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양지연/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1/02/22 [15:07]

“인간이 신을 발명할 때 역사는 시작되었고, 인간이 신이 될 때 역사는 끝날 것이다.” -유발 하라리 -

 

‘살아 있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 글을 쓰고있는 현재, 인류는 생물학적 현상을 그 구성 물질의 분자적 수준에서 이해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여전히 다음과 같은 개별적 경험을 근거로 부분적 정의만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고대 이집트, 중국이나 힌두 문화권에서는 생명을 ‘물질을 활성화시키는 힘(Vital Force)’으로 인식하는데 가운데 생명을 각각 ‘카’(Ka) ‘기’(Chi)‘샥티’(Shakti)라고 불렀다. 하지만 생명은 단순 명료하게 정의될 수 없는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다.

 

정리해 보면, (1) 생명은 어쩌면 생명체 내에서 현재 진행되는 어떤 일련의 상황이거나 (2) 생명은 아마도 한 생명체의 탄생과 사망 사이의 기간이거나 (3) 생명은 생명체가 태어나서 아직 죽지않은 그래서 살아있게 만드는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또한 ‘생명’이 무엇인가를 콕 집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생명 현상은, 아래에 나열한 것처럼 이미 잘 알려진 사실에 근거한다.

 

살아있는 것들은 (1)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2) 먹고 배설하며 (3) 항상성을 유지하고 (4)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며 (5) 성장하고 발달하며 (6) 번식과 (7) 진화의 특성을 보인다.

 

참고로 인간은 대략 10²⁸개의 원자(주로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칼슘)로 구성된 약 30조(3X10¹³)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섭취한 음식물 대사를 통해 얻은 에너지를 이용해 (몸 밖으로 열을 발산함으로써) 몸 구성 물질의 무질서 상태 (엔트로피, Entropy)를 낮추어 질서를 유지한다.

 

따라서 죽음의 생물학적 의미는 몸 구성 물질이 자연적 무질서 상태로 환원되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아직도 어려운 지적 도전으로 남아 있는데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만약 생명의 출현이 무생물과 생명 사이의 단계적 진화로 간주된다면 물질과 생명 사이에 엄격한 구분선을 그리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 환원주의와 인식의 오류

 

따라서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생명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다. 그중 분자 생물학자들은 자연 현상에서 물질들이 모여 특정한 구조를 이룰 때 생명이 탄생된다고 믿으며 그런 구조 자체를 생명이라고 한다.

 

구조는 생명이며 서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몸 안의 구조와 똑같은 물질 구조를 만들면 우리와 같은 의식을 가진 존재가 태어난다고 믿는다.

 

즉, 분자 생물학에서는 생명 현상이나 정신 현상을 좀더 복잡한 물질 현상에 불과하다고 보는 ‘물질적 환원주의’가 지배적 관점이다. 그런데 여기엔 이미 인식의 오류가 스며들어 있다.

 

만약 누군가 “사회 현상을 다루는 정치학·경제학·사회학은 개인의 심리현상을 다루는 심리학으로 환원 되며, 심리학은 해부학과 생리학, 그 다음에는 세포를 다루는 분자생물학, 생화학, 화학, 소립자를 다루는 물리학 등으로 소급될 수 있다”라는 물질적 환원주의를 주장한다면 생명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으로 남겨질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생명은 부분적 구성 요소에 있지 않고 전체 속에서 발현되기 때문이다.

 

“인류는 신이 인간을 창조한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에 들어섰다”

 

1953년, 영국의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DNA가 생명체의 비밀을 간직한 유전 물질의 본체이며 이중 나선 구조로 되어 있음을 밝혔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유전 물질의 화학적 구조가 대단히 복잡해서 그것의 비밀을 밝히는 일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왓슨과 크릭은 DNA가 (생명현상의 중요 물질인) 단백질 합성을 지시하는 화학적 설계도 역할을 하는데, 단지 네 가지 염기 (A, T, G, C아데닌, 타이민, 구아닌, 싸이토신)로 쓰여진 유전 정보라고 밝혔을 때 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03년 6월 미국의 클리턴 대통령은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의 완성을 선언하며서 “인류 역사상 신이 인간을 창조한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에 들어선 사건”이라고 격찬했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협동 생물학 프로젝트다. 2003년까지 인간의 전체 유전체에 있는 약 32억 개의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쌍의 서열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했으며, 6개국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중국)의 공동 연구와 민간 기업 셀레라 지노믹스(Celera Genomics)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Today we are learning the language in which God created life," Mr Clinton said. "We are gaining ever more awe for the complexity, the beauty, the wonder of God's most divine and sacred gift."

 

왓슨과 크릭이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힌지 67년이 지났다. 현재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연구 결과로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의 염색체 상에서의 위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또 DNA의 복제 메커니즘과 유전자는 어떻게 발현되고 어떻게 조절되는가를 규명하는 과정을 통해서 지금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생명의 신비가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인공 생명체의 합성을 시작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인간이 가진 이성의 가장 큰 힘은 '반성'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은 1597년 잉글랜드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Sir Francis Bacon)의 “지식 그 자체가 힘”(knowledge itself is power)이라는 문장에서 유래한다. 그의 예언처럼 21세기 과학은 객관화된 자연을 소유하고 이용함으로써, 지식은 더 이상 규제 가능한 착한 힘으로만 남아있지 않고 인간 자체도 지배하고 조작할 수 있는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인류는 이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 주기적으로 전 세계에 퍼지는 재앙적 바이러스성 질병, 멸종 동물의 증가, 환경 파괴, 증가하는 자살과 이혼, 아동 학대, 패륜 범죄, 인종 증오 범죄 등은 우리가 추구했던 힘의 방향성이 상당히 잘못되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조지 오웰은 그의 디스토피아적 소설 <1984> 속에서의 정부는 '무지(無知)는 힘’(Ignorance is strength)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지식 그 자체가 힘’이라는 말에 담긴 위험성에 대한 역설적 패러디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상실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 만이 아니라 바로 ‘인간성’이다

 

프랑스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Auguste Comte, 1798 ~1857)는 경험론으로부터 실증주의라는 철학적 방법을 확립했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실증주의적 (실험, 직관, 경험) 과학은 오차가 없는 진실성, 동일한 결과 반복 가능성, 검증 및 반증 가능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과학적 방법론에서는 직접적인 관찰과 측정에 의존하지 않는 어떠한 탐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또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현상을 나누고 또 나누어서 이해하려고 한다. 인간의 이성을 맹신하는 과학적 방법론자에게 진리란 단지 언젠가 정복해야 할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과학의 기술화는 인간의 수고를 덜어주고, 자연에서 일어나는 천재지변을 통재할 수 있다는 자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 본성과 사람들이 모여사는 사회까지도 변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그리고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조작하는 또는 과학이 인간을 조작하는 비인간화의 현상은 두렵지만 ‘조용한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유전공학의 과학적 진보는 자연의 종말을 초래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유전공학은 철저하게 진화론에 입각하며 생명체의 다양성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은 있지만 인간이 생물학적 본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과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신이 인간을 창조한 언어를 이해하자마자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조작 가능한 대상들로 변화했다. 또 마지막 단계에는 결국 인간의 심리 그 자체를 기술적인 조작의 대상으로 환원시킴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상호 의존관계는 되돌릴 수 없게 손상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희망은 있다. 인간이 가진 이성의 가장 위대한 힘은 되돌아 보며 '반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킬 수 없는 자연 파괴를 불러 온 오만한 과학적 진리관을 보완해 줄 균형적 사고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가운데 다양한 논의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종교는 과연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계속>

 

양지연|분자생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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