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없음' 구절이 있는 이유

서을식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1/04/27 [12:01]


“절 없음” (마태복음 18:11)

 

위 성구는 King James Version(KJV)에는 있지만, 개역한글, 개역개정, NIV(New International Version)에는 없는 구절이다.

 

성경을 읽다가 가끔 ‘절 없음’으로 표시된 부분을 만나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는가? 또는 KJV만이 참 성경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잘 읽어주시기 바란다.

 

성경 저자가 직접 쓴 원본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요즘 원본이라고 하는 것은, 실상 원본의 보존과 유통을 위해 필사된 사본이다. 이는 불행하지만, 성물로 쉽게 우상화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구약은, 아람어로 쓰인 일부를 제외하고, 히브리어로 기록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성경으로 번역 발행된다. 예수님 오시기 약 300년 전에는 헬라어로 된 구약성경인 ‘70인 역’(LXX)도 등장한다.

 

이어서 라틴어, 콥트어, 에티오피아어, 애굽어, 시리아어 등 고대 언어로 된 번역 성경이 등장했고, 이후로 현대 번역 성경이라 할 수 있는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 스웨덴어 등으로 출간됐다.

 

1790년까지 20개 미만의 언어였던, 성경이 지금은 1,000개가 훨씬 넘는 언어로 출판됐다.

 

여러 번역본 중 하나인, KJV 성경은 흔히 ‘공인 본문’(Textus Receptus)이라고 부르는, 소문자 중심으로 기록된, 안디옥-비잔틴 계열의 사본들을 기초로 삼아 번역됐다. 시기적으로는 비교적 훗날인 기원 후 500-1000년 사이에 기록된 사본들이다.

 

한편, 개역 한글 성경이나 개역 개정 성경, 그리고 NIV 성경은, 대문자 중심으로 기록된 알렉산드리아 계열의 사본을 기초로 삼아 번역됐다. 이는 기원 후 200~400년 사이에 기록된 사본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경들이 300~600년 앞선 고대 사본에 기초하고 있는 셈이다.

 

성경의 장과 절의 구분은 1500년대에 성경을 인쇄한 프랑스 출신의 궁정 인쇄업자인 스테파누스와 그의 아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스테파누스의 성경 장과 절 구분을 따라서, 1611년 5월에 출판된 KJV에는, 시기적으로 더 이전의 사본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후대에 첨가된 13개 구절이 더 있는 셈이다.

 

따라서 더 오래된 사본을 따르고 있는 개역 한글, 개역 개정, 새번역, 공동번역, NIV 등의 입장에서는 13개 구절을 “절 없음”이라고 표시하고 성경에 따라 밑에 각주로 설명을 붙이게 됐다.

 

‘빠진 구절이 있는 다른 성경은 다 틀리고, 빠진 구절 없이 다 있는 KJV 만이 옳은 성경이다’라는 극단적 주장이 있다. 이는 위에서 살펴봤듯 근거 없는 주장이다. 물론, 대문자 사본의 신뢰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의견도 있어 오래된 것이 다 권위가 있지는 않지만, 더 이전의 원본 필사본을 무시하고, 더 후대에 첨가된 내용을 담고 있는 원본의 필사본에 근거한 성경 번역을 절대화하는 오류에 빠져야 되겠는가?

 

또 이렇게 후에 추가된 내용이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내용이다.

 

오늘 성구도 그 내용은 삭개오의 회개 후에 예수님께서 하신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로 이미 누가복음 19:10에 나와 있는 말씀이다.

 

이처럼 다른 이야기를 통해서 이미 친숙한 내용이거나, 이 구절이 있고 없고 여부에 따라 성경 문맥의 의미도 크게 영향도 받지 않는다.

 

성경 자체를, 공시적(횡적)으로만이 아니고, 통시적(종적), 통전적(전체를 아우르고 조화시키고 통합시키는 관점)으로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 아닌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원본은 없고 도치, 중복, 분리, 융합, 오독, 오사, 첨가, 삭제 등으로 인해 1천여 종의 구약, 3천2백여 종의 신약 사본은 어느 것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있는 구절 없는 구절 따지지 말고 먼저 전체적인 말씀을 잘 이해하고 잘 믿고 잘 실천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리라.〠

 

서을식|시드니소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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