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의 복

배용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1/09/27 [14:44]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연말연시 인사법이 있다. 무슨 복을 어떻게 받는지도 모르고 의례적인 인사치례 말이 된지 오래인 것 같다.

 

아마도 ‘새해에는 더 건강하고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세상을 사세요’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그 복의 참 뜻을 이해하고 쓰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복에 대한 인식이 동서양에서 차이가 있다. 동양에서는 오복으로 대표되는데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그리고 고종명(考終命) 또는 다자(多子)를 들지만 서양에서는 성경에서 나오는 여덟 가지 복을 들고 있다.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 그리고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 등 이 모든 사람들이 복을 받는다고 하고 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동양의 5복은 천부적으로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개념이 강한 반면 서양의 8복은 비교적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8복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심령이 가난하면 평생 가난하게만 살 팔자요 애통하는 자는 나약한 심성으로 생존경쟁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긍휼히 여기는 자와 마음이 청결한 자 그리고 화평케 하는 자들은 험한 세상살이에 낙오하기 십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복은 고난과 연단을 통해 얻어지는 값진 결과만이 이룰 수 있는 것이기에 이를 하늘이 주는 복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복 되게 살기를 추구하지만 그리 녹녹치 않는 것이 인생이다. 복은 조상의 음덕으로 받는다거나 우연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역경이 파도처럼 몰려올 때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열매라고 할 수 있다.

 

성경에서 처음으로 복을 받은 사람은 아브라함(원명 아브람)이다. 하나님이 지시한 대로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고 했을 때 주저함이 없이 그 명령을 따름으로 그 가족은 큰 민족을 이루게 되어 복을 받게 되고 결국 이스라엘의 믿음의 조상이 된다.(창 12: 2)

 

그러면서 하나님은 그에게 축복을 하는 자에게는 축복을, 저주하는 자에게는 저주를 할 것이라는 약속을 한다.(창 12: 3)

 

이때 아브라함의 나이가 70대라고 했으니 돌이켜 보면 40대 중반에 이민을 감행한 나에게는 그 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치게 한 호주가 나에게는 가나안 복지임이 틀림없다.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하나님을 만나 그분으로부터 큰 복을 받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라고 하는 말만 믿고 억지로 교회로 끌려온 사람들은 ‘복 받으려고 교회에 나왔더니 인생이 더 힘들어 졌다’라고 원망하면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보게 된다. 이런 신앙을 祈福信仰(기복신앙)이라고 해서 고통의 연단을 이해하지 못하는 원시적 신앙이라고 한다.

 

성경에서 가장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 욥이라는 사람이다. 재산과 자녀들이 많아 축복을 받았지만 하나님은 그에게 온갖 고난을 주어 그 많던 재산과 자식들을 한꺼번에 잃는 재난을 당하고도 하나님을 굳건히 의지하였기에 그 후 더 많은 재물과 자녀들을 가지게 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진정한 복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욥42: 5) 라고 고백하는 욥의 모습이 진정한 복을 받은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오히려 더 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 고통과 시련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면 다가올 복을 스스로 버리는 것이 되며 끝까지 그 어려움을 자신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여기면서 이를 극복해 나가는 사람만이 하늘의 상인 복이 주어진다는 사실(마5: 12)에서 진정한 노후의 복을 발견해 본다.〠

 

배용찬|멜본한인교회 은퇴장로

 

▲ 배용찬     ©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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