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사랑의 ‘네빌 뮤어 목사’

이휘진/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1/01/27 [14:53]
▲ DMI 후원을 위한 박영주 수어 음악회를 마친 후 네빌 뮤어 목사와 기념촬영. (앞줄 왼쪽부터) 이휘진 총영사 부부, 박영주 집사, 네빌 뮤어 목사.(2013. 9.17)     © 크리스찬리뷰


네빌 뮤어 목사(Rev. Neville Muir)께서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슬픈 마음으로 다시 한번 더 그분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제 내가 호주 시드니를 떠나 한국에 온지 거의 5년이 되어 가니 호주에서의 시간도 점차 망막속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분의 모습이 다시 나를 호주와 한국의 인연에 대한 생각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국가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호주에 두 번이나 가서 살았는데, 그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과 호주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리 아는 것도 별로 없었으며 호주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도 백호주의, 캥거루 같은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호주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된 것은 호주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연과 관심, 더 나아가서는 사랑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분들은 인류애적인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몸으로써 실천하신 분들이다.

 

이런 분들 중에서 특히 종교인들이 많은 것은 그들의 종교관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복음을 전파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그런 믿음과 사랑에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저물어가는 조선의 말기에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호주의 선교사들이 한반도의 남녘 땅에 와서 선교활동과 구호사업을 시작한 이래 이 분들은 조선이 국권을 찬탈당하고 암울한 식민치하에서 한인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삶을 돕기 위해 그 사업을 끊임없이 전개하여 나갔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70여 명의 선교사들이 부르심을 받고 이 나라가 해방이 되는 시점까지 사역을 하여 나갔다는 사실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핍박받는 민중들에게 사랑의 전파를 통하여 용기를 북돋아 주고 희망을 가지도록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선교 사업의 연장 선상에서 나에게 특별히 인상에 남는 분이 뮤어 목사님이다. 내가 시드니 주재 총영사로 있을 때 박영주 씨의 안내로 뮤어 목사를 처음 뵙게 되었다.

 

그 당시에도 연세로 인해서인지 그리 건강하지는 않으신 듯 하였으나 그분의 종교적 열정과 자신의 복음 전파 및 실천에 대한 의지는 아주 강하신 것으로 보였다. 당시 나누었던 대화가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분은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농아인들을 위한 사역과 봉사를 하였고 이 분야에서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계셨다.

 

기독교인으로서 낮은 곳을 지향하여 몸소 이를 실천하고 계시는 모습에서 보통사람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 계시니 상당히 감동스럽고 다시 그분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서울로 돌아와 새문안교회에 출석하는 가운데 목사님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접하고 새문안교회 영어 예배부에서 그분을 초청하여 설교를 듣게 된 것은 남다른 인연이 되었다. 몸이 원활하지 않으심에도 불구하고 그 먼 길을 오셔서 국내 관련기관을 방문하고 많은 사람들을 격려하는 활동에서 그분의 열정과 사랑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호주와 한국이 공식적으로는 1961년에 외교관계를 수립하였으니 이제 60년에 이르지만, 그 이전의 접촉과 관계를 맺은 기간을 합하면 130년에 달한다. 호주라는 나라가 공식적으로 국제사회에 발을 내디디면서 그 지위를 선포한 것이 불과 120년에 이르지 않는다.

 

이러저러한 인연을 생각하면 뮤어 목사와 같이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노고가 쌓이고 국민들 간의 관계가 형성되고 나아가 인류애가 실천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삶이 승화되는 그런 모습을 느끼게 된다.

 

그분의 타계 소식에 접하여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고 천국에서 영면하시기를 기도드린다.〠

 

이휘진|(전) 주시드니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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