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침묵 깬 호주의 여성 인권 운동가

여성인권운동가 얀 러프 오헌 1주기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8/25 [17:30]

▲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생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얀 러프 오헌 여사 1주기 온라인 추모식에 함께 한 사람들.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 얀 러프 오헌의 딸 캐롤러프와 손녀 루비 챌린저, 비키 채프만 남호주 법무장관, 녹색당 제니 레옹 의원, 노동당 트리쉬 도일 의원.     © 크리스찬리뷰


지난해 8월 19일, 96세의 나이로 타계한 호주 유일의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생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얀 러프 오헌 여사(Jan Ruff O’Herne, 1923 ~ 2019)를 기리는 1주기 추모식이 지난 8월 15일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 추진위원회와 멜번 평화의 소녀상 건립 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고(故) 얀 러프 오헌 1주기 온라인 추모식에는 고인의 유가족을 비롯해 호주, 한국, 뉴질랜드, 일본, 미국, 캐나다, 독일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과 일본군성노예제 관련 연구자 및 예술가, 정치인, 종교인, 관심 있는 시민 100여 명이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과 유투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참여하였다. 추모식은 고인의 생전 활동소개, 추모시 낭독, 추모사, 추모 공연 등으로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인권운동가이자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애쉬필드연합교회 담임목사인 빌 쿠르스는 추모사에서 “우리는 젠(Jan)을 그녀의 사랑으로 인해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으로 인해 우리는 그녀에게 일어난 일을 기억할 것이고 영원히 세상을 바꾸려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비키 채프만(Vickie Chapman) 남호주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은(일본군성노예제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위안부’라는 이름에 가려진 성노예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강간 피해 여성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모든 소년과 소녀들에게 이러한 역사를 가르치고 이 행동이 왜 잘못 되었는지 가르쳐야 한다.”라며 피해자들의 스토리텔링과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온라인 추모식에는 지난 8월 6일 뉴사우스웨일즈 주 의회에 오헌 여사의 기일인 8월 19일을 ‘얀 러프 오헌 공식 기념일’로 제정하는 결의안을 공동으로 발의한 노동당의 트리쉬 도일(Trish Doyle)과 녹색당의 제니 레옹(Jenny Leong)도 참석하였다.

 

두 의원은 3개 정당(자유당, 노동당, 녹색당)이 일치된 의견으로 초당적 발의를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얀 러프 오헌의 업적 및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는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시소추    

 

▲ 애쉬필드연합교회 빌 크루즈 목사. ©시소추   

 

▲ 애쉬필드연합교회 빌 크루즈 목사.  ©시소추     


오헌 여사의 가족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고인의 삶과 뜻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전했다. 화가이자 다큐멘터리 ‘50년의 침묵(50 YEARS OF SILENCE)’ 제작자였던 오헌 여사의 딸 캐롤 러프는 추모식에서 어머니를 위해 만든 노래 ‘마이 라이프(My Life)’와 오헌 여사가 생전 작곡하였던 ‘리멤버 미(Remember Me)’를 우크렐레 연주와 함께 불러 참석자들을 감동시켰다.

 

또한 오헌 여사의 손녀인 루비 챌린저는 2018년 할머니의 이야기를 단편영화 ‘데일리 브레드(Daily Bread)’를 제작하여 여러 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으며 현재 할머니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영화 ‘더 핸커치’(The Handkerchief)의 제작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가들도 이날 함께 오헌 여사를 추모하였다. 한국의 정의기억연대, 캐나다의 알파에듀케이션, 미국의 사회정의교육재단, 뉴질랜드의 더좋은세상, 일본의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 전국행동, 독일의 코리아협의회 등에서 활동가들이 참여하였다.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은 “얀 할머니의 고귀한 정신과 용기 있는 행동을 기억하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끝까지 함께할 것을 다짐한다.”라고 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가해자가 처벌받는 세상, 피해자의 인권이 올바르게 회복되는 세상이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다. 얀 할머니를 항상 기억할 것이다.”라고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얀 러프 오헌 여사는 1992년부터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사실을 여러 증언 활동을 통해 쉼 없이 세상에 알렸다. 그는 호주인이자 유일한 백인 유럽계 여성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사실을 용기있게 증언하여 일본군성노예제의 역사적 진실과 여성인권 침해 문제가 아시아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 인권침해의 문제로 확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얀 러프 오헌의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사실과 여성인권 운동에 대한 내용은 그의 자서전 ‘50년의 침묵’(Fifty Years of Silence)에 자세히 나와있으며 한국어로는 2018년 ‘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로 출간되었다.

 

또한 얀 러프 오헌은 그동안 여성인권운동과 평화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앤작 평화상(ANZAC Peace Prize), 네델란드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교황 훈장, 성 실베스터 훈장, 존 하워드 총리로부터 100년 훈장 및 다수의 인권상을 받았다.

 

얀 러프 오헌 1주기 온라인 추모식을 공동주최한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 추진위원회와 멜번 평화의 소녀상 건립 위원회는 앞으로 뉴사우스웨일즈 주 의회에서 얀 러프 오헌의 공식 기념일 제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다양한 홍보와 청원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기사제공=시소추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