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발, 아름다운 손

김성두/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1/09/27 [12:27]
▲ 허먼스버그 정착촌에 세워진 초창기 교회.     © 김성두


호주 원주민 선교를 논할 때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선교 기관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핑크 리버 선교부(Finke River Mission)이다. 이 선교부에 대하여 우리가 알아간다면 초기 원주민 선교 사역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핑크 리버 선교부 (Finke River Mission)

 

핑크 리버 선교부(Finke River Mission)는 남호주 타눈다(Tanunda)에서 온 두 명의 독일 선교사에 의해 1877년에 설립되었다. 그들은 20개월 동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시골을 통과하며 숨막히는 열기 속에서 물이 없는 길을 따라 가혹한 여정을 견뎌냈다.

 

그들은 독일에 있는 고향의 이름을 따서 선교 정착촌의 이름을 허먼스버거(Hermannsburg)로 지었다. 그리고 1878년 독일에서 온 후속 그룹과 합류를 했다.

 

일부 좋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고립, 질병, 의료지원 부족, 가뭄, 심한 서리(frosts), 실망스러운 영적 경험을 하는 등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언어 학습, 번역 및 교육을 계속해 나갔다.

 

▲ 처음으로 Finke River Mission에서 예배를 드렸던 장소. 사람들이 핑크 리버 강가에 있는 이 큰 나무 아래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면서 선교 사업은 시작되었다.     © 김성두

 

▲ 프랭크 리버 미션에 대해 설명해 준 Paul Traeger 선교사와 함께 한 필자 김성두 목사.     © 김성두


현재 26명의 원주민 루터교 목사는 Finke River Mission의 지원을 받아 호주 중부 5개 주요 언어 지역에서 45개 이상의 지역 사회를 섬기고 있다.

 

핑크 리버 선교는 호주 루터교 교회에서 하는 사역이다. 핑크 리버 선교 사역은 루터교 교회의 성경과 고백에 따라 호주 중부 원주민들 사이에 복음을 선포하고 홍보하고 가르치고 양육한다.

 

▲ 호주 원주민들에게 신성시되고 있는 울루루. 단일 암석으로 세계 최대의 크기를 자랑한다.     

 

핑크 리버 선교는 Alice Springs Lutheran Church, Lutheran Community Care, Yirara College 및 Living Waters Lutheran School과 함께 중부 오스트레일리아의 루터 교인들에게 하나님의 구원의 복음을 전하고 있다.

 

Australian Lutheran College의 지원으로 핑크 리버 선교는 원주민 목회자와 6개 언어로 원주민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다른 지도자의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핑크 리버 선교부는 교회 지도자를 지원하고 성경, 찬송가 및 기타 예배 자료를 제공하고 적절한 읽기와 쓰기 능력을 위한 프로그램을 장려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핑크 리버 선교는 Yirara College를 통해 매년 외딴 노던 테리토리,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및 퀸즐랜드에서 온 최대 300명의 원주민 기숙 학생들에게 기독교 중등 교육을 제공한다고 한다.

 

보너스로 얻은 울루루(Uluru) 방문

 

호주 원주민 선교에 대하여 배우느라고 하루하루 바쁘게 움직였는데 감사하게도 울루루를 방문하게 되는 보너스를 받았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은 꼭 방문을 하고 싶어하는 명소이기에 사실 필자도 살짝 흥분이 되었다.

 

울루루(또는 에어즈 록 Ayers Rock)는 높이가 348m (1140피트)이고 둘레가 9.4km(5.8 마일)인 세계에서 가장 큰 사암 기둥이다. 그것은 호주 북부 노던 테리토리의 남부에 있다. 가장 가까운 도시인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남쪽으로 335km에 위치해 있다.

 

울루루는 단일 암석으로는 세계에서 최대이며 이 지역의 원주민들에게는 매우 신성시되고 있는 영적 에너지(spiritual energy)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울루루로 가는 버스 안에서 버스 기사가 이런 질문을 했다. 누구 혹시 울루루 바위 덩어리의 무게가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필자도 잠시 생각을 했는데 적어도 1만 톤은 될 것 같았다. 높이와 둘레가 그렇게 엄청나기에 무게 또한 엄청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우리 일행 중 아무도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있으니 버스 기사가 웃으면서 울루루 바위 덩어리의 무게는 ONE STONE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우리 모두는 크게 웃을 수가 있었다.

