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12정탐꾼

우명옥/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1/04/27 [12:02]


2020 한국의 수도권 대학 경쟁률은 13.9:1로 나왔다. 그 중 가장 경쟁률이 높은 대학교는 23.2:1로 1천576명 뽑는데 3만 6,601명이 지원하였다고 한다. 2021 수시 경쟁률이 가장 높은 대학은 서강대로 26.08:1이다.

 

치열한 경쟁율

 

사실 이렇게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교이지만 더 큰 문제는 졸업 후 취업에 있다. 2021 평균 취업 경쟁률은 36:1로 나왔다. 그 중 취업 경쟁률이 가장 센 회사는 178:1이였다고 한다. 13.9:1의 경쟁률을 뚫고 대학에 들어가지만 그곳을 나와 다시 36:1의 경쟁률을 통과해야 취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이런 현실로 인해 호주로 이민이나 유학을 온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한국 부모들 중에 자녀를 위해 ‘공부 잘하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를 안 한 부모가 있을까? 우리 모두는 나의 자녀가 좀 더 열심히, 좀 더 잘 해 주길 바란다.

 

대단한 CEO나 유명한 인물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원하는 대학 들어가서 졸업도 하고 취업도 하고 어느 정도의 위치에서 살아주길 바라는데 그 소박한 것 조차도 경쟁률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다면 성경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률을 보인 곳은 어디일까? 민수기 13장에 보면 모세가 12명의 정탐꾼을 가나안을 정탐하기 위해 보내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12명은 그냥 지나가는 아무나 불러 ‘갔다 오라’고 심부름 시킨 것이 아니다.

 

이들 12명은 각 지파의 대표이며 수령인 자들이다. 그래서 민수기 13장을 보면 4절부터 15절까지 12절을 할애해 한 땀 한 땀 그 이름을 적어 놓았다. 그냥 ‘12지파에서 한 명씩 대표를 뽑았더라’하면 될 것을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사람 이름을 누구의 아들인지 아버지 이름까지 친절히 적어 놓았다.

 

우리가 읽기 싫은 것이 숫자만큼이나 낯선 이름들이어서 민수기를 읽을 때 이 부분들은 축지법을 써서 스킵하면서 읽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이 어떤 경쟁률을 뚫고 뽑힌 자들임을 안다면 그 이름들을 읽어주는 성의를 표해야 할 것 같다.

 

12 정탐꾼

 

민수기 1장 45절에 보면 20세 이상 된 사람들을 각 지파별로 카운트 했는데 그 합계가 603,550명이라고 나온다. 12정탐꾼은 60만 3천5백50명 중에서 뽑힌 12명인 것이다. 이들의 경쟁률을 계산해 보면 5만 295:1이다.

 

지금까지 5만이 넘는 경쟁률의 학교나 회사를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이 뽑혔을 때 이 집안 사람들은 정말 프라우드 했을 것이다. 그리고 엄청 자랑했을 것 같다. 그때 카톡이 있었다면 카톡 프로필 사진에 아들의 얼굴이나 이름을 올려 놓고 ‘내 아들이야’ 하고 자랑 했을 것이다.

 

인물이면 인물, 학력이면 학력, 건강하고 뛰어난 12명의 청년에게 모세는 미션을 줘서 보낸다. 모세는 그냥 갔다 오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그곳 거민들, 거주지 형태, 토양의 질 그리고 소산물까지 가져오라고 아주 구체적 미션을 줘서 보낸다.

 

이들은 어떻게 했을까? 역시 뽑힐 만하게 이들은 모세의 명대로 구체적으로 잘 정탐하고 그곳 포도까지 따서 가져온다.

 

“그곳은 역시 젖과 꿀이 흐르는 아름답고 풍부한 땅입니다. 그곳 거민들은 아낙 자손의 후예로 엄청 큽니다”.

 

그들이 말한 것은 거짓이 아닌 사실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 사실들 안에 한 개를 더 집어 넣는다.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메뚜기 같습니다.”

 

간절함으로 기도해야

 

그곳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너 메뚜기 같다’ 그런 말을 듣고 온 것도 아니다. 그냥 그들은 엄청난 아낙 자손들에 비해 자기들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자신의 초라함을 표현하고 있다. 낯선 곳에 가서 40일 동안 정탐하고 팩트를 정확하게 챙겨올 정도의 용맹함과 영특함이 있었던 대표 12명은 팩트 만큼이나 중요한 하나님의 약속을 챙기지 못했다.

 

5만 295:1로 뽑힌, 그렇게 자랑스럽고 대단한 이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이들은 여호수아와 갈렙만 빼고 10명이 재앙으로 죽고 만다(민 14:37).

 

이뿐 아니라 이들의 부정적인 보고로 모세와 하나님에게 불평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을 광야에서 방황하게 되고 603,550명 중 2명,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603,548명이 광야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집안의 경사였던 아들이 전 국민을 위험에 빠트린 범죄자가 된 것이다 더구나 그마저도 살아있지 못하고 죽었다.

 

어떻게 이런 엄청난 비극이 생기게 된 것인가? 그들의 외모나 능력이 아니 경쟁률이 부족해서인가? 성경에 그 답이 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이 백성이 어느 때까지 나를 멸시하겠느냐 내가 그들 중에 많은 이적을 행하였으나 어느 때까지 나를 믿지 않겠느냐.”(민 14:11)

 

The LORD said to Moses, “How long will these people treat me with contempt? How long will they refuse to believe in me, in spite of all the miraculous signs I have performed among them?”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않는 것이 하나님을 ‘멸시’하는 것이다. ‘하나님 싫어요’라고 말하지 않았어도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않는다면 ‘하나님을 싫다’고 하는 것이다.

 

이 타임에서 우리 부모들의 기도를 돌아봐야 한다. 나의 자녀가 공부 잘하게, 우수한 아이가 되게, 반장이 되게, 어디어디 대학이나 회사에 뽑히게 기도하는 것 중요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내 아이가 하나님을 멸시하지 않는 아이로 자라게 해 달라는 기도이다.

 

엄청난 경쟁률을 통과하여 12명에 뽑히게 해달라는 간절함보다 더한 간절함으로 기도해야 한다. 뽑히면 뭔 소용인가 하나님을 멸시해서 죽으면 끝인데. 지금 내 앞에 살아서 밥을 먹고 투정을 부리는 이 아이가, 우리의 다음 세대가 하나님을 멸시하지 않는 세대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보자.〠

 

우명옥|시드니한인장로교회 어린이부 전도사, 목회학 석사,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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