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과 한국교회를 허무는 여우

주경식/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8/25 [17:24]

 

▲ 전광훈 씨가 코로나19 검체검사를 받은 뒤 지난 8월 17일 오후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어 부인과 비서도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진= YTN 뉴스 캡쳐)     


미국의 저명한 기독교 역사학자 마크 놀은 그의 책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에서 미국의 20세기 복음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20세기 미국식 복음주의는 현대사회와 문화의 영역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사고하고 성찰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채 자신들만의 게토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정치나 과학과 같은 정밀하고 지적 학문적 연구가 요구되는 분야에서조차 성도들을 세대주의나 어설픈 종말론적 망상에 갇히게 하고, 창조과학 같은 유사과학적 접근으로 지성인들을 신앙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일침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전광훈과 그를 추종하는 맹신자들이 벌이고 있는 작태는 한국교회 이미지를 처참하게 망가트리다 못해 분노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전광훈-사랑제일교회-8.15 집회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 확진자가 796명으로 폭증했다.(8월 22일 현재) 서울 25개 지역 전역에서 관련 확진자가 나왔다. 신천지 때보다 더 위기이다. 게다가 성령의 불이 떨어져 코로나도 낫는다며 온갖 집회를 주도했던 전광훈은 물론 그의 부인과 비서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그는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하고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8.15 집회를 참석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은 방역당국에서 요청하는 사항들을 대부분 무시하거나 오히려 역행해 왔다. 심지어 YTN의 보도를 따르면 코로나 감염 의심 증상 교인에게 “검사를 미루고 8.15 집회에 참석하라”고 권유하는 녹취록까지 나오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경북 포항에서 사랑제일교회 예배 참석 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여신자가 병원 격리를 피하기 위해 남편의 팔을 물어뜯고 도주했다가 붙잡힌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파주병원에 격리병원에 입원 중인 사랑제일교회 관련 50대 남자 확진자는 탈출하여 종로와 신촌 일대를 활보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신천지와 한국교회

 

지난 2월 말만 하더라도 한국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코로나 발병국이었다. 그때 한국에서 코로나 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신천지 집단 때문이었다. 한국의 코로나는 신천지 멤버였던 61세 여성을 시작으로 방역에 비협조적이었던 신천지 집단을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었다.

 

당시 한국사회는 신천지가 어떤 집단이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신천지로 눈덩이처럼 커져가던 발병율이 정부 방역당국의 신속한 방어와 대응으로 감소추세로 돌아섰고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전 세계 국가 중 코로나 사태로부터 가장 성공한 방역국가 중 하나로 손꼽혔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 방역에 성공함으로써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으로 한국사회의 선진화를 드높이고 K-방역을 자랑하던 한국사회가 또 다시 전광훈과 그를 지원하는 한국교회들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되었다.

 

이번 8.15 광화문 집회를 통해 전광훈이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입힌 피해는 신천지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심각한 지경이다. 사실 일반인들도 신천지는 일반교회와는 다른 이단적인 모임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안다. 그리고 전광훈은 이단과는 다른 정통교회의 목사라고 알고 있다.

 

이미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광훈은 보수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많은 목사와 한국교회가 노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그를 지원하고 있다.

 

김진홍 목사(두레수도원)는 이런 심각한 코로나 사태에서 방송을 통해 노골적으로 전광훈 목사와 8.15 광복절 집회를 지지하고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독려까지 했다.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의 장로들은 ‘온누리교회 애국장로회’ 이름으로 전광훈이 운영하는 유투브에 출연해 전광훈을 지지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 장로들은 8.15 광화문 집회에 교인들의 적극적인 참석을 독려했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지만 이름만 대면 꽤 유명한 한국의 대형교회와 목사들이 전광훈을 노골적 또는 심정적으로 지원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오늘 한국교회는 목도하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는 신천지나 한국교회가 다른 집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사회일각에서는 기독교를 개독교로 부르고 한국교회의 비공공성과 윤리의 부재를 질책해 왔는데 전광훈과 그의 추종세력들로 인해 한국교회는 무참히 망가졌다.

 

한국교회 코로나 주범으로

 

이번 8.15 집회와 몇몇 교회의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는 이전 신천지 감염사태보다 양상이 훨씬 심각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는 대구와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일어났다면 지금은 인구 밀도가 높고 한국 인구의 50%가 모여 있는 수도권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신천지는 어느 정도 방역당국에 협조했기 때문에 코로나 불길을 비교적 일찍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뉴스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사랑제일교회를 포함한 많은 보수 기독교인들은 반정부 성향을 띄고 있고 정부의 방역수칙과 역학조사에 협조적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명단을 가짜로 제출하거나 확진을 통보받고서도 거리를 활보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한국 시민들은 다시 찾아온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생들이 등교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몇 달 동안 의료진과 정부, 온국민이 힘을 합쳐 협력해온 덕에 겨우 정상적인 삶을 찾아가는 중이었는데 거짓교사와 그를 쫓는 맹신도들, 성조기를 넘어 일장기(어떻게 이런 사고가 가능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까지 들고 나온 극우 기독교와 태극기 부대로 인해 대한민국이 한 순간에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 반정부 성향을 띄고 있는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정부의 방역수칙과 역학조사에 협조적이지 않아 코로나19 수도권 확산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사진= YTN 뉴스 캡쳐)     