 

호주 사람들은 자기들의 몸무게를 우리처럼 kg으로 나타내기도 하지만 연세가 드신 분들은 ‘stone(무게 단위)’으로 말하기도 한다. 1stone은 보통 6.3kg이기에 몸무게가 63kg인 사람은 10stones라고 말한다. 울루루는 바위 덩어리 하나로 되어 있기에 1stone이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재치가 있고 재미있는 농담이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울루루 방문의 백미는 석양 빛에 비치는 울루루의 모습인데 바위의 색깔이 보라색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석양에 비친 울루루를 바라보면서 바베큐 파티를 하는 것이 중요한 행사임을 필자도 그날 알았다.

 

드디어 해가 질 무렵 울루루를 바라보는데 정말 보라색의 바위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참으로 신기했다. 그리고 여행사에서 준비한 바베큐 파티가 시작되었는데 풍성한 음식을 준비한 것 같았다. 한창 맛있게 식사를 하는데 원주민들이 바베큐 파티장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원주민들이 그린 그림을 팔기 위해서 온 사람도 있었고 바베큐 파티에서 남은 음식을 얻어가려고 서성이기도 했다.

 

▲ 울루루를 배경으로 SCD 호주 원주민 선교 학술 탐사팀.     © 김성두

 

원주민 어린 아이들이 맨발로 왔다 갔다 하니까 여행사 직원들이 쫓아내는 모습도 보였다. 울루루는 원주민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곳이고 바로 그들이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 사람들이 그림이나 팔고 남은 음식 찌꺼기나 얻으려고 기웃기웃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어떤 사람은 100불짜리 원주민 그림을 사 주기도 했지만 어떤 여행사 직원은 남은 음식을 쓰레기 통에 그냥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여행사 직원은 남은 음식을 봉지에 싸서 그들에게 주기도 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느낌도 받았지만 현실을 무시해 버릴 수도 없는 노릇임을 필자도 느끼면서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위대한 창조물인 울루루 앞에서 하루 빨리 호주 원주민들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호주 원주민을 사랑하는 범상치 않는 사람 그렉 딕

 

에일러론(Aileron)은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북쪽으로 약 135km, 테넌트 크릭에서는 남쪽으로 약 370km 떨어진 스튜어트 하이웨이에 위치한 작은 지역이다. 에일러론은 안마투라 커뮤니티에 있는 로드 휴게소(Road House)로 식사, 숙박, 소모품, 연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특별한 사람 그렉 딕(Greg Dick)을 만났다. 그는 에일러론 로드 하우스 주인이다.

 

그렉 딕은 로드 하우스 뒤의 언덕 위에 호주 원주민의 한 종족인 안마투라(Anmatjere)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서 그들의 모습을 담은 큰 동상을 세우기로 결정을 하였다. 그는 그의 친구인 마크 에간(Mark Egan)에게 부탁을 하였다. 당시 23만 달러(지금은 약 50만 달러)를 들여서 동상을 만들었는데 마크 에간은 그 당시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대형물 조각가로 유명하였다.

 

마크 에간은 높이 12m 동상을 만들어 세웠다. 그 동상은 긴 창을 들고 있는데 그 길이는 17m이다. 무게는 약 8톤으로 철제 골격에, 철사, 시멘트를 가지고 만들었다. 언덕 아래에는 안마투라 여인(Anmatjere Women)과 어린 아이 동상이 서 있었다.

 

▲ 호주 원주민의 한 종족인 안마투라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동상     © 김성두

 

그렉 딕이 동상을 만든 이유는 이렇게라도 해서 호주 원주민들에게 진 빚을 갚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동상이 세워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은 후 갑자기 이 사람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 매일매일 로드 하우스에 나오지는 않는다는 정기옥 교수를 졸라서 혹시 오늘 나왔으면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정 교수는 곧장 로드 하우스로 들어 갔고 그렉 딕과 함께 필자 앞에 나타났다.

