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라
 
서을식 /크리스찬리뷰

 

“서서 기도할 때에 아무에게나 혐의가 있거든 용서하라 그리하여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허물을 사하여 주시리라 하시니라”(마가복음 11:25)

 

새벽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내가 용서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용서하지 않았었나 봐.”

 

아직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채지 못했다.

 

“당신을…”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잔뜩 긴장했다.

 

“…용서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아니었나 봐. 나는 지금까지 ‘과거의 일이 앞으로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 용서’라 생각하고 자주 다짐했는데도, 당신이 집안일에 무심하다 싶을 때면, 내가 과거에 당신을 용서했다고 생각한 일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괴로워.”

 

이 말 이후로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 침묵의 시간에 아내와 나는 각자의 자리에서 용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의 행복 지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얼마나 용서하고 용서받느냐’이다. 스스럼없이 나의 잘못에 대해 남에게 용서를 구하고, 또 흔쾌히 남의 잘못을 용서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나는 많이 봐왔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가 이 용서의 원리를 잘 익히고 실천하면서 행복하게 살기 바란다고 믿는다.

 

용서 없는 가정을 상상하면, 그 그림은 참담하다. 용서 없는 학교, 직장, 교회, 사회 등으로 범위를 넓힐수록 그 끔찍함이 점차 더해간다.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하고, 때로 의도적으로 악을 행하지만, 모두가 육신과 정신의 한계를 지닌 연약한 질그릇이니, 서로 이해하고 용납해야 한다.

  

때로 상대에게 용서받을 권리가 전혀 없어 보이더라도, 용서해야 할 책임이 나에게 있다면,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이의 무슨 혐의이든 용서해야 한다. 용서는 보상이 아닌 은혜다. 용서는 용서하는 나 자신에게 내가 베푸는 향연이다. 그래서 성경은 말한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것이 사람의 슬기요 허물을 용서하는 것이 자기의 영광이니라”(잠언 19:11).

 

하나님께 기도할 때에 “아무에게나 혐의가 있거든 용서하라”는 가르침은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 들을 만한 일이 있는 줄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마태복음 5:23-24)는 산상수훈의 교훈으로 그 의미가 보다 분명하고 풍요롭게 된다.

 

기도와 예물, 즉 그 자체로 예배인 행위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우선순위를 갖는지! 그런데 말씀은 기도나 봉헌을 멈추고, ‘먼저 가서 용서하고 화목하라’고 도전한다. 예수님께서는 용서가 어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고 일상의 축복이 되기를 바라신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 중 일부다.

 

이런 생각 드는가? “내가 남을 용서해주면 하나님도 나를 용서하신다는 이것, 너무 조건부 아닌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이미 우리는 큰 죄를 용서받은 체험을 가지고 있다. 용서는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십자가를 통해 은총의 빛으로 내리셨지만, 이 큰 구원을 받은 우리의 관점에서는, 용서를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어, 일정한 부담을 갖고 용서를 행해야 마땅하다.

 

용서는 권세를 갖는다. 당신이 행한 일을 당신이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고 계신 하나님 앞에서, 당신 자신의 언어로 용서를 구해보라.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시편 32:1).

 

혹 내가 받은 용서와 내가 한 용서가 정말로 이뤄졌는지 의심된다면, 바로 그 앞 구절 마가복음 11:24절을 보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

 

용서에 관해 말조차 할 자격이 없는 내가 용서에 관해 글을 쓴 이유는 자명하다. 한국의 남북문제, 세계의 차별문제 뿐 아니고, 내가 걸어온 인생의 여정에도 그동안 내가 만나고 나를 스쳐간 많은 사람에게, “저를 용서해주세요. 저도 당신을 용서합니다.”라고 진심으로 소통할 일이 산처럼 많이 쌓였기 때문이다.

 

“주님, 용서받고 용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혹 제가 평소에 앉아서 기도하기 때문에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 무릎 꿇어 용서를 구하고, 일어서서 용서를 선포하게 하소서.”

 

 

서을식|버우드소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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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29 [16:12]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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