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커뮤니티와 동반 성장을 꿈꾸며

글/주경식 사진/권순형 | 입력 : 2021/03/29 [17:02]
▲ 이스트우드 한인 상권의 중심지인 로우 스트리트에 벤디고 커뮤니티 은행이 지난 1월 개점했다.     © 크리스찬리뷰


벤디고은행 이스트우드 지점(이사장 이상균, 지점장 정종민)이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지난 1월 12일 이스트우드에 개점, 영업을 시작했다.

 

2002년 6월에 스트라스필드에 문을 연 벤디고 한인 커뮤니티 은행에 이어 19년 만에 탄생한 한인 커뮤니티 은행 2호점이다.

 

한인 커뮤니티는 이민 역사를 거치면서 캠시, 라켐바등 켄터베리 지역에서 스트라스필드, 이스트우드, 웨스트 라이드 지역으로 옮겨져 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이스트우드는 스트라스필드와 함께 로컬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한인들이 많이 왕래하고 있는 한인 커뮤니티로 인식되어온 지역이다.

 

이스트우드역과 철길을 분계로 아래는 중국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고, 윗쪽은 한인 상가들과 식당들이 늘어서 있어 이곳에 가면 한국의 정서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한인 밀집지역이다.

 

그런데 이스트우드 철길 아랫쪽 중국 커뮤니티 사이드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여러 메이저 은행들이 있는데 반해 안타깝게도 윗쪽 한인 커뮤니티 지역에는 은행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곳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인들은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철길 밑 굴을 지나 아래쪽 중국 커뮤니티에 가서 은행일을 봐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드디어 이스트우드 한인 밀집 지역에 벤디고 한인 커뮤니티 은행이 탄생한 것이다.

 

▲ 이스트우드 지점 내부 전경     © 크리스찬리뷰

 

2018년 5월에 벤디고은행 본점으로부터 지점 허가와 지점 코드를 받고 약 2년간의 준비와 공사 끝에 문을 열게 된 것이다. 벤디고은행 본사로부터 허가를 받고 2년 여의 준비과정을 거쳤지만 실제 이상균 이사장이 커뮤니티 은행의 꿈을 갖고 준비를 시작한 것은 10년 전 일이었다.

 

▲ 이상균 이사장     © 크리스찬리뷰

 

꿈 같은 이야기를 하다

 

이상균 이사장은 ‘꿈 같은 이야기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10년 전부터 이스트우드나 체스우드 등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한인 커뮤니티 은행이 하나쯤 더 있으면 좋겠다 하는 꿈 같은 이야기를 지인들과 했습니다. 그때 생각하면 진짜 꿈 같은 이야기죠.

 

호주에서 점차 한인 교포들의 활약이 늘어나고 한인 상권이 커지면서 이스트우드 한인 상가 거리에 은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저도 많은 부분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금융쪽은 문외한인 제가 은행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데 말 그대로 꿈 같은 이야기였죠. 그런데 제가 도전 정신 하나로 시작을 했습니다. 모든 과정에서 벤디고 은행 스트라스필드 지점 윤창수 이사장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상균 이사장은 어번(Auburn)에서 S&L(Salt & Light) 글로벌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이사이기도 하다(*참고로 그는 ‘전도폭발’과 관련 본지와 인터뷰했다. 2019년 4월 호 참조)

 

▲ 낡은 건물을 수리하는 것은 새로 짓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이상균     

 

▲ 2층으로 올라가는부서진 계단을 뜯어내고 새롭게 단장했다.     © 크리스찬리뷰


그는 뚝심이 강하고 밀어붙이기를 잘하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무역 사업도 견실하게 이루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호주에서 은행 지점을 개설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철저한 준비를 요구한다. 때문에 호주 5대 은행에 들어가는 벤디고은행 역시 지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예외가 없다. 특히 벤디고 커뮤니티 지점을 개점하기 위해서는 무려 10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 벤디고은행 이스트우드 지점 개설 축하 리셉션에서 이상균 이사장(왼쪽)이 직원들을 소개하고 있다.(2021. 2.8)     © 크리스찬리뷰


맨처음 이 지역에 은행이 필요한가? 하는 시장조사부터 시작해서 이사회를 구성하고 예금 대출 기본금액과 주주 인원을 충족하는 일, 은행 점포를 임대해 은행에 맞게 보안 공사를 포함, 내부시설 공사 과정까지 산 넘어 산이 아닌 과정이 없었다. 하나하나의 과정들을 완수해 가면서 그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고 고백한다.

