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한국 목사 (244번)

글/마이클 프로스트 번역/주경식 사진/권순형 | 입력 : 2021/11/29 [15:13]
▲ 오징어 게임의 거대한 인형(영희) 복제품이 할로윈에 맞춰 10월 29일시드니에 도착, 11월 1일까지 하버브릿지 앞 록스 해외 여객 터미널 북쪽에 전시되었다. 인형 높이는 4.57미터, 무게는 3톤에 달한다     © 크리스찬리뷰


본 기사는 몰링컬리지의 부학장을 역임했고, 현재 몰링컬리지 내의 틴슬리 연구소(Tinsley Institute)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마이클 프로스트(Michael Frost)교수가 그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허락을 받아 번역했다.

 

기사 내용 중 정확하지 않은 사실들, 신천지교회가 한국의 대형교회로 오해되고 있는 것과 한국의 기독교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틀린 내용들이다.

 

현재 그의 블로그에는 신천지가 이단교회인 것을 알리는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신천지 이단뿐만 아니라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를 포함한 다수의 교회가 정부의 방역방침을 무시하고 코로나19를 퍼트려서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부분은 주의 깊게 들어야 할 목소리이다. <편집자 주>

 

오징어 게임!

아이들 놀이를 치명적으로 각색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디스토피아적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이 될 예정이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너무 유명하여 말 그대로 인터넷을 달굴 정도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완전 난리다!

드라마는 대한민국 육지에서 떨어진 미지의 섬에 정교하게 꾸며진 창고(수용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4백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게임에 실패하면 경비원들에 의해 죽게 되고, 죽지 않은 자들은 우승을 위해 끝까지 도전해 나가는 일련의 서바이벌 게임이다.

 

▲ 지난 9월 17일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포스터. ©Netflix     

 

그리고 게임을 시작한 456명 중 단 한 명만이 살아남아 최종 우승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너무 끔찍하고 충격적이며 소름 돋는 내용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모든 게임에 등장하는 사악한 장면들은 위에서 그 게임을 관람하고 있는 억만장자들이 각 게임마다 배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져 있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의 장난감이 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부분도 많이 있지만 나는 우선 244번 참가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그는 드라마 전체 내용으로 볼 때 조연에 불과하지만 그의 연기 내용은 위선적인 기독교인의 모습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어 특히 신경이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한국 배우 김시현이 연기했던 참가자 244번은 돈을 위해 게임에 뛰어든 목사이다(글쎄, 사실 참가자 모두가 돈을 위해 참가했다). 하지만 그는 죽음이 임박하게 다가왔을 때에서야 비로소 그의 믿음이 진실해지는 것처럼 비쳐진다(드라마 초기 게임에서는 그가 목사라는 사실을 감추었다). 사실 이것은 좋은 모습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1차 세계 대전 때 유래된 ‘여우굴에 무신론자는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은 신과 내세를 찾게 된다는 표현이다. 아마 이것이 드라마의 작가가 244번 참가자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장면일 수도 있다.

 

마치 게임의 공포가 심해지고 자신에게 닥친 죽음의 가능성이 가까워지자 그는 간절히 기도하며 믿음을 회복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감독은 드라마에서 왜 그를 일관성 없고 조울적이고 이기적인 캐릭터로 만들었을까?

 

사실 내가 만나본 목사 가운데 244번 같은 목사는 없다. 그는 다섯 번째 게임을 위해 숫자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혼자 중얼거리며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날이 여섯째 날이라는…” 괴상한 수학 논리를 펼치며 6번을 선택한다. 후에 그는 시간이 제한된 유리패널을 건너는 게임에서는 신에게 기도하며 다른 참가자들의 시간은 안중에도 없다.

 

▲ 오징어 게임에서 김시현은 244번 참가자 역의 목사 역을 맡았다. © Netflix     

 

▲ 244번 목사를 경멸하던 240번 참가자인 지영(이유미)은 독실한 기독교 목사인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과 어머니를 학대했다고 고백한다.  © Netf   


또한 그는 동료 선수들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그들을 ‘죄인’이라고 부르고 그들에 대해 하나님의 심판을 선포하기도 한다. 물론 그는 드라마 내내 환상적인 액수의 돈을 얻기 위해 비윤리적이고 치명적인 생존 게임에서 경쟁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244번 참가자만이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유일한 나쁜 기독교인은 아니다. 244번 목사를 경멸하던 240번 참가자인 젊은 여자는 독실한 기독교 목사인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과 어머니를 학대했다고 고백한다.

