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주 총리(Chief Minister)를 꿈꾼다

글/주경식 사진/권순형 | 입력 : 2020/12/29 [14:57]

 

▲ ACT 주정부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슬기 의원.     © 크리스찬리뷰


호주 한인 역사 최초의 주 국회의원 이슬기(Elizabeth Lee) 의원을 인터뷰한지 10개월 만에 다시 인터뷰를 했다(지난 인터뷰 내용, 2020년 5월 호 참조).

 

이번에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는 그녀가 지난 10월에 있었던 ACT 주정부 지방선거에서 다시 주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ACT 주 자유당 당대표(Leader of Liberal Party, ACT Division)로 선출되었다. 겹 경사가 난 것이다. 호주 50년 한인 역사에서는 최초의 일들이다.

 

최초를 갱신하는 한인 여성 정치인

 

호주 50년 한인 역사에서 주 정부(State Government) 이상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은 없었다. 그런데 이슬기 의원이 지난 2016년 최초로 자유당의원으로 ACT 주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올 10월에 ACT 주 국회의원 선거에 다시 도전하여 재선이 된 것이다.

 

지난 5월 호 크리스찬리뷰 인터뷰 제목이 “이슬기 의원 ACT 주의원에 재도전한다”였다. 제목대로 되었다. 최초의 한인 주 정부(State Government) 재선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번에 그녀는 ACT 자유당 당대표로까지 선출되었다. 이것도 한인으로서는 최초이다.

 

▲ 지난해 11월 캔버라에서 발행되는 ‘캔버라 시티 뉴스’ 커버스토리로 소개된 이슬기 의원과 딸 미아 양.   ©Holly Treadaway     

 

그러므로 그녀는 최초의 한인 주정부 국회의원, 최초의 한인 주정부 재선의원, 한인으로서는 최초로 ACT 자유당 당대표까지 역임하는 정치인이 되었다. 이처럼 이슬기 의원은 호주 한인 역사상 최초를 갱신하고 있는 한인 여성 정치인이다. 한인 커뮤티니에서는 크게 축하하고 응원해 주어야 할 일이다.

 

▲ 새로운 ACT 자유당 대표로 선출된 이슬기 의원 가족사진. 남편 나단 핸스포드(Nathan Hansford) 씨와 딸 미아 (Mia)양.  ©Holly Treadaway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녀는 ACT 주 총리(Chief Minister)까지 목표하고 있다. 현재 NSW주 주 총리(Premier)는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언(Gladys Berejiklian)이다. 그녀 역시 이민자에 여성 정치인이다. 이슬기 의원도 같은 여성 정치인이자 이민자로서 ACT주 총리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자신한다.(*ACT는 준 주이기 때문에 주총리를 Chief Minister라 부르고 State는 주 총리를 Premier라고 부른다.)

 

ACT 자유당 당대표가 되다

(Leader of Liberal Party, ACT Division)

 

ACT 주는 지난 10월에 매 4년마다 열리는 주정부(State Government)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이번 선거는 특히 코로나19으로 인해 선거 캠페인을 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과 불편함이 많았다.

 

지난 5월 호 본지 인터뷰 내용을 읽어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이슬기 의원은 2012년 ACT 주의원 선거, 2013년 연방의원 선거에서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2016년 ACT 주의원 선거에서 당당히 주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그리고 4년여 정치 여정을 잘 감당하고 올해 2020년 ACT 주 의원 선거에 다시 도전해 재선의원이 된 것이다. 올해 선거 캠페인은 코로나19으로 다른 때와 사뭇 달랐다. 특히 검은 머리 유색인으로 선거 캠페인 기간동안 황당한 일도 겪었다.

 

“아시겠지만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선거 캠페인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캠페인 기간 동안 사람들을 대면해서 유인물을 나눠주며 정책들을 설명하기도 하고 질문에 대답도 하고 그러는데 이번 선거는 그런 부분이 많이 제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매스컴 등에서 보셨듯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유색인들과 중국인들이 이번 팬데믹 기간 동안에 인종차별을 겪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제가 중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라고 밝히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을 해주는 분도 계셨습니다. 사실 백인들이 한국인과 중국인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 이슬기 의원의 아버지 이연형 씨. 딸의 선거 유세를 돕는 모습에 감동받아 호주인들이 아버지를 보고 표를 찍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 크리스찬리뷰

 

이런 어려운 선거풍토에서 이슬기 의원은 당당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더 놀라운 것은 캔버라 지역은 공무원들이 많은 곳이라 전통적으로 노동당이 강세인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검은머리 유색인, 게다가 여자가 전통적으로 노동당이 강세인 지역에서 두 번째 ACT 주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ACT 주에서 야당(Liberal Party자유당)을 이끄는 당 대표가 된 것이다. 당대표도 물론 경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ACT 주는 국회의원 자리가 총 25석이다. 그 중 올해에는 노동당이 10석, 자유당이 9석, 그린당이 6석을 차지했다. 그럼으로 자동으로 여당인 노동당 당수가 주총리가 되었고, 자유당은 야당이 된 것이다.)