 

“제가 지금까지 40년 정도 비지니스를 해온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일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40년 제 비즈니스 인생에 가장 힘들었던 일이 이번 벤디고은행 이스트우드 지점을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중간에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은행을 하나 세우는 게 이렇게 힘들고, 절차를 10단계씩이나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안 했을 겁니다. 몰랐으니까 했죠.

 

그런데 책임감도 있고 다행히 제가 밀어부치는 기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른 채 꿈만 꾸고 시작한 것입니다.”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그는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크다. 스트라스필드와 이스트우드는 대표적인 한인 커뮤니티라 할 수 있다. 19년 전에 한인들이 설립한 벤디고은행 스트라스필드 지점이 있지만 이스트우드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는 거리가 멀고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많다.

 

그는 이스트우드야 말로 대표적인 한인 커뮤니티인데 이곳에 한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은행이 하나 있으면 한인 커뮤니티에 큰 도움이 될 텐데 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한인 이민 역사가 50년이 넘어가고 교민사회가 크게 발전하고 여러 가지 다방면에서 성장하고 있는데 단지 금융쪽, 은행만 독립적으로 만들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중국 정부에서 지원하여 중국 은행이 독자적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각 주마다 한인들이 세운 독립은행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드니를 포함 호주 전체를 보더라도 한인들이 독자적으로 만든 독립은행이 없기 때문에 저는 이 커뮤니티 은행이 모체가 되어 궁극적으로는 10년이 되든, 20년, 30년이 되든 우리 교민 후세들에게 독립적인 은행을 만들어 주자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입니다.”

 

그는 지금 당장 이스트우드 1세대 동포들이 쉽고 편안하게 은행을 이용하고 한인 사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런 일차적인 목표를 넘어서 10년 아니 20년, 30년을 내다보고 한인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하여 한인2세들에게 독립적인 은행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거시적인 비전까지 꿈꾸고 있다.

 

▲ 정종민 지점장은 이스트우드 지점이 한인사회와 동반성장하여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커뮤니티 은행

 

커뮤니티 은행(commynity bank)은 벤디고 은행이 지난 1998년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호주 금융업계에서는 획기적인 일로 인정받고 있는 시스템이다. 커뮤니티 은행 시스템에 대해 쉽게 말하면, 커뮤니티 은행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한 금액을 그 지역 사회발전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벤디고은행 이스트우드 지점에서 이익금이 발생하면 그 이익금의 일정 부분은 이스트우드 한인 지역사회를 위해 쓰여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얼마나 고무적인 일인가? 그렇다면 우리 한인들은 벤디고 은행 이스트우드 지점을 이용하는 것이 한인 지역사회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정종민 지점장의 소망

 

“호주 전국에 벤디고 커뮤니티 은행이 약 4백 개 가량 되는데요, 지금까지 벤디고은행이 각 커뮤니티를 위해 호주 달러 약 3억 불(한화 2천587억) 정도를 지원하였습니다.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

 

저희 이스트우드 지점도 영업을 잘해서 빨리 손익 분기점을 맞추고 남은 이익금을 한인 지역사회를 위해 지원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 은행이 한인사회와 동반 성장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베풀기 위해 정종민 지점장은 은행 영업장 입구에서 사무를 본다.     © 크리스찬리뷰


그래서 더더욱 이런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저희 한인 동포들이 저희 이스트우드 지점을 많이 애용해 주시고 찾아 주셔서 저희가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벤디고은행 이스트우드 지점은 이러한 커뮤니티 은행 정신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한인 주주들이 설립한 은행이지만 모든 금융거래와 관련된 관리 감독은 철저하게 벤디고 은행 본사와 호주 금융기관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고객들의 금융자산의 안전과 신용을 최우선으로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커뮤니티 은행은 호주 메이저 은행들이 지점 운영 비용 때문에 수익이 적은 지점을 폐쇄하거나 인근 지역의 다른 지점과 통합하는 추세에서 시작되었다. 일종의 역발상이라고 할까?

 

기자도 편하게 이용하던 동네의 거래은행이 어느 날 폐쇄되어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 호주의 메이저 은행들은 은행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에 지점을 운용하기 위해 사용되는 임대료와 직원 월급 등 고정 비용을 앞세워 지점을 폐쇄해 버리거나 무인 자동 ATM으로 대체해 버린다.

 

▲ 벤디고은행 이스트우드 지점 개설 축하 리셉션이 지난 2월 8일 저녁 데니스톤 볼링 스포츠클럽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 크리스찬리뷰


그러나 커뮤니티 은행은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지역민들에게 독립적으로 지점을 개설 운용하게 하고 관리 감독은 본사가 하여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금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지역사회에서는 오히려 환영받는 분위기이다. 뿐만 아니라, 은행의 수익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각 커뮤니티는 벤디고 은행 지점에 대해 더욱 신뢰하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게 된다.

