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히… 평화로다

서을식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11/30 [15:39]

 

“홀연히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여 이르되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누가복음 2:13-14)

 

주의 사자가 목자들에게 나타나 구주 탄생의 소식을 전한 후에 부른 찬송이다. 지극히 높은 곳과 땅, 하나님과 사람, 영광과 평화의 대비 속에 성탄의 메시지가 선포된다. 구주 탄생을 알리는 첫 크리스마스 축하연이 열리는 야외 음악당을 상상해보라. 

 

별이 총총한 밤, 하늘의 예술가들이 드넓은 야외에서 공연한다. 고요하고 거룩한 밤에 천군과 천사의 하늘의 찬양이 대지의 능선과 계곡을 타고 멀리 퍼져 나간다.

 

영광은 존귀와 위엄이 빛으로 충만한 하나님의 공유적, 비공유적 성품이 온전히 드러난 상태를 뜻한다. 대표적인 성품인, 공의(거룩)와 사랑(자비)이 만나는 곳에 희생의 십자가 하나 세우고, 누구도 

감히 근접 못 할 맑고, 밝고, 따뜻한 빛의 형태로 예수 안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은 최고의 영광을 받기에 합당한 유일한 분이다.

 

반면 이 땅은 전쟁, 홍수, 지진의 소문이 줄을 잇고, 시기, 질투, 미움, 경쟁, 다툼이 계속된다. 팬데믹으로 생존까지 위협받는 현 상황이다. 하늘은 영광으로 빛나나 이 땅에는 평화와 기쁨이 없다. 

 

세상살이가 어려울수록 세상은 더 황폐하고 인심은 사나워지기 쉬우나, 절대 낙심하지 말자. 희망을 품자.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님의 은총은 크고 가깝다. 한밤중 야외 자연 음악당에서 열린 음악회에 초청받은 이들은 놀랍게도 밤에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이었다. 

 

하나님께서는 그 시대의 소외자, 주변인, 경계인, 가난한 자, 연약한 자들을 기뻐하사 먼저 하늘의 영광을 보고, 땅의 평화를 누리도록 하셨듯, 오늘날도 탄식하며 부르짖는 이들을 돌아보신다.

 

코로나19가 재앙으로 찾아왔지만, 슬픈 결말일 필요는 없다. 자욱한 안개로 지금은 영적 시계가 어둡고 멈춘 듯하나, 국면이 전환되는 새 역사의 막을 여실 분이 하나님이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행복한 결말을 가져오실 분도 우리의 아버지이시다.

 

2000년 전 성육신 사건에 담긴 영광과 평화 그리고 기쁨의 메시지는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여 부른 행복한 그리스도인들과 순종하여 짐을 함께 지고 나누는 교회를 통해, 우리의 시간과 공간에 임하고 있다.

 

인생에는 예측 가능한 일만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홀연히 시작되고, 갑자기 진행되고, 급작스럽게 끝나는 일이 많다. 홀연히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들과 함께 찬송하기 시작하듯, 이 땅을 치유하는 ‘하나님의 큰일’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소와 시간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작은 일과 사람을 통해 시작되어 물이 바다 덮음같이 순식간에 충만한 은혜와 진리로 천하를 뒤덮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라도 크고 놀라운 일을 행하실 준비가 되어 있다. 하나님의 열심이 하나님의 일을 이루니, 우리 중에서 갈멜산의 엘리야처럼, 드넓은 바다에서 “사람의 손 만한 작은 구름”이 일어나기도 전에 “큰 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직 내리지도 않은 비에 길이 막힐 것을 대비하는 믿음의 사람들이 일어나도록 기도하자.

 

하늘의 존재들이 동원되는 놀라운 일은 주의 초림뿐 아니고 재림과도 연관되어 있다. 홀연히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실 때가 가깝다. 또한 이 땅에서 펼쳐지는 우리들의 현재 믿음의 경주도 하늘에서 허다한 증인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어려울수록, 하나님의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으로, 하나님의 영광과 땅의 평화를 위해 묵묵히 십자가 지자. 믿음으로 죽지만 말고 믿음으로 살자. 이렇게 영원히 사는 삶이 열린다.

 

홀연히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이웃이 겪는 고통이 심하다. 멈춤과 머무름도, 기다림과 기대함도, 돌아봄과 돌이킴도, 여기서 더하면 짜증이고, 바닥나는 인내에 대한 시험이라는 생각조차 든다. 

 

이런 와중에 올해도 감사절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벌써 성탄의 계절이 되니, 예배도 쉬고 봉사도 손 놓은 크리스천이 많은 요즘, 믿는 한 사람으로 세상에 부끄럽고 참으로 미안하다. 

 

“주여, 휴식은 충분했고, 요구되던 믿음의 초기화는 완료했으니, 이제 홀연히 천군 천사의 하늘 찬송이 시작되게 하소서. 찬송으로 감옥의 문을 열고 나온 바울과 실라처럼, 우리 자신도 코로나에 갇힌 창살을 부수고 나와 지구촌의 평화 축제에 기쁨으로 참여할 날이 속히 이르게 하소서.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가 임하게 하소서.”

 

 

서을식|버우드소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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