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윤리(5)

정지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6/29 [16:10]

 

생명 윤리적 관점

 

인공지능을 다양한 윤리적 관점에서 살펴 보는 일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앞으로 우리 삶의 모든 영역과 인류의 운명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공지능의 개발이 다양한 윤리적 논의 없이 과학자들과 기술자들 그리고 사업가들과 자본가들의 욕구와 이익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진행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대부분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자들은 경제 개발과 기술 발전만이 최고의 선이라고 믿는 기술지상주의와 경제 우선주의를 열렬히 신봉한다.

 

그래서 이들은 인공지능에 관련된 새로운 기술들이 앞으로 인류문명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오직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통해 막강한 부를 챙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자들이 너무 많다.

 

군사로봇의 예를 들어 보자. 인공지능을 탑재한 군사로봇은 윤리적인 고민 없이 인간이 프로그램한대로 인간을 살해할 것이다. 군사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군사로봇을 개발해야 한다고 변명을 하지만, 살인은 자연법에서도 칸트의 정언적 명령에서도 성경의 십계명에서도 금지된 일이다.

 

물론,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살인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명의 존엄성을 깊이 이해하거나 공감하지도 못하고, 어떠한 책임의식이나 윤리적 거리낌도 없이 스스로 알아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군사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인류에게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생명윤리의 핵심적인 내용은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존엄성을 다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다.

 

인간은 존재론적으로 존엄한 존재이다. 능력이나 돈과 같은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판단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한 인격체로서 존엄한 존재로 살아갈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생명윤리에 입각해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개발하고, 그것들의 개발 한계점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 윤리적 관점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는 군사로봇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 문제는 노동과 실업의 문제에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2017년에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미래 사회 보고서’에 의하면 2090년이 되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몇 개 안 되는 거대기업들이 사회의 거의 모든 경제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약 0.001%만이 경제활동을 하게 되고, 나머지 99. 999%는 거의 다 실업자로 전략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노동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 주는 것들 중에 하나이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자기 성취와 가족과 사회에 봉사하는 기회를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존엄성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생활비를 마련할 수가 있을까? 단순한 경제논리에 따라 생존에서 뒤쳐진 자들은 도태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일이 정당한 일인가? 우리는 경제윤리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2010년에 디자이너 출신인 김봉진 대표가 배달의 민족이라는 음식 배달 스마트폰 앱을 만들었다. 초창기에는 고생을 많이 했지만, 배달의 민족 앱은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배달 앱으로 자리를 잡았고 매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났다.

 

2019년 배달의 민족은 4조 3천억 원에 독일 회사에 매각되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사업으로 엄청난 돈을 번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 있다. 스마트폰 앱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부를 가져다 주었는가?

 

아니다. 열심히 배달을 하시는 분들은 배달의 민족 이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 판 식당 주인들은 큰 돈을 벌었는가? 주문은 늘어났지만, 배달의 민족에게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늘어나 수입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간단하게 말해서, 배달의 민족 창업자만 수조 억 원의 돈을 번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나 이보다 더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부를 독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승자독식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당연한 일이고 어쩔 수 없는 일로만 보아야 하는 것일까?

 

경제윤리적 관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득의 분배이다. 이제는 사회구성원들이 소득의 분배를 포함한 부의 분배에 대해서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논의를 할 때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 중요한 전제에 동의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존엄성을 가진 모든 인간은 굶어 죽거나 가난에 찌들려 인간 이하의 삶을 살면 안 된다. 인간은 로봇보다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인간은 로봇보다 더 소중한 존재이다.

 

기업인을 포함한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한 노동만큼 소득을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시대를 맞이한 우리들은 이제 이러한 전제들을 공유하고 다양한 부의 분배에 대한 논의들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

 

유럽에서는 부의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미 16세기부터 진지한 논의를 해 왔다. 16세기에 활동했던 토마스 모어는 그의 명저 ‘유토피아’에서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개념을 언급했다. 그 이후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오다가 지난 1986년 기본소득 유럽 네트워크가 결성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2000년도에는 인공지능 개발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독일계 미국 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허버트 사이먼이 기업 소득의 90%가 이전 세대에 의해 만들어지고 축적된 지식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소득에 대해 70%의 세금을 부과하고 그것으로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나누어 주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200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논의를 확장해 나가기 위해서 기본 소득 유럽 네트워크가 기본 소득 지구촌 네트워크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활발한 논의를 통해 스위스는 2016년에 전국민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는데, 찬성 23%, 반대 76.9%로 부결되었다.

 

비록 부결은 되었지만, 유럽에서는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 전 국민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 활발히 논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부럽다.

 

기본소득제도는 모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는 부의 양극화 현상을 어느 정도 해결할 것이고, 실업으로 인해 사람들이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낼 것이다.

 

또한 기본적인 생활비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제도를 위한 재원을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높은 세율의 상속세나 로봇세, 불로소득세, 소득에 대한 누진세, 인공지능 이용세 등을 적용해 재원을 확보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성경적 관점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일단 성경의 경제윤리는 자선과 구제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었을 때, 국가가 그들에게 일정금액의 기본소득을 제공해 주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자선과 구제의 한 방법이 아닐까?

 

그렇다면, 크리스찬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이 시대에 열심히 일을 하고 부를 축적하며 사는 것이 죄일까? 아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사유재산과 부의 축적을 죄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직업을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으로 보았고, 직업을 통해 얻은 부를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라고 여겼다. 나아가 그들은 축적된 부와 상관없이 금욕적이고 검소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들의 가르침처럼 열심히 일하고 부를 쌓더라도 금욕적이고 검소한 삶을 살아야 한다. 나아가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 하는 우리들은 반드시 나눔과 섬김을 실천적으로 보여 주며 살아야 할 것이다.<계속>

 

 

정지수|본지 영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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