲ 호주한인간호협회는 후배 양성과 정규적인 교육은 물론 한인사회를 위해서도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KNAA      

 

- 한인 간호사의 현황은?

 

“한인 간호사들의 숫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인 인재들은 병원에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배우는 자세로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1988년도에 호주한인간호협회가 설립되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호주에서는 시드니와 멜번도 한인간호협회가 있습니다. 제가 올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한인간호사의 역사와 통계를 쓰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호주한인간호협회에서는 지속적으로 간호사와 간호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후배 양성, 정규적인 교육 등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 나이팅게일은 어떤 인물인가?

 

“나이팅게일은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한번 부각되신 분입니다. 그녀는 개인적인 헌신은 물론이고, 오늘날의 간호사 업무를 조직적으로 시스템화한 사람입니다. 크림 전쟁 중 부상당해 죽는 사람보다, 감염으로 죽은 사람이 많은 것을 알고 조직적으로 간호업무를 체계화한 분입니다. 간호사는 일대일의 돕는 업무를 넘어서 환자를 위한 전반적인 돌봄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공립병원(Public Hospital)과 사립병원(Private Hospital)는 차이는?

 

“사립(Private)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의사를 통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치료비는 개인이 내야하고, 공립(Public)은 무료이지만 병원 일정에 맞추어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설 면에서는 Public이 더 좋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는 사립과 공립 양쪽에 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첨단 장비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할 경우는 사립병원에서 공립병원으로 이동하여 수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한인 간호사를 위한 조언의 한마디는?

 

“한국 사람들은 영어에 대한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보다 중요한 것은 자세입니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언어 때문에 경직되어 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어 때문에 자기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주눅들지 말고, 언어보다 자세가 더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끝으로 교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저는 한국의 딸로서 호주에 살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하여 다시 한번 한국인의 긍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한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근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인간호협회에도 심기일전하여 다양한 봉사를 통하여 교민 사회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호주한인간호협회는 1988년 10월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지속적인 다양한 교육을 통해 많은 현직 간호사, 매니저, 스페셜리스트들이 간호사와 간호학생들의 성공적인 호주 정착을 위해 봉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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