 

필자는 다짜고짜 사진 한 장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기꺼이 찍어 주겠다면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그는 필자에게 어디 가볼 데가 있다면서 필자의 손목을 잡더니 로드 하우스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아뿔싸! 관(coffin)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관 뚜껑에는 Gregory Francis Dick 1945-2045 라고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필자가 궁금해서 이 관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죽으면 들어갈 관이라는 것이다. 자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관에 들어갔다 나온다고 했다. 관에는 주머니가 없지 않느냐고 하면서 자기는 돈에 대하여 욕심이 없다고도 했다.

 

필자가 나도 한 번 들어가봐도 되겠느냐고 했더니 기꺼이 들어가도 괜찮다고 하면서 관 뚜껑을 열어 주었다. 필자는 들어갈 때는 별 생각이 없이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고 그렉이 관 뚜껑 문을 꽝하고 닫았을 때 관 속에는 깜깜한 적막이 흘렀다.

 

▲ 그렉 딕이 수시로 들어가 본다는 자신의 관     © 김성두

 

온 사방이 칠흑같이 깜깜했다. 나는 한순간 완전히 죽은 사람처럼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렉이 말했듯이 관 속에서는 아무런 욕심이 생기지도 않았고 그저 하나님 앞에 설 때 잘했다 칭찬받도록 바르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한 순간 필자가 성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이래서 그렉이 이 관 속으로 자주 들어가는구나! 라고 생각해 보았다. 그 관은 그렉의 관이었지만 들어가보니 나의 관 같기도 했다. 참으로 그렉 때문에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아서 그렉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정중하게 했다. 그런 나에게 그렉은 예수님은 자기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하면서, 자기는 오후 1시에 예수님께 기도하러 갈 것이라고 했다.

 

버스에서 일행들이 기다리기에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그날 그렉과 만난 순간을 필자는 결코 쉽게 잊어버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렉과 헤어지는데 그렉이 카푸치노 한 잔을 공짜로 주면서 마시고 가라고 했다. 기쁘게 한 잔을 받았는데 손에 느껴지던 카푸치노 커피 잔의 따뜻함이 금방 사귄 친구 그렉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물론 지금까지 먹어본 그 어떤 카푸치노보다도 그렉이 준 카푸치노는 최고의 커피였다. 그날 그렉이 준 카푸치노의 맛을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의 삶은 그곳 원주민들에게 자기가 벌었던 돈과 모든 것들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죽어서도 가지고 가지 못하는 돈을 원주민들을 위해서 돌려주는 그의 마음이 너무도 필자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더 못 가져서 안달이 나 있는 현대인들에게 또 이 세상의 복이란 복은 다 가지려고 하는 크리스찬들에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참 크리스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멍멍해져 오는 가슴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무 욕심없이 거저 줄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참 멋지고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나는 그렉을 통해서 배웠다. 그는 진정 원주민을 위해 살아가는 이 시대의 예수님처럼 느껴졌다.

 

만약 그가 관 뚜껑에 새긴 대로 2045년까지 살아 있다면 그 언젠가 다시 한 번 더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로드 하우스를 떠나왔다.

 

호주 원주민 선교, 무엇을 할 것인가?

 

▲ 그렉 딕과 정기옥 교수 그리고 필자와 함께     © 김성두

 

호주 원주민 선교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번에 호주 원주민 선교 탐사 여행을 하면서 필자의 마음 속에서 계속하여 사라지지 않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이 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9박 10일간의 여행을 통하여 호주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발을 많이 만났다. 성경은 복음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 아름답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호주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발이 될 수가 있겠는가? 하는 질문을 해본다.

 

물론 아름다운 발을 가진 선교사로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통해서 느끼고 알 수 있었던 사실은 일반 사람들이 직접 호주 원주민을 찾아가서 복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발은 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언어와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우리가 배워야 하고 그들을 직접 만나서 복음을 전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름다운 발을 보내 드리는 아름다운 손은 될 수가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나는 직접 가지 못하지만 가는 선교사를 돕는 보내는 선교사의 일은 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 생각을 해 보았다.

 

“가든지, 보내든지” 둘 중에서 우리는 하나는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복음을 직접 전하는 아름다운 발이 못 된다면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아름다운 손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 <끝>

 

김성두|시드니경향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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