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보은 선교사(Dr. Babara Martin)의 회고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의 전부 한국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09/10/30 [12:46]
▲ 만년 소녀의 미소를 잃지 않은 민보은 선교사 ⓒ Christian Review
 
120년 전 1889년 10월, 바닷길을 열고 복음을 짊어지고 한국을 찾은 호주 선교사들. 이들은 한국 땅에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할 뿐만 아니라 농민, 장애인, 여성, 노동자 등 소외되고 그늘진 곳을 찾아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진정한 하나님의 동역자들이었다. 참으로 한 손에 복음을 다른 한 손에는 사랑을 든 모습이었다.

이들 호주 선교사들의 노고와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고 기념하기 위해 지난 10월 2일 열린문교회에서 한·호 선교 120주년 기념선교대회 감사예배가 드려졌다. 이날 호주 선교사들이 귀빈으로 참석을 했다.

단상에 올라 회중을 향해 인사하는 호주선교사들은 한결같이 희어진 머리에 굽은 허리 그리고 높은 돗수의 안경을 끼고 있었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러나 노장은 죽지 않는다고 했던가? 흐릿하게만 보이던 선교사들의 두 눈과 가슴에는 열렬한 감동이 한움큼씩 묻어나왔다. 그것은 생명과 사랑의 진한 감동이었다.

감사예배 말미에 호주 선교사들을 대표해 바바라 마틴(Dr. Barbara Martin) 선교사가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의 한국명은 민보은. 이름을 풀이하니 “은혜에 보답한다”가 됐다. 그녀의 인생은 진정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삶이었다. 그것도 물설고 낯설은 이국 땅에서 장장 32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나즈막하지만 깊이 있는 목소리로 시작된 민보은 선교사의 회고는 순도 100%의 한국말로 이어졌다. 평생을 들어온 한국말이건만 이때만큼 감동적인 순간은 없었다. 그 말은 생명이 담긴 천상의 소리였다. 

민보은 선교사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때는 1960년. 의사였던 그녀는 일신기독병원에서 일 년간만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한국에 오기 전 그녀는 선교사가 되길 기도했다. 그러나 한국은 애초에 그녀가 생각하는 선교지가 아니었다. 하나님이 다른 곳으로 보내실 것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일신기독병원에서 보낸 일 년의 시간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하나님은 그녀, 바바라 마틴을 한국의 선교사로 보내셨던 것이다. 그 부르심을 일 년의 시간 동안 알려주셨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도 민보은으로 바꾸어주셨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보은’ 인생은 1992년까지 이어졌다. 

“처음에는 언어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문화도 달라서 힘들었다. 그러나 나를 한국에 보내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예나 지금이나 말이 안통하고 문화적 갈등은 선교의 난제 중의 난제이다. 그러나 민보은 선교사는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의료선교사로서 최선의 삶을 살았다. 민보은 선교사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선교의 열정이 배어나왔다.

“호주 병원보다 한국 병원에서 일할 때가 더 재미있었다. 한국 병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경험했다. 일신기독병원의 역사는 하나님의 역사였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하나님의 일이었다. 한 번도 이것을 잊은 적이 없다.”

그렇게 매일을 32년이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을 위해 보냈다. 한국에서. 그녀의 황금기였던 젊음의 32년을 고스란히 한국에 선사한 것이다. 아니 희생했다. 아무리 한국 교회가 감사를 연발한다고 한들, 그 32년의 희생을 갚을 수가 있을까? 확신하건대 그녀의 32년은 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으로 빛나고 있을 것이다. 

민보은 선교사는 한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 고백으로 32년의 회고를 끝냈다. 

“저를 한국에 파송한 호주 선교부에 감사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에 더 감사한다. 한국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곳이기 때문이다. 내 자녀도 한국에서 낳아 길렀다. 이제는 한국을 떠난지 십수 년이 지났지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의 전부다.”

한국을 인생의 전부로 여기는 그녀와 같은 호주 선교사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한국 교회가 존재하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제 한국 교회가 ‘보은’ 할 때다. 하나님의 은혜에 호주선교사들의 사랑에. 민보은 선교사의 희생에.☺
 
 
글/정지홍 샘물장로교회 목사
사진/권순형 (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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