 

숨도 쉬기 어려운 우주복 같은 방역복을 입고 24시간도 모자라게 고투해온 의료진과 방역 당국의 사진을 보면 너무 미안해 눈물이 날 지경이다. 타인의 고통과 공공의 안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이들을 어떻게 그리스도인, 성숙한 시민사회의 구성원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한국도 자칫하면 호주의 멜번처럼 락다운(봉쇄) 3단계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심각한 경제 마비를 야기할 수도 있다. 결국 이 책임지지 못할 행동들은 그렇지 않아도 한국교회의 이미지가 개독교로 불리울 정도로 실추된 이때 영영 복구되기 힘들 정도로 사회로부터 지탄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만든 것이다.

 

135년 전통의 한국 개신교의 아름다운 영성과 사회적 명성이 포도원을 허무는 작은 여우 한 마리로 인해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어 버린 사실에 슬픔을 지나 분노가 일어난다.

 

한국교회와 반지성주의

 

손봉호 교수는 지금의 한국교회가 개신교 역사상 가장 타락한 집단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전광훈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벌인 이번 사태는 한국교회가 얼마나 맹신과 무지한 경건에 빠져있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신앙의 본질과 하나님나라의 정신의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타인에 대한 배려, 공적의식이 부재한 이런 행동들은 하지 않을 것이다.

 

칼빈은 중세교회의 ‘미신적 맹신’은 바른 신앙이 아니라고 일침한다. 마치 ‘신령한 신앙’을 갖기 위해서는 세상과 사회와는 전혀 소통하지 않는 것이 좋은 신앙으로 착각하는 자들이 있다.

 

특히 교회 안에서 자란 목회자들은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 마치 신앙이 좋은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상식이란 모든 사람이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인정하는 보편성을 기준으로 한다.

 

▲ 8.15 광화문 광장 집회는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경찰 추산 1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으며, 경찰 인력도 7천여 명이 배치됐다.(사진= JTBC 뉴스 캡쳐)    

 

즉 인간이라면 대다수가 인정하는 지식이나 윤리, 사회규범 등 보편적인 판단력이나 사리분별이다. 그런데 유독 이런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이 바로 종교인, 그 중에서도 목회자 그룹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 속에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보편적인 지식이나 교양, 가치체계와 소통할 수 없다는 뜻이며, 나아가서는 사회에 배타적이고 대립하는 모습으로 귀결된다.

 

‘광신’에 매몰될수록 상식이 마비되고, 인간의 합리성과 비판적 이성은 ‘신앙’에 반하는 행위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맹목적인 신앙’에 빠진 자일수록 소통이 어렵고 편협한 자기 경험의 주관에 갇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한국교회를 허무는 여우

 

한국교회는 그를 더 이상 ‘목사’로 불러서는 안된다. 사실 그에게는 ‘목사’의 칭호도 아깝다. 그는 대한신학교에서 공부했다고 하나 사실 그가 다닌 대한신학교는 안양대학교의 전신이 아닌 김세창 목사가 설립한 대신개혁의 무인가 신학교이다. 학사학위 인정 교육기관에서 공부한 사실이 없다. 대학원도 6개월 과정으로 마쳤다고 주장하므로 최소 3년 이상 걸리는 목회학 석사학위 과정과는 다르다.

 

이런 자격미달 인간이 목사가 되어 사회를 편가르고 혹세무민하는 것을 동조했던 보수 기독교세력들은 재를 뒤집어쓰고 참회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전광훈이 뱉어낸 수많은 말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비 상식적이고 이단의 괴수인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정치를 앞세운 광신에 사로잡혀 공중 앞에서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이러한 신성모독의 망발을 내뱉어도 어떤 목사는 그를 두둔하며 말꼬리잡지 말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광화문 집회에 나오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 버린다”라고 까지 말하지만 이것을 두고 어느 개신교 목사도 그에게 바른 말을 해주는 목사를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생명책에 있는 이름을 지울 수 있는 존재인가? 그렇다면 그는 하나님 아닌가? 하나님도 자기에게 까불면 죽는다고 말하는 그는 하나님보다 더 높은 존재가 아닌가?

 

전광훈을 변호하는 어떤 인간은 이것은 단지 그의 신앙이 너무 천진난만한 아기 같은 신앙이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그를 변호하는 것을 보면서 기가차서 말을 잃은 기억이 있다.

 

전광훈은 그동안 기독교를 빙자해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예언자 노릇을 하며 사회를 미혹케 한 거짓선지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많은 보수교회들에서는 “전광훈이 보수 애국자”라고 얼마나 추켜 세웠는가?

 

이제 한국교회는 전광훈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다시는 한국교회에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는 이번 사태가 일어나게 된 사실에 대해 백배사죄하고 환골탈퇴하는 자세로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등불을 말 아래 두지 말아야 한다(마 5:15). 등불을 켜서 말 위에 두고 타인을 향한 배려와 교회의 공공성으로 세상을 밝히 비출 때만이 세상이 교회의 존재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주경식|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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