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장식이 있는 2020년 성탄절
 
양병구/크리스찬리뷰

 

호주의 성탄장식 콘테스트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아 골드코스트에서 몇 달을 지내던 2006년 11월 어느 수요일 저녁이었습니다. 그날도 수요예배를 마치고 예배에 참여했던 고등학생을 집에 데려다주는 길이었습니다. 그 학생은 교회에서 조금 떨어진 산언저리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집 가까운 모서리를 막 돌아 들어가는 순간 하우스 전체가 성탄장식으로 휘황찬란하게 꾸며진 집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제가 호주에 오기 전 한국 교회와 사회의 분위기는 가정에서 성탄 장식하는 것을 허례허식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당시 한국의 대형 백화점이나 상가에 화려한 성탄장식은 당연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교회에서조차도 교회 건물의 안과 밖에 성탄장식을 하면, 왜 그렇게 요란하게 성탄장식을 해서 예산을 낭비하느냐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였습니다.

 

몇 년 후 저의 부모님이 12월경에 호주를 방문하셨을 때, 그 집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날은 마침 그 집 주인과 잠깐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그 집 주인에게 어느 교회 출석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어렸을 때에는 교회에 출석했지만 지금은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하나님은 지금도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어린 시절 당신의 그 신앙을 회복하고 가까운 교회에 출석하기를 바랍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는 더 이상 예수님을 믿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아마 제 마음속에 자신의 집을 이 정도로 장식하는 사람이라면 신앙이 굉장히 깊은 사람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그런데 왜 이렇게 당신의 집을 아름답게 성탄장식을 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시티카운슬에서 실시하는 성탄장식 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라면서, 그 콘테스트에서 입상하면 상금은 물론 1년 전기사용료를 면제받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웃들과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라는 성탄의 의미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자신의 집을 이렇게 화려하게 장식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수 없는 성탄 장식은 지금까지도 제 마음에 잊을 수 없는 충격으로 남아 있습니다.

 

교회의 내용과 형식

 

그런데 사실 이런 현상은 교회 안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입니다. 교회의 본질은 엄청난 규모의 건물과 화려한 내부 장식에 묻혀버린 지 오래입니다. 교회와 성도들은 세월이 갈수록 형식에 집착한 나머지 절대로 버리지 말아야 하는 내용인 하나님의 의를 버립니다.

 

교회에서 흔히 강조하는 형식은 교회출석, 봉사, 찬양대원으로 섬기는 것, 헌금 드리는 것, 성경 공부하는 것, 등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말하는 내용이란 말씀과 기도를 통해서 주님의 뜻을 발견하고 깨달아서 그 삶 자체가 변화되는 것을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교회와 성도들은 세월이 갈수록 하나님의 의라는 내용을 버리고 형식에 집착하고 형식만을 붙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식일의 정신과 안식일 제도

 

성경에서 예수님으로부터 가장 많은 꾸중을 들은 사람들은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입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신앙의 본질이 아닌 형식만을 중요하게 여긴 나머지 외식과 형식으로 흘러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안식일에 일하지 말라”(신 5:14)는 말씀을 더욱 구체화해서 안식일에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을 매우 세세하게 구분했습니다.

 

예컨대 안식일에 약 1킬로미터 이상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하지 말아야할 일’이 되었기 때문에 멀리 가면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바위에 깔려 죽어가고 있어도, 그들은 안식일에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바위를 옮기지 말아야 했습니다.

 

지금도 이스라엘에서는 안식일에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르는 것은 ‘일’이 되므로 요즈음에는 엘리베이터 층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모든 층을 자동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안식일용 엘리베이터를 운행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안식일에 외적이 쳐들어와도 안식일이라고 싸우지 않아서 군인들이 전멸한 예도 있었습니다. 종교가 내용을 무시한 채 형식화되면 이렇게 무섭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안식일에 육체적으로도 쉼을 얻고, 생명을 구원하고,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라고 인간에게 안식일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바리새인들이 안식일에 관한 규례를 수도 없이 만들어 율법화 함으로써 안식일이 즐겁고 신나는 날이 아니라 고통의 날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라

 

예수님께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책망하시면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주셨습니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 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마 23:23)

 

당시 율법을 필사하고 보존하고 해석하는 일을 하는 서기관들은 율법에 능통했습니다. 그래서 서기관들은 율법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이었습니다. 바리새라는 말은 '분리된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부정한 것들로부터의 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 또한 유대교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사람들이 보기에 감탄할 정도로 소득의 십일조헌금을 열심히 바쳤습니다. 종교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신앙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들의 삶에는 정의도 긍휼도 믿음도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책망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십일조생활도 열심히 하고 정의와 긍휼과 믿음도 버리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

 

Covid-19로 인해서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진 성도들 중에서 주일에 예배당에서 드리는 현장예배보다는 집에서 온라인으로 예배하겠다고 말하는 성도들이 있습니다. 예배당에서 예배하는 것은 맞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예배하는 것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일에 예배당에 모여서 예배하는 과정과 형식 자체가 성도들의 신앙 고백입니다.

 

우리가 예배할 때 좋은 형식은 매우 중요합니다.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므로 좋은 형식 안에 좋은 예배가 담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과 진리로 예배하라는 것은 성령 안에서, 진리 안에서 예배하라는 것이지, 형식을 없애라”는 뜻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주님께 나오느냐 하는 것은 마음의 문제와 함께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형식은 갖추었지만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다면 올바른 예배라 말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예배할 때 예배의 형식과 함께 예배의 내용도 채우라고 말씀하셨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2020년 성탄절은

 

그런 점에서 올해 성탄절에는 각 가정은 물론 교회 예배당에 성탄장식을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화려하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소박하지만 우리 주님 아기로 오심을 기뻐하면서 주위에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시기 위해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음을 전하는 성탄절, 아기 예수님을 돋보이게 하는 성탄장식이 있는 2020년 성탄절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양병구|골드코스트온누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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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1/30 [14:31]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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