 

“물론이죠, 정치 세계는 항상 라이벌들이 존재하고 당대표도 경선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제가 이번 당대표 경선에 나올 때 헌신된 다른 경선자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확신했습니다. 저를 서포트해주는 많은 동료 의원들이 있었고 다행히 경선에서 압도적인 숫자로 이겨서 당대표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I have no doubt, I have no doubt”를 두 번이나 강하게 피력하면서, 자기를 서포트해주는 다른 동료의원들 때문에 전혀 의심없이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강조한다.

 

선거, 가족의 힘, 동포 사회의 응원

 

기자는 한국과 호주에서 선거를 돕는 캠페이너로 참여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2년 이부영 씨가 민주당 강동구 후보로 나왔을 때 대학을 막 졸업하고 몇 달간 이부영 씨 선거캠프에서 선거를 도왔다.

 

호주에서는 작년 연방선거 때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Reid 지역(스트라스필드, 버우드, 홈부쉬, 콩코드, 리드컴) 노동당 후보로 나온 샘 크로스비의 캠페이너로 몇 달간 그의 선거를 도왔다. 선거 캠페이너로 참여를 해봐서 안다.

 

▲ 이슬기 의원 선거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가족들.  ©이연형    


선거가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 일인 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흔히 선거캠프에서는 선거를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실제 캠페인 단어가 전쟁의 어원에서 왔다). 선거일 막바지에 접어들면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면 장소를 불문하고 찾아가서 후보를 선전하고 선거공약 구호도 외치고 전단지도 나누어 준다.

 

어디 이뿐인가, 후보와 함께 가가호호 각 집을 방문하면서 공약이 담겨있는 전단지를 나누어 주며 인사를 한다. 선거 캠페인에 있어서는 한국과 호주가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선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슬기 의원도 2012년 ACT 주의원 선거, 2013년 연방의원 선거, 2016년 ACT주의원 선거, 2020년 ACT 주의원 선거 모두 네 번의 선거를 치루었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가족들의 서포트가 없었다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선거 캠페인을 돕는 지지자들과 함께한 이슬기 의원과 기자회견하는 이 의원(오른쪽 아래)   ©이연형    

 

▲ 선거 캠페인을 돕는 지지자들과 함께한 이슬기 의원과 기자회견하는 이 의원(오른쪽 아래)    ©이연형     


매 선거 때마다 시드니에 살고 있는 부모님과 여동생들은 아낌없이 희생하며 도왔다. 지난 인터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시드니 블랙타운에 살고 있는 부모님은 매주 토요일마다 새벽 5시에 출발하여 캔버라에 와서 딸의 선거 캠페인을 도왔다.

 

캔버라에 살고 있는 이갑순 선생(ACT 축구협회 캉가컵 홍보대사)을 통해 들은 이야기이다.

 

“이슬기 의원 아버님 이연형 씨를 보고 찍어준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연형 씨가 딸을 도와 얼마나 열심히 선거 홍보를 하는지 호주 사람들이 아버지를 보고 찍었다는 사람들도 제가 제법 보았습니다.”

 

이슬기 의원의 아버지, 이연형(전 호남향우회 회장)씨는 매번 선거가 있을 때마다 먼길을 마다 않고 달려오는 최전선의 우군이다. 어디 아버지뿐인가? 온 가족과 이 의원의 여동생들 또한 이 의원을 후원하는 가장 큰 힘이다.

 

오늘의 이 의원을 있게 한 가장 큰 버팀목이자 정치 후원자인 아버지 이연형 씨 이야기를 들어보자.

 

▲ 2024년 선거에서 ACT 주 총리를 꿈꾸고 있는 이슬기 의원이 인터뷰를 마치며 밝게 웃고 있다.     ©크리스찬리뷰

 

“이민자의 삶이 대부분 그렇듯이, 슬기가 어렸을 때 저희가 참 힘들게 살았습니다. 이민자치고 새벽일 안해 본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제가 당시 밤일을 하다 보니 밤새 일하고 아침에 들어와서 잠을 잤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하고 대화할 시간이 드물었기 때문에 저희는 항상 글로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등 속담들을 써가며서, 그러면서 형제끼리 우애하고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 한다. 네가 큰 언니니까 네가 가는데로 동생들은 따라간다.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죠.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나중에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슬기가 자라온 것을 지켜보며, 제 딸이지만 참 어디 손갈 데가 없는 아이입니다. 다른 분들도 슬기에 대해 알겠지만, 아무래도 아빠인 제가 제일 잘 알겠죠. 절대 실망은 시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ANU법대를 졸업하고 법조인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을 때 2011년 어느날인가? 저한테 묻더라고요, “아빠, 정치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렇게 처음에 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제 내부적으로야 갈등이 있었지만 여태껏 딸아이가 실수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너의 선택이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서포트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저뿐만 아니라 슬기 엄마와 슬기 여동생들도 많은 힘이 되어 주었죠.

