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라테

최주호/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8/25 [16:05]

 

▲ 멜번순복음교회 전 교인 단체사진.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는전 교인들이 함께 단체사진도촬영할 수 없는형편이 되었다.   ©멜번순복음교회  


시대가 변했으니 이제 교회가 변해야 할 차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가 가졌던 고정 관념들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교회는 post covid-19 시대를 대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를 생각했다.

 

며칠 전 30대 목사님과 통화를 하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목사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말씀해 주세요.”

 

아마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사람이 보고 들은 것이 더 있을 테니 경험을 통해서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인데 그 통화를 끝내고 난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세상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는데 교회는 과연 그 달라지는 세상에서 어떻게 정체성은 잃지 않으면서 변화된 세상 속에서도 어떻게 교회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질문이 녹록치 않은 질문이라는 사실을 기독교 저술가인 Tom Sine의 말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가슴에 새겨야 할 경고의 메시지다

 

“내가 함께 일했던 교파와 종교 기관들은 모두 장기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그들은 마치 미래가 단순히 현재의 연장인 양 장기 계획을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변화를 보고 깜짝 놀라는데 만성이 되어 버린다. 미래에는 이런 사치를 더 이상 누릴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가끔 썼던 말 중에 이런 말이 기억났다. IQ가 100인 사람은 100명이 모여도 IQ 100의 생각밖에는 낼 수 없기에 한 명이라도 IQ가 더 높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만약 새로운 생각을 내기 원한다면 나와는 다른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목회를 하다 보면 여러 사역이 다 힘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쓰이는 사역은 단언컨데 소그룹의 멤버를 새로 짜는 일이다. 우리 교회에서는 매년 초에 새롭게 셀을 편성해야 하는데 이게 정말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셀 편성을 발표하고 난 다음 날이면 알게 된다.

 

▲ 셀 모임에서 입택예배를 드린 후 식탁 교제를 나누는 성도들.  ©멜번순복음교회     

 

정말 성도들 사이에는 내가 모르는 많은 뒷이야기(?) 들이 있다는 것을 셀 편성 전에는 몰랐는데 발표하고 나면 알게 된다. 아니 당사자가 꼭 셀발표 후에 알려준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요량으로 제비뽑기를 했다고도 하는데 결론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목사가 미아리의 점쟁이가 아니지 않은가?

 

지금도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는데 어느 해인가 내가 나 자신에게 이렇게 다짐했다. 내가 지금까지 가졌던 생각은 다 버리고 완전히 내 자신을 비우자 새 마음으로 한번 새롭게 짜보리라!

 

그리고 최선을 다해 짰다. 끝나고 나서 내심 스스로에게 대견하다는 생각으로 이전 것과 대조해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별로 바뀐 것이 없지 않은가?(이런 걸 세칭 실력(?)이라고 부른다) 실은 다른 사람이 짜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새판은 짜여질 수가 없다는 사실을 그 때에 실감나게 배웠다.

 

팀 사인이 말한 “미래가 단순히 현재의 연장인양...”이라는 말은 요즘 식으로 말하면 기존의 패러다음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라는 말인데 그래서 내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다른 사람 머리를 좀 빌리는 것이다. 이것을 팀목회라고도 부르는데 이름은 뭐라고 붙이던 상관없다. 그냥 혼자서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제일 문제가 있는 목회자는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노래하고 춤추는 만능 엔트테이너 목회자가 아닐까? 생각한다.(개척 교회라는 특수 상황이라면 몰라도)

 

근대까지는 그런 목회자가 환영 받았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변화의 속도가 LTE도 늦어 5G의 속도로 변하는 시대에는 목회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님을 더 알게 된다. 그런데 이런 팀목회가 성경적이란 사실은 성경이 증명해 준다.

 

하나님은 모세를 돕기 위해 아론을 준비하셨고 바울을 위해서는 바나바와 실라를 부르셨다. 우리가 그토록 롤 모델 교회라고 부르던 안디옥 교회는 집단 리더십 시스템의 교회였다

 

▲ 온라인으로 방송되는 찬양 장면.     ©멜번순복음교회     

 

“안디옥 교회에 선지자들과 교사들이 있으니 곧 바나바와 니게르라 하는 시므온과 구레네 사람 루기오와 분봉 왕 헤롯의 젖동생 마나엔과 및 사울이라.”(행 13:1)

 

이들이 함께 모여 금식할 때에 사도행전의 BC와 AD를 가른다는 그 해외 선교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역이 태동한 것이다.

 

얼마 전, 수요 찬양 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내 생각은 정말 단순했다. 그냥 오르간 잘 치는 박목사가 앉아서 찬양 부르고 멘트 날리면서 한 시간 정도 때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솔직히 아이디어만 있었지 전혀 그 다음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건 나의 짧은 생각이었고 그 생각이 얼마나 나이브한지는 곧 알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음악 방송을 위해서는 방송 장비를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리된 콘티를 짜는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했다.

 

하나의 완성된 프로그램은 여러 명의 헌신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결국 6명의 성도들이 합류하게 되었고 수요 찬양 캠프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꼰대 라떼라는 말이 있다

 

▲ 수요 찬양집회를 준비하는 성도들    ©멜번순복음교회    

 

“나 때는 말이야~”

 

함튼 나이가 들면 자기 시대의 편협한 가치관에 물든 옛날 이야기들을 들추어 내면서 불필요한 말 잔치를 벌이는 꼰대가 되기 쉬운데 나도 나이가 들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내가 그렇다는 말이다!)

 

요즘 내 처가 나에게 주문하는 것은 제발 내가 좋아하는 그 말하는 것 좀 줄이고 젊은 사람들 이야기 더 들으라는 것이다.(하나님과 아내는 언제나 맞다!) 그래야 꼰대가 아닌 어른(?)으로 살아 남는다고.

 

Post Covid-19 시대가 어떻게 될지 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다시 물어 보고 싶다. 왜냐하면 나보다 더 잘 알 것 같기 때문이다.

 

벌써 오래 전의 일인데 사진은 초점이 흐리게 나왔지만 바라데로에서 목회하는 친구 디에고 목사 교회에 소향 데리고 갔던 사진이다. 이런 조합도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배워본다.

 

패러다임 쉬프트.

 

최주호|멜번순복음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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