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마가 요한

우명옥/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1/09/27 [14:56]

어느 초등학교 수행평가 과제 중 하나로 ‘할머니 생신입니다 할머니께 드릴 카드를 예쁘게 그려보세요’라는 문제에 삼성카드 이렇게 박스에 삼성카드라고 쓴 초등학생의 답안이 웃긴 시험지로 인터넷에서 돌아다닌다.

 

 

어린이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장난감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된지 오래고, 요즘 아이들에게 카드는 종이카드가 ‘신용카드’이다. 그래서 쇼핑할 때 가장 가지고 가고 싶은 것이 ‘엄카’(엄마카드)라고 한다.

 

옛날 성경 시대에도 ‘엄카’가 있었다면 뉘집 엄카가 다이아몬드 등급일까? 여러 명이 있겠지만 사도행전 12장 12절에 나오는 마가라 하는 요한네 집도 엄마의 재력과 써포트가 짱짱한 집안이다. 일단 이 마가라 하는 요한은 그래서 이름이 마가라는 건지 요한이라는 건지 혼돈스러운데 한번 정리해 보자.

 

같은 사람이지만 유대식 이름은 ‘요한’이고 로마식 이름은 ‘마가’이다. 이 마가 요한의 어머니는 ‘마리아’이고 외삼촌 또는 사촌은 사도행전 4장에 등장하는 ‘바나바’이다.

 

구브로에서 난 레위족인이 있으니 이름은 요셉이라 사도들이 일컬어 바나바(번역하면 권위자)라 하니 그가 밭이 있으매 팔아 값을 가지고 사도들의 발 앞에 두니라.

 

이름이 요셉이고 바나바는 별명인데 지금도 우리는 그의 별명에 더 익숙하다. 바나바는 구브로에 사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 레위 족속이다. 그는 땅도 있었고 그 땅을 팔아 어려운 자들을 위해 사용할 정도의 신앙과 재력을 고루 갖춘 자였다. 그가 얼마나 이타적인 인물이었는지 지금도 왠만한 교회의 구제부서 이름이 거의 다 ‘바나바’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마가 요한은 자신의 인척으로 이런 바나바를 둔 것이다. 그런데 마가의 어머니 또한 대단하신 분이시다.

 

일단 이름보다 우리는 장소에 대해 더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120명이 모여 기도할 때 성령님이 오신 마가의 다락방(행 1:13-15), 베드로가 감옥에서 천사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찾아 갔던 교회(행 12:5)가 바로 마가 요한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이다.

 

예수님이 돌아가시 전 제자들과 만찬을 가졌던 장소(막 14:15), 부활 후 제자들을 찾아 오신 곳도(막 16:14) 이곳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마가 요한의 집은 신약성경에서 예수님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장소였다.

 

마가 요한의 집은 재산도 재산이지만 온 가족과 인척이 예수 그리스도께 헌신된 집안이다. 지금으로 치면 어머니는 권사님, 외삼촌은 목사님 같은 일가친척들이 주의 일을 하는 헌신된 기독교 목회자 집안일 것이다. 마가 요한은 이런 가문의 귀하디 귀한 아들인 것이다.

 

마가 요한은 어머니 마리아와 바나바의 영향으로 예수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어려서부터 복음을 받아 들이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안의 신앙이 다 마가 요한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런 스펙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인간적인 실수와 실패 또한 가진 자였다.

 

그는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붙잡히실 때 벗은 몸을 두르고 있던 베 홑이불까지 벗어 던지고 도망갔던 자였다(막 14:51-52). 그리고 바울과 바나바의 1차 전도 여행 때 수행원으로 함께 동행하였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감으로 나중에 바울과 바나바가 크게 싸우고 헤어지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 자이기도 하다.

 

그는 믿음의 1세대를 따라하기에는 겁도 많고 고생도 모르고 자란 우리의 다음 세대 같다. 태어나 보니 모태 신앙이라 엄마 등에 업혀 교회서 먹고 자고, 말 배우면 식사기도부터 배우고, 한글 떼자마자 성경부터 읽어야하는 그런 모태 신앙 다음세대가 마가 요한인 것이다.

 

하지만 단지 이런 이유만으로 마가 요한을 다음 세대로 비유하는 것은 아니다. 마가 요한은 예수님의 제자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 예수님을 직접 목격하였고, 초대교회의 기둥 같은 바나바, 바울, 베드로 세 명 모두에게 믿음의 유산을 이어받은 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바나바와 함께 구브로 섬으로 두 번째 전도 여행(행 15:37-41)을 떠났고, 나중에 바울과 함께 옥에 갇히기도 하였다(골 4:10). 빌레몬에게 보낸 편지에서 바울은 다른 동역자들과 함께 마가의 안부를 전하고 있다.

 

바울이 죽기 전 쓴 디모데 후서에서 바울은 디모데에게 마가를 데려오라고 부탁하는데, 그가 자신에게 유익하다며 마가를 보고싶어 한다(딤후 4:11).

 

마가는 바울에게만 유용한 사람이 아니었다. 마가는 베드로의 훌륭한 통역관이자 동역자였다. 바울 옆에 디모데가 있었다면 베드로 옆에는 마가 요한이 있었다. 마가 요한은 베드로가 로마 감옥에 있는 동안 그를 보살피며 베드로의 영적 아들로 함께 하였다. 이 마가 요한에 대해 베드로는 ‘내 아들’이라고 말한다.

 

“택하심을 함께 받은 바벨론에 있는 교회가 너희에게 문안하고 내 아들 마가도 그리하느니라.”(벧전 5:13)

 

마가 요한이 쓴 마가복음 1장 1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이 문장에서 누구 말이 떠오르지는 않는가?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라는 질문에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마 16:16)라고 고백했던 베드로를 떠올린다면 성경을 잘 읽은 것이다.

 

이렇게 마가복음을 읽다 보면 베드로가 생각나는 장면과 구절들이 많다. 예수님을 부인한 부끄러운 좌절 경험이 있던 베드로는 중도에 사역을 포기했던 다음 세대 마가 요한을 품어 주었고 그를 이끌어 주었다.

 

마가는 AD 30-65년 동안 베드로와 함께 사역하면서 베드로에게 들은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였다. 그래서 마가복음에는 다른 복음서보다 베드로에 대한 구체적 묘사가 많고 이로 인해 ‘베드로 복음’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마가 요한이 쓴 마가복음은 바울과 베드로의 순교 후 로마의 시험과 박해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빛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신용카드도 없이 자란 1세대들에게 ‘엄카’로 애지중지 키운 다음 세대의 나약함은 참기 힘든 비교의 틈을 만든다. 더 많은 경제적 윤택과 신앙의 축복 속에서 키웠건만 부모 세대만큼 따라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속이 터진다면 마가 요한을 기억해 보자.

 

©Avery Evans.  

 

누구보다 믿음의 축복과 경제적 윤택 속에서 자랐지만 알몸으로 도망칠 정도로 예수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힘들면 중간에 포기할 정도로 복음전파에 나약했지만 마가 요한은 훌륭한 다음 세대이다.

 

그는 1세대를 도와 믿음의 바톤을 이어갔고 초대교회 성도들뿐 아니라 오늘 우리가 읽어도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고백하게 하는 마가복음을 기록하였다. 내 자녀가 마가 요한으로 성장하기를 원하다면 다이아몬드 등급 ‘엄카’보다 더 좋은 ‘기도하는 집’ ‘성령이 임재하는 가정’을 유산으로 주면 어떠할까 생각해 본다.〠

 

우명옥}시드니한인장로교회 어린이부 전도사, 목회학 석사,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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