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자가 갖출 기본 소양

서을식/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6/02/23 [10:31]

“그러나 주께 피하는 모든 사람은 다 기뻐하며 주의 보호로 말미암아 영원히 기뻐 외치고 주의 이름을 사랑하는 자들은 주를 즐거워하리이다.”(시편 5:11)

 

호주에 온지 오래된 분들은 출국 전에 문화진흥원에서 받았던 소양 교육을 기억할 듯하다. 전체가 하나의 기도인 이 시편은 기도자가 갖춰야 할 몇 가지 기본 소양을 시사한다.

  

먼저, 기도자는 하나님과 자신을 바르게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다윗은 ’나의 왕’(2절), ’나의 하나님’(2, 10절), ’여호와’(1,3, 6, 8, 12절), ’신’(4절), ’주’(2, 3, 4, 5, 7, 8, 11절) 등의 호칭으로 하나님을 부른다. 이는 곧 자신은 ‘신하(백성)’, ’사람’, ’시공의 제약을 받는 자’, ’종’으로 미미하고 미약한 존재임을 기쁘게 인정하고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도의 대상에 대한 온전한 인식과 완전한 인정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 완벽한 굴복이 발생하고, 기도자는 기도의 대상을 우러러 만날 수 있다. 간격의 심연을 인정하는 경외는 경배(예배)로 이끈다.

  

인식하고 인정하는 상호 관계성 속에 머물 때 비로소 기도자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명확히 알고 기도하게 된다. 이러한 기도가 참 기도다. 아니면 기도는 스스로에게 투덜대는 신세타령이나 한풀이 수단, 또는 자기 최면이나 자기 강화 학습의 수단이 되고 만다.

  

다음으로 기도자는 하나님께서 인격적인 분이심을 믿고 소통해야 한다.

  

귀를 기울이고 심정을 헤아리는 여호와(1절), 풍성한 사랑의 주(7절)이시니, 하나님 사람 사이에서도 인격적인 이해와 공감이 이루어져야 기도할 수 있다. 

  

아니면 사람 사이도 그렇듯, 서로 오해, 갈등, 대립하게 된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수단으로 이용하다 파국을 맞지 않으려거든, 기도 안과 밖의 생활에서 하나님과 인격적인 사귐을 지속해야 한다.    

  

'나의'라는 표현은 다윗이 하나님과 얼마나 개인적으로 긴밀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처럼 경외를 바탕으로 한 친밀함이 있으면, 경박하게 굴지 않는다. 초월자 그러나 인격자이신 하나님을 향해, 자신에게 허락된 피조물의 품격을 가지고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는 곧 지성, 정서, 의지의 온전한 상호 교감 속에서 주관자가 바뀐 삶을 사는 크리스찬이 자신의 안과 밖 성품의 변화라는 징표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기도자는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기를 기다리며 현실을 돌파해야 한다.

   

다윗은 “주의 공의로 나를 인도하시고 주의 길을 내 목전에 곧게 하소서”(8절)라고 기도한다. 이는 곧 주의 공의가 실현되고 뜻을 밝히 보이사 자신이 순종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이다.

  

다윗은 자기 주변에 하나님께서 미워하시는 죄와 죄인이 많다고 하며 이들에 대한 심판과 주의 이름을 사랑하는 의인에게 복과 보호를 간구한다.

  

공의로운 하나님을 믿는 기도자에게는 주의 임재 안에 머물며 주어진 현실 그 한가운데를 돌파해 나가는 인고의 순종이 필요하다. 그 속에 주께 피하는 자가 누리는 기쁨, 기도의 신비가 있다.

  

오늘 성구에 ‘기뻐하며’, ‘기뻐 외치며’, ‘즐거워하리이다’라는 말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데, 히브리어의 원형은 각각 ‘싸마흐’(쾌활하게 하다, 유쾌하다, 원기를 돋운다), ‘라난’(기뻐서 외치다, 부르짖다, 노래하다), ‘아라쯔’(뛰다, 무척 기뻐하다, 의기양양해지다)이다.

  

이러한 점들에 기초해 약간의 상상력과 함께 11절을 나의 기도로 재구성해 보며 글을 마친다.

  

“주여, 메마른 땅을 걷듯 각박한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피난처가 필요합니다. 일상의 분주함에 지쳐 잠시 휴식을 원하거나, 영육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몸부림, 아니면 직면한 크고 작은 직접적 위험으로부터 당장 벗어나기 위한 울부짖음일 수도 있습니다. 

  

주여 비옵나니, 어떤 이유로든 주님께 피하여 희망을 찾고자 하는 주의 이름을 사랑하는 이들의 그 외롭고 괴롭고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 쾌활하게 원기를 돋우어 주시고, 낮의 해와 밤의 달이 해치지 못하도록 완벽히 보호해 주시고, 주의 날개 그늘에 기뻐 외쳐 노래하게 하시고, 구원자요 해결자로 오시는 주님을 의기양양하게 뛰며 반겨 영접하게 하소서.”〠

 

서을식|본지 편집위원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