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 로비스트에서 기독민주당 총재로

글/김환기 사진/권순형 | 입력 : 2021/06/28 [14:51]
▲ 기독민주당 프레드 나일 상원의원의 후계자로 지명된 라일 쉘톤. 금년 11월 당수로 취임할 예정이다.     © 크리스찬리뷰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시대정신 자체가 용어에 대한 '정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적 구분도 불분명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모더니즘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시대정신이다. 철학적으로는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외칠 때부터이다. 니체를 일명 ‘망치 철학자’라고도 한다. 그는 모든 '절대가치'를 망치로 쳐서 부셨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절대가치'가 사라지고 '상대가치'가 지배하는 '절대란 절대로 없는 시대'이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악한 무리들은 사회적 소수, 사회적 약자란 이름으로 문화의 탈을 쓰고 자신들의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지금 세상은 총성 없는 ‘문화전쟁’(culture war)으로 가치의 혼돈 시대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문화전쟁’이란 낙태, 기후 온난화, 마약, 동성애, 안락사 등을 지지하는 문화와 이를 반대하는 문화의 충돌을 의미한다.

 

기독교 로비스트

 

▲ ACL 대표로 근무할 당시 직원들과 함께 (캔버라)   ©ACL


라일 쉘톤 (Lyle Shelton). 사람들은 그를 ‘문화용사’(culture warrior)라고 부른다. 골방에 기도용사(prayer warrior)가 있는 것처럼, 그는 세상에 ‘문화용사’되어 기독교 로비스트로 10년간 일을 했다.

 

2017년 호주가 동성결혼법을 통과시킬 때도 전면에서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018년 고향인 퀸스랜드로 돌아와 직접 정치 일선에서 뛰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에서 저너리즘을 전공했고, 고향인 투움바 시티(Toowoomba City) 카운슬 전략과 계획 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했다.

 

2007년 캔버라로 활동 무대를 옮겨 ACL(Australian Christian Lobby)에서 활동하여, 2013년부터 2018년까지 ACL 대표를 역임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활동하던 중 프레드 나일 상원의원의 제안을 받고, 2021년 11월에 기독민주당(CDP, Christian Democratic Party)의 당수로 취임할 예정이다.

 

그는 ‘농담이 아닙니다’(I kid you not)라는 책을 집필했다. 20년 이상 문화전쟁을 치르면서 쓴 글들을 모아서 발간했다. 서문에서 캔버라에서 기독교 로비스트로 활동할 때의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 전 호주 수상 토니 에봇(오른쪽)과 함께 한 라일 쉘톤   ©Lyle Shelton    

 

▲ ACL 대표로 한국 방문 당시 한국식 밥상을 받은 라일 쉘톤 (2017)   ©Lyle Shelton     


“저는 크리스찬 로비스트로 10년 동안 계속해서 기독교 국회의원에게 국회에서 소리 높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주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기독교인들이 침묵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만약 다수의 기독교인이 침묵을 하면 더 이상 다수가 아닙니다’라고 전 수상인 토니 에봇이 말했습니다.”

 

그는 여성 직업, 음주, 안락사, 학교 교육, 기후 온난화 등의 문제 등을 책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책 마지막 장의 마지막 문장은 그의 기도였다.

 

“정말 우리 앞에 막중한 일들이 놓여 있습니다. 저의 기도는 그리스도인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호주의 미래를 위하여 기꺼이 대가를 치룰 각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기차에 무임승차하지 말고, 기독교인은 대가를 치르고 기차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 방문한 라일 쉘튼

 

6월 15일 오전 10시에 약속하고 라일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사무실 밖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몇 번 만난 사람처럼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그는 2017년 한국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한국 교회의 초청을 받아 동성애를 반대하는 가두시위에 참여도 했고, 호주 선교사에 의하여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부산을 방문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 세계가정축제에 참석한 30여 개국의 대표들이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2017. 6)  ©Lyle Shelton  

 

- 한국에서 하이라이트 무엇입니까?

 

“목회자들이 연합하여 함께 기도하고 함께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특별히 철야 기도회에 참석해서 뜨겁게 통성으로 기도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도전도 받았습니다.”

 

- 본인을 소개해 주시지요.

 

“저의 아버지는 보수적인 목회자이지만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정치와 사회 그리고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 동성애자의 축제인 마디그라에서 나일 목사님의 모형 머리를 쟁반 위에 올려놓고 행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시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학에서는 저너리즘을 전공했고, 졸업 후 투움바 카운슬 멤버로 활동을 했습니다. 캔버라에서 ACL이라는 기독교 로비 단체에서 10년간 일을 했습니다. 당시에 많은 정치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후 다시 고향인 퀸스랜드로 돌아가 상원의원에 출마했지만 낙선의 쓴 잔을 마셨습니다.”

 

▲ 40년간 의정활동을 마감하고 11월 은퇴하는 프레드 나일 의원(왼쪽)과 후계자 라일 쉘톤 씨.  ©Lyle Shelton   

 

- 나일 목사님을 어떻게 알게 되었습니까?

 

“호주에서 나일 목사님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청년 시절에 나일 목사님의 자서전인 ‘환락가에서 십자가를 지고 국회로’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전쟁터의 전사와 같이 국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2021년 초에 ACT의 작은 교회에서 기독교 집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강사로 참석을 했는데, 프레드 나일 목사님도 참석했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헤어질 때 목사님에게 제가 쓴 책 ‘I kid you not’을 드렸습니다.

