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김훈/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11/30 [05:52]

 

Q: 고통 없이 살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삶이 너무도 힘드네요. 
 
A: 리노에 있는 네바다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Steve C. Hayes는 인간은 고도의 언어 및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똑 같은 장면을 보아도 다양한 연상, 유추, 해석을 할 수 있어서 고통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이 사람과 동물이 다른 점이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고통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수용하고 그 고통이 또 다른 고통을 만들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암치료를 하는 사람들은 암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암을 친구 삼아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우리 삶에 있는 다양한 어쩔 수 없는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고 수용하면서 그러면서도 여전히 내 삶의 가치 있는 귀한 것들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고통을 다루는 방법이다.


그러면 어떻게 고통을 감내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최근 필자의 딸이 생리통이 심해서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 나도 모르게 그 고통 속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 딸도 자신도 모르게 몸이 아프니 죽을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쉽게 도달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 중에 하나는 고통이 올 때 고통을 관찰하는 것이다.  


내 마음에 짐을 싣고 가는 기차가 있는데 그 기차를 다리 위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다리 위에서 기차를 보니 기차 한 칸에는 감정이라고 하는 짐을 싣고 가고 있고 또 한 칸에는 생각이라고 하는 짐을 또 한 칸에는 신체 감각이라고 하는 짐을 싣고 있는데 그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내 마음의 기차에 지금 슬픔이라는 감정이 지나가고 있구나! ”, “내 마음의 기차에 지금 ‘다 내 잘못이야’라는 생각이 있구나!”라고 관찰한다.  
 

평소에 내마음에 일어나는 일들은 관찰자로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하면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고통을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러면 고통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기에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내 마음이 구름인 줄 알았는데 구름이 아니고 하늘이며 내 마음이 파도인 줄 알았는데 바다인 것을 알게 된다” 라고 헤이즈는 표현한다.
 

문제가 우리에게 엄습해 있을 때는 그것만이 우리의 삶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위적거리는 경우가 많지만 조금만 떨어져서 관찰하고 지켜보기 시작하면 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고통을 느끼고 고통을 수용한 후 필요한 것은 ‘나의 삶의 가치 찾기’ 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기 원하는가? 나에게 중요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가정, 우정, 직업, 교육, 개인적 성장, 여가, 영성, 시민권, 건강 등에서 가치를 찾아보고 나의 삶의 중요한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에서 보상 (reward)과 긍정적 강화(사람들의 긍정적 반응)를 경험하게 되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고통이 차지하는 내 삶의 부분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전에는 문제가 10 (10이 가장 최악이라고 할 때)으로 보였다면 이제는 2, 3으로 축소되어서 보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내 마음이 구름에서 하늘로 파도에서 바다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내 삶의 고통을 회피로 해결해서 점점 더 괴로워지는 것을 경험한다면 하던 노력을 멈추고 이제는 고통을 수용하는 법을 배워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래 늪에 빠진 사람에게 보다 현명하고 안전한 행동은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투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발에 힘을 주는 것을 멈추고 늪과 함께 최대한 독수리 자세로 가만히 누워서 많은 표면에 접촉하는 것이다.” 〠

김훈 호주기독교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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