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의
 
서을식 /크리스찬리뷰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로마서 1:17)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가 전에는 가장 싫어했으나 후에는 가장 사랑하는 성경 말씀이 됐다는 구절이다.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루터는 ‘탑의 경험’ (Tower Experience)을 통해, 하나님의 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하나님의 의를 ‘심판’이 아닌 ‘사랑’으로 이해하자, 이 구절이 ‘천국의 문’이 되었고, 또한 성경 전체가 새로운 얼굴로 그에게 나타났다고 한다.

 

복음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에 대한 해석은 아직도 다툼의 여지가 있으나, 하나님께서 사람을 의롭게 하시는 계획이라고 보면 무난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십자가 믿음을 통해 의롭게 되는 칭의의 획득을 가능케 하는, 그 중심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바로 하나님의 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루터의 깨달음은 신약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열어 놓은 구원에 이르는 길에 대한 재발견이었다.

 

중세의 스콜라주의는 선행의인화를 강조했다. 인간의 공로로 구원에 이르고자 하는 성향이 강했다. 이런 점에서 루터의 깨달음은 놀라웠고, 이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은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는 르네상스 시대에 종교개혁의 강력한 동력이 된다. 

 

성경에 대한 재발견을 통해 바른 믿음의 도리를 회복했으니, 참으로 큰 하나님의 은혜이며, 실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사람의 계획과 대조된다. 사람의 계획은 그 자신이 행위 하는 노력이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선물로 주어지는 믿음이다.

 

믿음과 행위는 둘 다 단답형 정의가 존재하기 어렵고, 점층적 다면적 또는 통시적 공시적 상호작용을 통해 워낙 복잡한 결합이 가능하다 보니, 어디에 기준점을 놓아야 할지 또는 균형을 잡아야 할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다. 

 

섣불리 특정 교단의 교리를 받아들이기보다, 충분히 고민하고 충분히 기다리라. 어느 순간, 하늘로부터 임하는 하나님의 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지식까지 새롭게 함을 받는 당신의 탑의 경험을 하고 나면,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샘솟는 생수의 강이 당신에게 흘러넘치는 격동을 거쳐 영적 평안에 이르게 될 것이다.

 

바울이 행위로는 구원 얻을 수 없다고 말할 때, 그 행위는 구원에 이르고자 하는 방법으로써 사람 편에서 행하는 율법적인 행위를 뜻한다. 야고보 사도가 말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복음적 믿음의 실천을 뜻한다. 

 

즉 구원을 얻으려는 선한 공로가 아니고, 하나님께서 예비하여 값없이 주신 구원의 선물에 대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이니, 이는 마땅히 적극적으로 표현되어야 할 삶이다.

 

믿음으로 구원 얻는다는 ‘이신득의’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이 구절은 그리 놀랍지 않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 어떤 면에서는 오용되고, 어떤 점에서는 식상하기까지 하다. 십자가 은혜는 결코 값싼 은혜가 아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온 인류의 죄의 짐을 대신 짊어지고 대속의 죽음을 죽으시고 부활하여 활성화한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참으로 값비싼 은혜임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너무 가볍게 노래로만 접근하고, 너무 경박하게 기도로만 쏟아 놓지 말고, 지속적인 절제와 경건으로 충분히 행동으로 감사하는 뒷받침이 있기를 소망한다.

 

“너는 믿음이 있고 나는 행함이 있으니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 보이라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약 2:18)고 도전하는 야고보서가 전하는 비장함이 “너희가 죄와 싸우되 아직 피 흘리기까지는 대항하지 아니하고”(히 12:4)라는 말씀과 맞물려 결의를 새롭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으면 한다. 

 

로마 천주교가 루터를 파면하고, 황제 찰스 5세가 그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치외법권자로 선포했을 때, 루터가 외쳤다는 말이 있다.

 

“하나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도우소서”(Here I stand, help me, God!). 이 말에서 물씬 풍기는 그의 야성적 영성과 온 세상을 대적하여 맞서는 용기를 본받자. 그리하여 오늘도 자신 안에 선한 것 하나 없기에 하나님의 의, 그리스도의 의의 옷을 덧입을 뿐 아니고, 전신갑주로 무장하여 우리가 직면한 이 시대의 영적 전투를 수행하고, 당면한 개혁 과제를 풀어나가는 하나님의 군대가 되기를 축복한다.

 

 

서을식|버우드소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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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6 [16:37]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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