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왜 이러십니까?

내 평생 버팀목이 되는 말씀 한 구절

김형만 | 입력 : 2010/08/23 [13:55]

“하나님 왜 이러십니까? 저를 좀 가만히 내버려 두세요”

두 번째 각혈할 때까지 내가 한 기도들의 주된 주제였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거의 10년간 3,4년 주기로 세 번 각혈을 하며 병치레를 하였다. 병명은 폐결핵이었다. 피 끓는 젊은 시절을 골골대며 지냈다. 이 첫 번째 각혈을 통하여 나는 자의(自意) 반 타의(他意) 반 내 진로를 수정해야만 했다.

결국 신학을 하게 되었지만 내 속으로는 아직도 세속적인 내 꿈을 내려놓지 않았다. 사명도 없이 시작된 나의 신학대학교 생활은 즐거울 리 없었고, 군대를 제대하고 3학년으로 복학해서도 하나님과의 대치 국면이 계속되었다. 그때 하나님은 본격적으로 당신의 고집을 드러내시면서 나를 다루기 시작하셨다.

두 번째 각혈을 하고 쓰러진 것이다. 다시 휴학을 해야만 했다. 방에서 누워 천장만 바라봐야 하는 나의 신세가 너무나 처량하고 견딜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나의 기도는 늘 하나님께 시비조로 시작되었다.

 “하나님 왜 이러십니까? 내 또래들 중에 나만큼 경건하고 성실하게 하나님 섬긴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십니까? 저를 좀 가만히 내버려 두세요”

한 번은 가슴이 파이는 것처럼 아프고 몸이 불에 타서 쪼그라드는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그날도 하나님께 “왜 이러십니까?”로 기도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마음 깊숙이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 한 번이라도 이 병으로 인해서 하나님께 감사한 적이 있느냐?” 나는 감사할 수도 없었고, 감사하고 싶지도 않았다. “형만아, 한번 감사해 보렴” 나는 억지로 무릎을 꿇었고, 망설임 끝에 겨우 입을 열어 “하나님 감사합니다” 한 마디를 띄웠다.

그런데 그 소리를 내가 듣고 내가 감동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다는 것에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면서 그동안 그 병으로 인해 있었던 일들을 진실로 감사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 것은 원망밖에 없었지만 나에게 원망을 들으시면서도 늘 나를 당신 곁에 붙들어 놓으신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눈물로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사이에 가슴의 통증은 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마음과 몸이 호수처럼 평온해졌다. 폐결핵이 다 나은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님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방구석에서 누워 지내던 어느 날 하나님은 요한복음 15장의 내용으로 나에게 다가 오셨다.  “아들아,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나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좋다. 내가 원하는 것은 너 자신이다. 네가 어떤 상태에 있든지 상관없다. 너는 내게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란다. 네가 내 안에 거하고, 내가 네 안에 거하는 것-그것이 내가 너에게 원하는 전부다. 네가 나를 위해서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아니다. 내가 너를 위해서 일한다. 그러니 너는 제발 내 안에만 있어라. 이것이 유일한 나의 바람이란다”

초라함과 가치 없음에 몸부림치던 나에게 다가오셔서 하신 말씀이다. 나는 그때 내가 믿는 하나님이 진짜 사랑의 하나님이신 것을 처음 알았다. 하나님이 나에게 가치 있는 일을 요구하시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가 하나님께 너무나 소중하고 가치 있음을 처음 알았던 것이다.

그 후 나의 가치관은 완전히 바뀌었다. 하나님이 진정 원하시는 것이 일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임을 깨달았다. 사역이 아니라 사람임을 깨달았다.

방글라데시에서 선교사로 있으면서 지키려고 애썼던 것도 이 두 가지이다. 하나님과의 관계와 사람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 사역에 치우치려고 할 때마다 나는 하나님이 주신 이 말씀을 항상 묵상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15:5)

 

김형만|멜번목자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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