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

김환기/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2/06/27 [14:12]

오늘은 정신분석세미나 마지막 시간이다.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란 작품이 생각난다. 독일과 프랑스의 접경지대에 '알자스와 로렌' 지방이 있다. 프랑스 영이었으나 후에 독일이 점령하게 된다.

 

주인공인 '프란츠'는 불어 수업시간을 아주 싫어했다. 불어는 언제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여 수업시간에 늦게 오고 집중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벨' 선생님이 중대한 발표를 하게 된다. "내일부터 새로운 선생님이 올 것이고, 오늘이 프랑스어로 공부하는 마지막 수업이다." 더 이상 불어를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프란츠’는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세상이란 학교에 등록해서 다양한 과목을 배운다. 내가 잘하는 과목도 있지만 못하는 과목도 있다. 필수과목도 있지만 선택과목도 있다. 기쁨과 행복과 같은 좋아하는 과목도 있지만, 슬픔과 불행과 같은 싫어하는 과목도 있다.

 

인생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각 과목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대충대충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졸업할 시간이 되었을 때, 자신이 얼마나 공부를 게을리했는가를 깨닫고 뒤늦게 후회한다. 끝에서 시작을 볼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하늘에서 땅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면, 죽음에서 삶을 볼 수 있는 ‘명철’이 있다면 우리는 오늘의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을 것이다.

 

교재가 끝 페이지로 향하면서 ‘죽음’이란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생명을 능가하는 죽음”, “죽음이 생명을 능가한다는 신념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압박이 요구된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변화와 발달”이다.

 

발달의 끝은 어디인가? 죽음이다. 나는 유난히도 죽음에 대하여 많은 묵상을 했다. 아마 죽음을 알지 못하고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삶이란 무엇인가? 내가 살아 있는 이유는 아직 배울 것이 남아 있는 것이고, 아직 남은 사명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이제 다 이루었다”는 말씀을 기억한다. 모세는 늙어서 죽은 것이 아니라 사명을 마치고 죽은 것이다.

 

죽음에 관하여 연구한 세계적인 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즈’라는 분이 있다. 그녀가 70세가 되던 해에 썼던 자서전인 ‘생의 수레바퀴 (The Wheel of Life)란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들은 나를 죽음의 여의사라 부른다. 30년 이상 죽음에 대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나를 죽음의 전문가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내 연구의 가장 본질적이며 중요한 핵심은 삶의 의미를 밝히는 일에 있었다.”

 

인간은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사람은 죽음을 선고 받는 그 순간에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녀가 쓴 '인생수업'이란 책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오늘이 우리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십시오”

 

호주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한 Bronnie Ware라는 간호사가 쓴 ‘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는 책이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를 다섯 가지로 정리한 내용이다.

 

첫 번째 후회가 “남들이 기대하는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았어야 하는데”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삶을 살지 못하고 보이기 위한 삶을 살다가 죽음 앞에서 후회한다. 사람은 살아야 할 이유와 죽어야 할 이유가 동일해야 한다. 다르면 죽음의 끝자락에 섰을 때 살아왔던 삶에 대하여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 살 수는 있지만, 자신을 위해서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중에 누구든지 자기를 위하여 사는 자가 없고 자기를 위하여 죽는 자도 없도다.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롬14:7-8) 사도 바울은 살아야 될 이유와 죽어야 될 이유가 동일하였기에 죽고 사는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다.〠

 

김환기|본지 영문편집위원, 구세군라이드교회

▲ 김환기     ©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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