 

▲ 시드니 록스에 설치된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거대한 인형을 구경하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크리스찬리뷰  가운데 작은 사진들과 왼쪽 상단 사진은 오징어 게임의 장면들이다. © Netflix     

 

이외에도 부차적으로 기독교 캐릭터가 간략하게 소개된다. 초반에 주인공 기훈(456번 참가자)이 게임에 모집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기훈은 기차 플랫폼에서 잘 차려 입은 낯선 사람이 본인에게 접근할 때 그를 기독교를 설파하는 전도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오래된 불교신자’라고 냉소적으로 주장하면서 그를 공격적으로 내쫓으려 한다. 그리고 시리즈 후반부에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기훈은 서울의 거리에 던져진다. 그때 그곳에 한 전도자가 한 손에 피켓을 들고 하나님의 심판을 외치고 있었지만 자기 발 아래 던져진 기훈의 곤경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장면이 등장한다.

 

마치 이 드라마에서는 종교는 나쁘고 종교인은 믿을 수 없고 심지어는 사악하다는 테마가 있는 것처럼 보여 지기까지 한다.

 

물론 나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한국의 게임 쇼를 깊이 분석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에서는 나쁜 목사와 맹목적인 전도자들의 전형적이면서도 가장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왜 그런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약간의 리서치를 통해 한국에 거주하는 캐나다 언론인인 데이브 하잔(Dave Hazzan)이 아시아 태평양 저널인 ‘The Diplomat’에 기재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남한은 복음주의 기독교로 넘쳐난다. 한때는 강력한 샤머니즘과 유교 국가였던 나라가 이제는 길거리의 상점보다 교회가 더 많아 보인다. 아주 작은 상가교회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요 도시의 밤 하늘에는 네온 십자가가 휘황찬란하게 번쩍이고 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가가호호 방문 전도를 하고 교회 이름이 새겨진 티슈와 전도지를 길거리에서 나눠주며 전도하고 도시를 돌며 ‘예수천당, 불신지옥’등을 확성기로 외치며 전도하는 모습을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이렇게 전도하는 소리를 듣지 않고 며칠 이상 보낸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나는 한국에 두 번밖에 가본 적이 없지만 데이브가 한 마지막 말은 증명할 수 있다. 서울을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여러 명의 전도자들로부터 전도지를 받고 그들이 전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데이브 하잔은 한국 기독교와 미국 문화 제국주의 그리고 번영 신학 사이의 연관성을 개괄적으로 설명해준다.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인 조용기 목사가 교회 기금 1천200만 달러(최대 5억 달러 이상)를 횡령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후 한국인들은 목회자들이 부자가 되는 것을 보는데 익숙해졌다고 한다. 조 씨는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 네플릭스 호주는 오징어 게임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체험할 수 있는 거대한인형(영희)을 시드니의 명소인 하버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사이에 설치했다.     © 크리스찬리뷰

 

개신교 지도자들이 세금도 내지 않고 호화롭게 사는 모습은 비그리스도인들이 볼 때에 개신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20%만이 개신교 목사를 신뢰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전체 한국 국민의 30%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볼 때 특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편집자주: 한국인 전체 인구 가운데 기독교인이 30%나 된다는 통계는 잘못된 통계이거나 오래 전 한국 기독교 전성기 때의 통계일 수 있다).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 한국 종교사회학 협회 회장인 송재룡 박사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한국 개신교와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 생각은 가난한 기독교인은 기독교인이 아닌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참가자 244번을 조금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한국의 목사로서 그가 가난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소름끼치는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것이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에서 보여주는 244번 참가자인 목사가 보여주는 판에 박힌 행동? 남을 쉽게 판단하는 모습? 이기주의? 작가들은 개신교 성직자의 이런 모습들에 대한 청중의 억측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매우 걱정스럽다. 한국 기독교는 요즘 긍정적인 평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작년에 신천지예수교회라는 한국의 대형교회(*편집자주: 마이클은 신천지가 이단교회인 것을 모르고 있다)가 코로나19 경보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집회금지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계속해서 하는 바람에 뉴스에 나왔다. 바로 교회가 국내 최초의 주요 코로나19 발병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한때 한국의 코로나19 전염 전체 사례 중 36%가 교회와 관련이 된 적이 있다.

 

대중의 분노는 이만희를 살인, 상해 및 감염병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는 일로 이어졌다. 그는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횡령 혐의로 유죄가 선고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모든 것이 젊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교회를 떠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퓨 리서치(Pew Research) 센터에 따르면 한국은 종교 관련 연령 격차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고 집계되고 있다. 40세 미만의 종교인은 40% 미만인 것에 반해 40세 이상의 종교인은 63%나 된다.

 

오징어 게임에서 목사와 전도자에 대한 묘사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한국 교회가 쇠퇴하는 운명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연계되어 조성된 미국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소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서 기독교가 계속해서 주도적으로 종교를 이끌고 있는 반면 더 많은 인구가 기독교 신앙을 떠나고 있다. … 따라서 한때 한국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분으로 여겨졌던 한국교회가 지금은 과거보다 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많이 들어본 소리가 아닌가? 〠

 

마이클 프로스트|몰링컬리지 틴슬리 연구소(Tinsley Institute) 설립자 겸 디렉터

글/주경식|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사진/권순형ㅣ크리스찬리뷰 발행인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