 

은행 시설 공사도 우리 손으로

 

벤디고은행 지점 설립의 여러 단계 중 은행이다 보니 시설을 공사하는 단계가 여간 엄격하지 않다. 은행시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보안이다. 그렇다 보니 건물 외장 보안부터 실내 금고를 포함 각종 보안 인테리어까지 복잡하고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리고 은행 시설 공사는 오직 벤디고은행 본사에서 지정해 주는 건축회사에서만 시공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균 이사장은 이것을 우리 한국인의 건축회사에서 하겠다고 도전장을 낸 것이다.

 

“사실 그렇잖아요, 이제 우리 한인 교민사회의 위상도 이만큼 높아졌고, 한인 건축가들도 많잖아요. 한인들이 건축 보수공사들도 정말 잘합니다. 그런데 인테리어 보수 공사비는 우리가 주는데 왜 너희가 지정해 주는 공사업체에서만 해야 하냐? 제가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이게 커뮤니티 지점인데, 커뮤니티를 위한 은행인데, 이런 공사비 같은 것도 커뮤니티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곳에 지불하고 우리가 예금만 받아서 커뮤니티를 위해 일하라, 이건 옳지 않다. 제가 본사 담당 매니저에게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네가 지정하는 공사업체가 관리를 하고 그 공사업체가 한인 건축회사와 계약을 하는 모양새로 계약을 하게 했습니다. 그때 제가 한인 사회를 수소문해서 ‘데니스 빌딩’(Dennis Building P/L, 추은택 회장)에 연락을 했습니다.

 

▲ 데니스 빌딩 대표 추은택 회장(가운데)     © 크리스찬리뷰


그런데 관리 계약서를 보니까 관리 계약서가 누구도 하면 안되는 계약이에요. 공사가 하루 지체되면 벌금이 2만 5천 불이에요. 그걸 보고 ‘추은택 회장이 못합니다.’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설득을 했습니다. 이제 우리 한인 교민사회의 위상도 높아졌고, 한인지역에 한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은행을 설립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훌륭한 우리 한인 건축회사가 있는데 왜 이것을 본사에서 지정하는 다른 회사에서 해야 합니까?

 

설사 이익이 없다 하더라도 한인 사회의 역사를 위해서라도 하셔야 합니다. 제가 한인 건축회사가 해야 할 취지와 의의에 대해서 다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추 회장님이 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상균 이사장의 말에 의하면 벤디고은행 지점 공사를 본사가 지정해 주는 곳에서 하지 않고 커뮤니티 지점에서 제안한 곳에서 한 것은 벤디고은행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에필로그 | 안보이는 헌신

 

“다행히 제 주위에 좋은 이사들 일곱 분이 모두 혼연일체, 일심단결해서 벤디고은행 이스트우드 지점을 세우는 일이 성사되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실은 박종훈 이사(이스트우드 한인상우회 회장)가 없었으면 진행이 안되었을 겁니다.

 

박 이사가 벤디고은행 본사와 일어나는 모든 일에 창구가 되어 진행했습니다. 박 이사가 없었으면 아마 제가 이 일을 못했을지 싶습니다. 일 정말 잘해요.

 

그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이백 프로 발휘해서 이일을 완수했습니다. 박 이사는 현재 벤디고은행 이스트우드 지점 이사회 총무(secretary)입니다.”

 

▲ 벤디고은행 이스트우드 지점 개설 축하 리셉션에서 사회를 맡은 박종훈 이사     © 크리스찬리뷰


커뮤니티 은행을 세우기 위해 중요한 두 번째 단계는 마음이 맞고 뜻이 통하는 이사 7명을 구성하는 일이다. 이들은 은행의 재정에 관한 중요한 책임을 떠 맡아야 할 책임과 은행 설립과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일들을 감당해야 한다.

 

이사들의 안 보이는 헌신이 없었다면 벤디고은행 이스트우드 지점은 설립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특히 가장 젊은 박종훈 이사는 그 중심에서 많은 궂은 일을 감당했다. 마지막으로 박종훈 이사의 소망을 들어보자.

 

“저는 벤디고 은행 이스트우드 지점이 한인사회와 함께 동반성장을 함으로 다문화 속에서 모범이 되는 커뮤니티 은행이 될 뿐만 아니라 한인 2세 3세들에게 독립은행을 물려주는 꿈이 이루어지게 되면 좋겠습니다.”〠

 

주경식|본지 편집국장

권순형|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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