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격범’이 노린 대상은“통일교 한학자 총재”

변상욱/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2/07/20 [15:36]
▲ 지난 7월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활동을 하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67)를 총기로 저격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가 범행 직후 제압당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 지난 7월 8일 오전 11시 30분쯤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을 하던 중 아베 전 총리가 한 남성의 총격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아사히신문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가 총격에 의해 숨지고, 야마가미 데쓰야(41)라는 용의자는 일본 내 통일교회에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되거나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은 상당 부분 추정하는 내용들이어서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입니다.

 

통일교로 인한 가족의 경제적 피해가 직접적 동기일지, 다른 정치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했는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습니다. 또 정치적 동기라 해도 반대세력이 배경일지 아니면 거꾸로 우파세력이 배경인지 파악하려면 더 기다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통일교라는 종교집단과 관련해 이 사건의 실체에 조심스럽게 접근해 본다면 용의자의 어머니가 통일교 신자로 활동한 건 통일교 측에서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와 어떤 관계냐 하는 것입니다. 가장 최근의 관련 기록은 2021년 9월 12일 한국 경기도 가평군 청심월드센터에서 열린 '싱크탱크 2022 희망 전진대회'에서 공개된 아베의 동영상 연설입니다. (천주평화연합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공동 주최).

 

“일본국 전직 내각 총리 대신 아베 신조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해결, 특히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오신 한학자 총재님을 비롯한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통일교 합동결혼식에도 축전을 보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베 전 총리의 개인적 인연이 아닌 가문의 전통이라는 게 지배적 관점입니다.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스승이자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통일교회와 협력해 반공산주의 정치단체인 국제승공연합을 일본에 설립’한 것이 ‘아베 가문과 통일교 유착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관련 기사 “아베 신조, 통일교회와의 밀월을 웃는 얼굴로 커밍아웃(安倍晋三、統一教会との蜜月を笑顔でカミングアウト)”. 2021년 9월 13일자 <MAG2 뉴스>).

 

결국 통일교는 자금력과 국제적 네트워크, 반공 이데올로기로 교세를 키우려했고 아베 가문은 오랜 기간 대를 이어가며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한 셈입니다. 아베 가문만이 아니라 이런 유착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며 일본 자민당 내에 통일교 측 세력이 만만치 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지난 7월 13일, 일본에 가서 통일교 문제를 직접 취재해 온 송주열 기자와의 대담에서 “아베 총격범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를 노렸다”고 보도했다. Peace TV 영상 캡쳐     

 

특히 일본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통일교에 대해 이제는 사회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논의도 다시 번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35년간 통일교 피해자들을 상담하고 법적 지원을 해 온 ‘전국 영감상법대책 변호사연락회’는 이번 사건 직후인 12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상담 상황을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자료에 따르면 약 35년간 접수한 통일교 관련 상담 3만4천537건, 피해액 약 1천237억엔. 최근 5년간 접수된 상담은 약 580건, 피해액 54억 엔(약 514억 원) 규모라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통일교 빠진 엄마 수천만 원 미륵불사" ..日신자 자녀 회견“ 국민일보 7월 13일).

 

그런데 불행하게도 일본 사회는 기독교(개신교), 천주교, 통일교를 구분해 인식치 않고 모두 하나의 종교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더구나 통일교가 한국으로부터 전파됐다는 점에서 공격의 화살을 한국을 향해 돌리며 혐한 분위기를 조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기독교가 소수인 일본에서 선교사들과 교회는 대응할 만한 힘이 전혀 없어 자칫 피해가 커질까 우려됩니다.

 

또 이 사건이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우파의 대표적 지도자 사망, 혐한 분위기를 통한 부국강병 여론을 일으키는데 쓰인다면 일본을 군사강국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키울 수 있습니다.

 

사건 직후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125석 중 76석을 얻어 기존 의석과 합쳐 전체 248석 가운데 146석 이상을 확보했습니다.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등 ‘개헌 세력’까지 합하면 개헌안 발의 기준인 3분의 2를 넘습니다.

 

‘전쟁과 무력행사는 영구히 포기한다’는 현재의 평화헌법을 고쳐 자위대를 명실상부한 군대로 키워 군사강국을 만든다는 아베 전 총리의 숙원이 죽음을 통해 앞당겨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지지해 왔고 여기에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까지 포함시키려는 입장이니 이를 제어하지 않을 겁니다.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나라현 나라시에서 선거 지원 유세 도중 총격을 맞는 모습. 체널 A 영상 캡쳐     © 크리스찬리뷰

 

살펴 본대로 종교와 정치권력은 늘 유착의 유혹을 받고 정통성이 약할수록 그 유혹은 강해집니다. 시작 단계에서는 이해관계가 맞아 손쉽게 판을 짜고 이득을 얻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파국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곳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일본 통일교의 사례는 호주 교민사회에 타산지석이 될 것입니다. 교민사회뿐 아니라 호주 전체 사회에서 이미 한국에서 전파된 이단 종교집단들이 사회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이는 종교 영역에서 머물다 끝날 찻잔 속 태풍이 아닙니다. 다른 사회 영역으로 번지며 병폐가 되고 고질화한 뒤 폭발하면서 교회와 교민사회 전체에 큰 어려움을 지울 수 있기에 경각심을 늦출 수 없는 것입니다.〠

 

변상욱|전 CBS 대기자, YTN 뉴있저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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