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서 벗어난 영성

이규현/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0/09/27 [14:57]
마술을 보면 참 재미가 있다. 사실은 그것이 눈속임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술사의 현란한 손놀림 속으로 입을 벌리고 빠져들어 간다. 사람들은 마술과 같은 것에 막연한 기대감을 가질 때가 있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와 같은 작품들이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것은 인간 심리의 저변에 있는 초현실적인 세계로의 동경심을 자극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현실적인 것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환타지는 유혹이다. 사람들은 돈, 성공, 권력에 한번 최면이 걸리면 그 속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것은 마법이다. 꼼짝없이 사로잡히게 된다.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빠져 나오지 못한다. 세상을 보는 눈에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신기루를 본 것이다. 실제하지 않는데 실제하는 것처럼 너무나 확실히 믿어버린다. 그때부터 심장을 뛰게 하는 놀라움과 흥분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소위 ‘현실 왜곡장애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현실을 정확히 보는 눈을 잃은 것이다. 마법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상 정상인으로 살아가기 힘들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현실을 벗어나 넋을 놓고 사는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는 거짓말 같은데 믿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사람들은 신화 같은 이야기에 환호한다. 이유는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신비주의나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는 부정하고 싶은 자신의 현실 속에서 돌파구를 찾다가 잘못 선택한 결과로 무너져 내리게 된다. 종교적 망상이나 환각은 사람들이 손쉽게 애용하는 비상구다. 그러나 거기에 내가 찾던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는 너무 늦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영성은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다. 아니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펼쳐진 현실과 자신의 한계를 거부하거나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또한 그런 문제로부터 도피시켜줄 환각적 유혹을 선택하려고 하지 않는다. 힘들고 어렵지만 인내하며, 지루하지만 길을 찾아가는 구도적 태도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 건강한 영성이 하는 일이다.

삶이 힘들수록 손쉬운 문제해결의 길은 언제나 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단은 언제나 비현실적 세계로 우리를 유혹한다. 한순간에 모든 문제로부터 벗어날 길을 제시한다. 40일 금식으로 굶주려 계신 예수님에게 사단은 “이 돌들로 떡이 되게 하라”고 했다. 마법을 주문한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아담에게 주술을 걸었던 사단의 동일범행이다. 아담에게 “너가 하나님처럼 될 것이다”고 했다. 유혹은 본래 만만하게 찾아오는 법이 없다. 뇌의 정상적 기능이 순간적으로 멈출 정도로 짜릿하다. 가슴을 뛰게 한다. 그것을 위해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사실 돌아서면 곧 허망해져 버릴 것인데도 말이다.

신앙이란 마법에서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영성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모두 영혼의 어둡고 깊은 밤을 통과하는 경험을 한다. 시몬느 베이유는 “기대감을 갖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 영성 삶의 기초이다”라고 했다.

한계를 가진 인간이 복잡한 세상 속에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반갑지는 않지만 수없는 고통을 마주 대해야 한다. 그러나 그때 비현실의 세계로 빠져들어 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주문을 할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의 한가운데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것, 그때 인간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고통이 녹아지고, 인내가 버무려 진 곳에서 참 자신을 찾게 된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유령처럼 도시를 떠돌며 방황이 지속된다. 마법에서 깨어나 참 자아를 찾아가는 길이 영성이다.

 

이규현|시드니새순장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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