 

2021년 3월에 나일 목사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목사님은 오래전부터 은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후임자를 물색하던 중 제가 드린 책자를 읽고 비슷한 신앙관과 정치노선을 걷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2021년 11월에 은퇴할 예정이니 자신을 대신하여 기독민주당을 맡아 달라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나일 목사님의 연세가 87세입니다. 1981년 상원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해서 올해가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저는 기도 중에 목사님을 뜻을 수락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아이들이 4명이 있습니다. 큰 딸은 뉴질랜드, 둘째 아들은 캐나다 그리고 셋째와 넷째는 퀸스랜드에 있습니다. 다음달에는 아내만 시드니로 올 예정이고, 아이들은 각자 있는 곳에서 그대로 살 예정입니다.

 

11월에 사무실을 국회로 옮겨 업무를 시작합니다. 2024년 3월에 선거가 있습니다. 지금은 과도기입니다. 먼저 내적인 힘을 결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독민주당은 국회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목요일 저녁에 지지자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제 책에 대한 설명회가 있습니다.

 

▲ 라일 쉘톤의 저서 ©Lyle Shelton     © 크리스찬리뷰

 

모임 장소를 'New Life Church'로 공고했지만 장소를 변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동성애자들이 모임을 알고 집회 장소에서 반대시위를 할 것이 우려됩니다. 변경된 집회 장소는 각자에게 전화로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복음은 결코 교회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교회를 사랑했지만 세상도 사랑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했지, 교회의 빛과 소금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복음은 모든 영역에서 영향을 끼쳐야 합니다.

 

특별히 국회에서 기독교인이 소리를 높이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기독교인이 침묵하면 잘못된 법이 제정될 것이고, 이법은 후세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교회가 세상을 향하여 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세상이 교회를 향해서 더 큰소리를 지를 것입니다. 동성애 법이 통과된 후 안 좋은 사회현상이 도미노 현상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라가 잘되려면 각자의 역할을 잘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역할, 어머니는 어머니의 역할, 아이는 아이의 역할,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창조의 질서에 따라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길입니다.

 

성서가 기초가 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교육, 경제, 정치 등의 모든 분야에서 기독교의 정신이 깃들어 있어야 합니다. 성서로 돌아가서 길이 나라가 사는 길입니다. 호주에 제2의 종교개혁이 있어야 합니다.”

 

▲ 지난 6월 17일 디와이 RSL클럽 소회의실에서 열린 기독민주당 지지자들의 소모임에서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며 강연하는 라일 쉘톤 씨.     © 크리스찬리뷰

 

- 책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해 주시죠?

 

“책 제목이 내용을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I kid you not’이란 ‘농담이 아닙니다’란 뜻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별 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무관심하게 지내다 어느 날 새로운 법이 발표되면 그때 후회하게 되지요.

 

이 책에는 제가 20년 이상 ‘문화전쟁’을 하면서 느꼈던 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을 언급했습니다. 기독교인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해야 하고, 약한 자의 편에 서서 싸워야 합니다. 순교자의 정신으로 싸워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농담이 아니라 진실이니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뜻으로 ‘I kid you not’이란 제목을 붙였습니다. 벌써 4천 부 이상 팔렸습니다. 나일 목사님께서도 제 책을 읽고 저를 후임자로 지목하셨던 것입니다.

 

기독민주당 지지자들의 소모임

 

6월 17일 저녁 7시, New Life Church에서 열릴 예정이던 모임이 디와이(Dee Why) RSL 클럽으로 변경되었다. 개인적인 통보를 받고 삼삼오오 기독민주당 지지자들 30여 명의 당원들이 모였다.

 

라일 씨는 ‘I kid you not'의 내용을 요약하여 설명했다. 나일 목사를 지지하는 후원자들은 라일 씨가 나일 목사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라일 씨는 모든 질문을 성서로 해석하여 대답했다. 그는 정식 신학교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성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젊었을 때는 ‘청년 목회자’(youth pastor)로 활동하기도 했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책 사인회가 있었다. 참석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책을 구입하는 것을 보며 더 많은 지지자들과 더 좋은 만남이 이어질 것이 예상되었다.

 

프레드 나일 목사는 1934년에 시드니 우범지역인 ‘킹스 크로스’(Kings Cross)에서 태어났다. 1981년 NSW주 상원의원으로 선출되어 ‘국회는 나의 목회지’라는 일념으로 40년간 열심히 달려왔다.

 

▲ 강연을 마친 후 라일 쉘톤은 책 사인회를 가졌다.     © 크리스찬리뷰

 

그는 국회 임시의장을 4년, 부의장을 10년 이상 역임했다. 그를 ‘국회의 아버지’라고 했는데, 지금은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라일 쉘톤’은 2021년 11월에 프레드 나일의 바통을 이어받아 믿음의 경주를 계속할 것이다. 책자 마지막 부분에 그는 마틴 루터의 글을 인용했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주여, 제가 여기 있사오니 저를 도와주시옵소서. 아멘.”

 

보름스 궁전에서 재판 받는 마틴 루터의 최후의 진술이다.

 

그는 11월에 루터의 심정으로 국회에 입성할 것이다. 그의 국회 입성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그를 통하여 개혁의 횃불이 활활 타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김환기|본지 영문편집위원,

권순형|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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