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지켜보는 것과 지키는 것 둘다 사명입니다

글/손동준 사진/권순형 | 입력 : 2020/11/30 [14:49]

 

▲ 교계 기자는 특수한 직업이다. 교회를 주 무대로 일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직업적인 접근을 해선 본인의 신앙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진은 크리스천투데이 설립자 장재형 목사 측 교회 이탈자 이동준 씨가 “장재형 씨를 재림주로 교육 받고 다시 오신 그리스도”라고 증언한 기자회견 장면.(2018. 9)   ©크리스찬리뷰     


2020년처럼 교회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한 때가 있었나 싶다. 연초에는 ‘신천지 집단’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단’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여러 교계 인사들이 뉴스에 등장했다. 교회만의 문제로 치부되던 이단 관련 이슈에 일반 국민들까지도 관심을 갖는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런가 하면 총선 정국에는 ‘반정부’ 세력의 중심으로 교회가 주목을 받았고, 광복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외면한 집회 시위를 특정 교회가 주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교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교계 기자’들에게도 올해와 같은 상황은 익숙하지 않다. 교회 발 뉴스라면 누구보다 빠르게 접할 수밖에 없는데도 단순히 ‘속보 경쟁’을 하기에는 찝찝한 구석이 있다. 기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파수꾼

 

A방송사의 B기자. 교계 기자로 활동한지 20년 가까이 된 그에게도 교계 취재는 늘 어렵다. 교회 관련 사건을 고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많이 하는 매체이다 보니 교계 내부에서도 A매체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은 것. SNS에는 해당 매체에 일하는 기자 이름을 거론하며 ‘주사파’ 출신 운운하는 글도 올라왔다. 해당 기자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저 자기들 비판한다고 ‘빨갱이’ 운운하는 것은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혹자는 우리 매체의 보도를 ‘애정이 없다’, ‘반기독교적이다’라고 지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기준, 예수님의 기준으로 사안을 바라보기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저희는 파수꾼 같은 마음으로 교계를 바라봅니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와 문제에 대해 눈감아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니까요.”

 

C매체에서 일하는 D기자는 “교계에도 교회를 무조건 지키자는 세력과 개혁이라는 기치로 무차별적인 공세를 펼치는 세력이 각각 존재하고 있다”며 “마치 이것이 정치적 보수와 진보처럼 나뉜다”고 설명했다.

 

D기자는 “최대한 중립을 지키면서 쓰려고 한다”며 “그런데도 각자의 입장이 있다 보니 어떻게 기사를 써도 그렇게 항의 전화가 많이 온다. 가장 많이 기도하는 내용은 내가 쓴 기사로 인해 어느 소수의 피해자나 상처받는 사람이 안 생기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 신앙

 

E매체에 일하는 F기자는 무엇보다 자신이 한국교회를 향한 애정을 가지고 기사를 쓴다는 점을 강조했다. 잠시 교계를 떠나 일반 매체에서도 활동했던 그는, 교계에 대한 그리움으로 다시 교계로 돌아왔다.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사명’으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F 기자는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기사로 인해 한국교회가 더욱 새로워지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무엇보다 처음 교계 기자가 되었을 당시 순수했던 청년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 받을 은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앙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짧지 않은 시간 교계에 있으면서 여러 기자들을 봤습니다. 세 가지 유형을 봤는데, 첫 번째는 교계의 부조리를 보면서 신앙을 잃어버리는 경우였습니다. 두 번째는 교회를 떠나지는 않지만 비판적인 모습만 남은 경우죠. 마지막 세 번째는 사람의 일로 신앙이 흔들리지 않는 초월의 경지입니다. 교계 기자로 일하면서 신앙을 잃어버리거나 은혜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에게 가장 큰 손실입니다.”

 

올해로 23년차인 기독교포털뉴스 정윤석 대표기자. 정 기자는 한국교회를 향한 애정이야말로 교계기자의 필수 덕목이라고 꼽았다.

 

이단 문제는 우리가 적임자

 

올해로 23년차를 맞은 기독교포털뉴스의 정윤석 기자. 정 기자는 지난 2012년 기존에 일하던 매체에서 독립해 이단 및 사이비 관련 탐사보도에 특화된 매체인 기독교포털뉴스를 꾸렸다. 정 기자는 이 매체의 발행인이자 편집인이면서 취재와 광고영업까지 도맡아하고 있다. 이단·사이비 관련 취재를 하면서 위험천만했던 현장도 많았다.

 

“초년병 시절 사이비단체에 잠입해 1개월 가량 성경공부를 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신분을 밝혔더니 불같이 화를 내며 셔터를 내리고 신도들을 동원해 위협을 하더군요. 또 한 번은 충주의 한 콘도에서 문제가 있다는 인물을 취재했더니 해당 집단 직원이 ‘정 기자 자꾸 이러면 충주호로 들어가는 거’라며 협박을 했습니다. 무섭긴 했지만 한편으로 기뻤습니다. 정상적인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죠.”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가 이 일에 매달리는 이유는 ‘사명’ 때문이다. 자신이 쓴 기사로 인해 한국교회 성도들이 조금이나마 행복해지고 하나님 안에서 스스로의 삶을 잘 디자인하며 살면 좋겠다는 것이 정 기자의 바람이다.

 

“이단 사이비에 빠지면 결국 자신의 인생은 물론이고 가족의 인생까지 파탄이 납니다. 교주의 아바타로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거든요. 바른 신앙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단체가 문제이고 어느 단체가 건전한지, 사람들이 빠지기 전에 먼저 알아보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한국교회 비판 마음 아파

 

정윤석 기자는 교계 기자로 일하면서 최근 가장 힘들다고 했다. 교회가 도매금으로 비판 받는 모습을 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

 

“이단을 떠나서 정통교회 내에서도 불법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부 교회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운 사안도 있긴 하지만 교회는 이 땅에 세우신 하나님 나라의 모형이고 모범이기에 훼손되지 않으면 하죠. 교회 문제가 터졌을 때 기독교 전부의 문제로 비난받는 것이 마음 아프고 불편합니다. 교계 기자라면 ‘그래도 교회가 희망’이라는 생각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혁’을 모토로 세우면서 교회를 다시 회복하지 못할 만큼 타락한 곳으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 호주 순회 이단 대책 세미나 강사로 초청된 정윤석 기자가 시교협 세미나에서 열강하고 있다.(2018. 10)     © 크리스찬리뷰

 

그러면서 정 기자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향해서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모형이기에 이 안에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남녀노소가 다 초월하여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에는 좌익도 있을 것이고 극우보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97년에는 강단 메시지의 정치 이념화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예배에 참여한 교인의 40%는 대통령을 지지하고 40%는 반대합니다. 나머지 20%는 관심이 없거나 예배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이죠. 특정 정책의 문제나 정치인에 관한 이야기는 예배보다는 토론의 장에서 나타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아이굿 뉴스사역과 직업사이 교계 기자기사를 옮겼습니다.

 

 

손동준|아이굿뉴스 기자

권순형|본지 발행인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