 

언젠가 제가 토요일 캔버라로 간다고 하니까 슬기 동생들이 흰 봉투를 내밀더라고요, 그러면서 ‘아빠, 언니 선거 캠페인에 필요한 데 쓰라’고 할 때 참 제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가족의 후원이 가장 큰 힘이구나 느꼈습니다.”

 

그런데 가족은 가족이니까 당연히 서포트를 하지만 한인 동포사회가 보여준 사랑과 관심은 절대 잊을 수가 없습니다. 2012년 한인회관에서 보여준 후원의 밤 행사와 2013년 연방선거 때는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캔버라까지 와서 응원해준 동포사회에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ACT 주 총리(Chief Minister)를 꿈꾸며

 

호주가 아무리 여성의 권리가 신장된 국가라고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많은 여성 사회운동가들이 여성의 임금 인상 및 여성의원 증가 규정안(Gender rules) 등을 제안한다. 앞으로 사회에서는 여성의 역할이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에 있어서도 여성 정치가들이 많은 활약들을 하고 있다. NSW 주만 하더라도 이민자이면서 여성 정치가인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언(Gladys Berejiklian)이 훌륭하게 NSW 주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케이트 카넬(Kate Carnell), 줄리 비숍(Julie Bishop),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나타샤 스콧 데스포자(Natasha Scott Despoja)등의 여성 정치가는 정당을 떠나 이슬기 의원의 여성 정치 롤모델들이다.

 

“이 분들 중 케이트 카넬은 자유당 출신의 ACT의 첫번째 여성 총리였습니다. 그녀 이후로 ACT에서는 여성총리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녀를 정기적으로 만나 정치적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많은 조력을 받을 수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다가오는 2024년 ACT 주 국회의원 선거에서, 만약 ACT 자유당이 노동당보다 의석을 많이 확보한다면 이슬기 의원은 자동으로 ACT주 총리(Chief Minister)에 오르게 된다. 역대 선거결과를 볼 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올해 10월 선거에서도 자유당이 노동당보다 아깝게 1석이 모자라 여당이 되지 못했다. ACT 총 의석이 25석인데 그 중 노동당(Labor Party)이 10석, 자유당(Liberal Party)이 9석, 그린당(Green Party)이 6석을 차지했다.

 

이슬기 의원은 오는 2024년 ACT 주선거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캔버라를 포함한 ACT 지역 주민들을 위해 실제적인 일들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딸의 선거유세를 돕기 위해 매 주말이면 새벽에 시드니를 출발하여 캔버라까지 7개월 동안 달려갔던 이연형 씨.(전 호남향우회 회장)   ©이연형    

 

“저의 일차적인 목표는 ACT 지역 주민들과 저의 지역구인 쿠라종(Kurrajong)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삶이 안정되고 질 높은 교육이 제공되고 건강하게 지역사회 안에서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관련 법안들이 제공되는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ACT 주의 환경을 보전하고 코로나19로부터 모든 지역주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의 일 차 목표입니다.”

 

그가 일 차로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은 다음 번 선거보다도 일차적으로 ACT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그들을 섬기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일을 성실히 수행하다 보면 다음 기회에 자연히 ACT 주민들이 자유당 의원들의 진심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어떻게 보면 느리게 보여도 이것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당장 다음 번 선거를 위해 선거에 진력하는 것보다도 지역주민들을 위해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지역주민들은 그들의 진심을 알게 될 것이다.

 

이슬기 의원은 현재 ACT 쿠라종(Kurrajong) 지역구 하원의원이다. 동시에 ACT 야당인 자유당 당대표를 맡고 있다. 호주 한인 50년 역사를 통틀어 볼 때 기념비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한인 커뮤티니가 함께 축하하고 격려해주어야 할 경사이다.

 

이슬기 의원을 인터뷰하기 위해 캔버라에 방문했을 때 그는 연신 인터뷰 스케줄로 분주했다. 기자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라디오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잠시 그의 사무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지역 신문에 특필된 그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는 새로운 ACT 자유당 대표로, 떠오르는 자유당 정치 리더로 묘사되고 있었다.

 

2024년이 아직 4년이나 남았지만, 이 기간 동안 이슬기의원이 성실하고 훌륭하게 ACT 정치 역사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오는 2024년 ACT 주의원 선거를 잘 이끌어 ACT 주 총리(Chief Minister)가 된다면 더 말할 나위 없는 한인커뮤니티의 자랑이요, 한국인의 자긍심이 될 것이다.

 

2024년 ACT 선거가 아직 멀었지만 한인 커뮤니티에서 그를 위한 후원회가 조직되기를 희망해 본다.

 

글/주경식|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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