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은 오직 믿음으로 살리라

나를 움직인 한마디

김형만/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0/07/26 [14:59]

방글라데시 선교사 말년에 고민이 많았다. 군대 말년에 드는 생각들이 그대로 재연되었다. ‘한국에 가면 어디에서 거처해야 하나?’ 멜번에 교회를 개척하러 가기로 결정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선교사 사표를 내면 ‘처자식들을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 온갖 세속적인 걱정들이 나를 짓눌렀다. 거의 두 주간을 그 불신앙의 숲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내 속에 있는 믿음의 실체가 다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때 하나님께서 망치로 치시는 것 같은 충격으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랄프 네이버’의 책을 읽을 때였다. 그분이 자기의 사역 신조를 써 놓은 내용을 읽을 때 하나님은 나를 강하게 질책하셨다. 그 신조는 이런 내용이었다.

“종은 주인에게 충성을 다한다. 주인은 종의 필요를 채워준다. 그러므로 종은 염려하지 않는다”

나는 엎드려 나의 불신을 회개했다. 종인 내가 주제넘게 하나님을 대신해서 내 가정의 필요를 책임지려고 했던 것이다. “네가 내 종이냐? 네가 내 종이라면 네가 할 일은 오직 나에게  충성하는 것이다. 네 처자식은 내가 먹여 살린다. 그것은 네 일이 아니다. 나의 일이다”

그 후 나는 모든 염려를 내려놓았다. 당장 어디서 지내야 할지도 결정이 안되어 있었고, 선교사 사표를 내면 어떻게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을지 전혀 계획이 잡혀 있지 않았다. 그런데 하나님은 말씀대로 나의 모든 것을 채우시고 인도해 주셨다.

방글라데시에서 친하게 지냈던 한 선교사님이 자신의 숙부가 사역하는 교회의 안식관을 쓸 수 있도록 연결을 해 주었다. 그 교회에서는 선교사들을 위해서 빌라 3채를 준비하고 선교사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차와 쌀과 냉장고에 음식까지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이 왔다. 그 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들이 6월에서 8월까지 그 안식관을 사용하게 되어 있었다. 우리는 또 갈 데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나님께서 또 우리를 어디로 인도하실지 기대가 되었다. 마침 알고 지내는 후배가 자기가 사역하는 ‘선의은행’이라는 NGO 단체가 경주에 집 한 채를 갖고 있는데 지금 비워 있어서 언제든지 써도 좋다고 알려 주었다.

나는 서울에 있기를 원했지만 서울에서는 더 있을 곳이 없었다. 마치 유배지로 가는 것처럼 낯선 경주에 갔다. 그런데 거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멋진 숙소와 바다와 유적지와 휴양시설들이었다. 뜻하지도 않았고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멋진 여름휴가를 보낸 것이다.

멜번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도착인사를 하기 위해서 우리의 생활비 반을 지원하기로 한 시드니성결교회의 강현성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전화로 들은 소식은 당회에서 한 가정이라도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멜번에서 한인들이 그 중 많이 산다는 클레이톤에서 일 주일 동안 한국 사람을 겨우 두 사람 보았다. 이런 곳에서 한 가정을 얻는 것이 육 개월이 걸릴지 일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그 전화를 받고 나서의 나의 반응은 “이런 곳에서 어떻게 한 가정을 얻을 수 있나?”였다. 

그런데 그 전화를 받고 아내는 나와는 정 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아, 그러면 하나님께서 한 가정을 이미 예비하셨겠다” 그런 아내에게는 멜번에서의 시간이 마냥 즐거워 보였다. 같은 소식에 한 사람은 지옥이요 한 사람은 천국을 경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정말 아내의 믿음대로 한 가정을 예비해 놓고 계셨다. 한국에서 내가 출석하던 교회의 한 권사님이 당신의 동생 가정이 멜번에 살고 있는데 가면 꼭 연락을 하라고 전화번호 하나를 주셨다. 그러나 나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혹시 그분들이 교회에 잘 출석하면서 부담을 느낄까봐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이다.

한 달 후에 한국에서 그 권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동생 내외가 기다리고 있는데 왜 전화를 안 주시냐고’   그때서야 전화를 했는데 정말 하나님이 예비하신 가정이었다. 하나님은 그렇게 한 가정을 채워 주심으로 교회를 시작하게 하셨을 뿐 아니라 우리를 지원할 교회의 요구가 충족되게 하셨다.

이 사건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내게 다시 한 번 교훈해 주셨다. 오직 종은 믿음으로 살리라는 것을.〠

 

김형만|멜번목자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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