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양지연/크리스찬리뷰

 

▲ ©Osman Rana    

 

인간은 존엄하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

-임마누엘 칸트 -

  

우리는 지금 사는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여러 상황에 직면한다.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가하는 물리적, 구조적 폭력과 전쟁 앞에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의심하게 된다.

 

나는 며칠 전 서로 다른 그러나 연결된 세 가지 호주 뉴스를 접했다. 하나는 아프가니스탄 개전과 함께 파병되었던 호주 군인들이 9월까지 모두 철수할 계획이라는 정부 발표였으며, 다른 하나는 전투에 참여한 호주 정예 특수부대(SAS) 장병 25명이 민간인 및 비무장 포로 39명을 이유 없이 사살했다는 호주 국방부 감사관실 보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라크와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후 돌아온 호주 참전 용사나 퇴역 군인들이 참전 후유증으로 심리적 장애와 함께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는 기사였다.

 

나는 이 기사들을 보면서 문득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거나 목격한 인간은 왜 그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인터넷에서 양심의 가책과 자살이라는 검색어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OECD 가입국 중 한국의 자살률은 12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놀랐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 (하루 평균 38)은 인륜을 저버리거나 큰 잘못을 저지른 범죄자가 아니라, 대부분 평범한 우리의 가족, 친구, 이웃, 직장 동료라는 사실이였다.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거나 목격한 인간은 왜 그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가?”라는 섣부른 나의 첫 번째 가정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대부분의 종교나 사상은 인간을 만물 가운데 가장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라고 한다. 특히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존재라고 가르친다. 유물론자인 마르크스도 부르조아지(Bourgeoisie)는 인간의 존엄을 교환가치로 녹여 버렸고, 인간의 자유를 단 하나의 파렴치한 상거래의 자유로 대체했다라며 자신의 사상이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인본주의'임을 강조한다.

 

나아가 민주주의의 정치이념의 근간이 되었던 프랑스 혁명 그리고 국제인권법의 기반이 된 1948년 유엔 총회에서 다수 참여국들의 합의로 채택된 보편인권선언 등은 모두 인간의 기본 인권과 존엄성을 그 기본으로 삼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왜 인간은 존엄한가?

 

사회계약론자인 영국의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의 영향을 받았던, 근대 계몽주의 관념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1724-1804)인간은 존엄하다. 왜냐하면, 인간이기 때문이다라는 다소 황당할 수도 있는 주장을 한다.

 

그는 인간 존엄성의 근거를 자율적인 존재로서의 인간 내면의 의지에서 찾았다. 칸트에 따르면, 선한 행위의 기준은 선한 결과가 아니라 *선의지(善意志, 칸트의 철학용의, 착한 마음)이다. 따라서 주위 평판이나 사회적인 눈초리 또는 어떤 이익이나 보상을 바라고 한 선한 행동은 선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내면의 의지가 아니라 타율에 의해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희석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오늘날 종교들은 세속화되어 가고 있고, 형이상학적인 관념적 세계관이 약화됨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이나 기본 인권을 정당화하는 전통적 근거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정신작용도 모두 신경세포의 작용에 불과하다는 과학주의적 사고가 보편화 됨에 따라 신의 존재도, 우주의 법칙도, 이성이란 능력도 비판과 회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울러 왜 인간만이 존엄해야 하는가?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에 동물의 권리(animal rights)도 똑같이 보호받아야 한다라는 사회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얼핏 보면 인권의 확장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인간만이 존엄하다는 인권을 상대화하여 약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생각하는 과정에서 선행되는 감정이 모든 행동의 최초의 내적 동기

 

인간은 생물학적 생존과 종족 보존 본능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존재다. 조금 전과 지금의 상이한 행동을 지적하는 표현에 화장실 가기 전과 갔다 온 후 맘이 변했다란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이것은 고통과 쾌락을 느끼게 하는 상황이 변했다는 말이다.

 

우리 삶은 매 순간 고통과 쾌락뿐만 아니라, 사랑, 기쁨, 애착, 희생, 의지, 미움, 노여움, 책임감, 고뇌, 양심의 가책, 사명감, 괴로움, 짜증, 불안, 각성, 경외, 지루함, 확신, 경멸, 멸시, 의무감, 만족, 용기, 호기, 우울, 갈망, 실망, 혐오, 불신, 황홀, 어색함, 시기, 존경심, 다행, 공포, 불만, 감사, 비탄, 죄책감, 행복, 증오, 희망, 적의, 히스테리, 흥미, 질투, 재미, 외로움, 성욕, 공황, 열정, 연민, 교만, 분노, 후회, 안도, 슬픔, 샤덴프로이데 (독일어, Schadenfreude, 다른 사람의 불행에서 얻은 쾌락), 자신감, 수치심, 충격, 수줍음, 비애, 고통, 놀라움, 무서움, 신뢰, 경탄, 걱정, 열의, 격정 등과 같은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심리 상태의 변화를 경험한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홉스는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기 전 생각하는 과정에서 선행되는 어떤 감정이 모든 행동의 최초의 내적 동기라고 주장했으며, 홉스의 영향을 받았던 칸트도 인간 존엄성의 근거를 자율적인 존재로서의 인간 내면의 동기에서 찾았다.

 

생물학적 인간의 모순은 절대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숨어있다

 

선한 삶이란 정의로운 삶이라고 주장했던 아리스토텔레스와 다르게, 홉스는 선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람마다 일치된 의견이 없다고 말한다. 그 대신에 모든 개개인이 스스로 욕망하는 대상에 따라 선한 것을 결정한다는 주장이다.

 

욕망의 추구에 매달리는 감정 (정념)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경고하는 고대 철학자에 맞서 홉스는 욕망의 추구가 인간의 삶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생물학적 인간의 비극은 절대 채워지지 않는 이 욕망에 숨어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욕망이 충족되면 곧 그런 상태에 익숙해져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쾌락은 유쾌한 보상적 경험이기 때문에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는 동시에 반복적으로 경험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쾌락 경험은 반복할수록 그 유쾌함의 정도가 현저히 줄어든다. 하나의 욕망이 충족되면, 다른 욕망이 새로 떠오르며 그 충족을 요구한다. 한 욕망의 충족은 다른 욕망의 좌절을 유발하여 내면적인 갈등을 초래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인간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의 욕망이 충돌한다.

 

한 사람의 욕망 충족은 다른 사람의 욕망 좌절을 초래하여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지속될 수 없는 인간의 행복은 떡이나 말씀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현상이다.

 

그런데, 사람은 예외 없이 죽는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 존엄성의 근본적인 한계를 제시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존엄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존엄성이 하나님의 존엄성에서 파생하고 그것에 의존하게 되었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그 선택을 인간 몫으로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이르되 내가 무죄한 피를 팔고 죄를 범하였도다. 하니 그들이 이르되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냐 네가 당하라 하거늘, 유다가 은을 성소에 던져 넣고 물러가서 스스로 목매어 죽은지라 (마태복음 274-5)”

 

*선의지 (善意志, 칸트의 철학용어), 마음속에서 옳다고 믿으며 행하고자 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나온 (도덕 법칙에 의해 규정된) 의지를 말함. Kant betonte, es sei nichts denkbar, was ohne Einschränkung für gut gehalten werden könne, als allein ein guter Wille.

 

양지연|ANU 석사(분자생물학), 독일 괴테대학 박사(생물정보학), 카톨릭의대 연구 전임교수 역임 

▲ 양지연.     ©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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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6 [15:14]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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