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에게 더 많은 것을 돌려 주었다
한국에서 사역했던 호주 선교사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어쩌면 이번 만남이 공식적으로 마지막 모임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서였는지 생존 선교사 37명 가운데 30여 명의 선교사와 가족들은 한빛교회 교육관에 마련된 감사잔치에 참석해 ‘선교’가 무엇인지? 왜 그렇게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감동의 자리였다. 김윤상 목사(한빛교회)의 사회로 진행된 감사잔치는 한․호 선교 120주년 기념대회 멜본준비위원장인 주현신 목사(멜본한인교회)의 환영사에 이어 변조은 목사(Rev. John Brown)는 선교사들을 대표해 인사의 말을 전했다.
변 목사는 한·호 선교 120년 역사를 돌이키며 “4년간 감옥생활을 했던 강신애 여사, 일신여학교의 첫 졸업생 중 하나인 양한나 선생, 1930년 멜본에서 공부하고 경남노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임문태 목사, 1934년 빅토리아주 장로교회 100주년 행사에 참석했던 이약신 목사, 마산 문창교회에서 목회하다 평양에서 순교한 주교철 목사, 일신기독병원 제2대 원장으로 섬긴 김영선 선생,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로 사역하다 여러 번 교도소에 갔던 인명진 목사, 양지재활원을 세우고 경영하는 신익균 장로,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이야기” 등으로 가득찬 “고통 속에서 감당하였던 선교사역이 한국인들의 충성과 열성으로 인해 호주교회에 영감과 자극을 주었다”고 말하고 “하나님의 은총을 전하러 한국에 갔는데 더 많은 은총을 받고 돌아왔다”며 지난 날들을 회고했다. 풍성한 식탁과 아름다운 추억들
한성진 목사(Rev. Jim Hazeldine)는 “아내와 함께 진주에서 일했던 시간은 행복한 시간이었으며, 하나님이 주신 특권이었다”고 말했다. 원성희 선교사(Prof. Dorothy Underwood)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한국에 갔다. 대학과 교회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합창단을 지휘했는데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한국에 갔던 것 때문에 내 인생이 업그레드되었다. 다문화를 알게 되었고 한국말과 영어로 경배와 찬양을 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한국에서 남편 호레이스 언더우드(원일한) 박사를 만난 것이 행복했고 하나님이 주신 특권이었다”고 고백했다. 하경진 선교사(Mrs. Marjorie Neil)는 “1962년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갔다. 마이클 브라운이 페이지 보이(page boy)였고 헬렌 맥켄지가 들러리를 섰으며, 베스는 음식을 준비해 주었다. 알란 스튜어드(서두화) 목사가 주례를 섰는데 도로시(원성희)가 축가를 불러 주었다. 한국에서 호주 선교사가 결혼한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81년까지 한국에 있었고 남편은 신학교에서 4년간 더 가르치다 호주로 돌아왔다. 아이를 5명 낳았는데 4명은 일신기독병원에서 태어났고, 그리고 한 명은 일신에서 출생한 한국 아이를 입양했다. 또 1명은 호주에서 출생했다. 그러나 모두 한국에서 자랐다. 아이들이 한국 음식을 너무나도 좋아했는데, 호주로 돌아올 때 김포공항으로 가던 중 아이들이 차를 세우고 호빵을 사먹겠다고 돈을 달라고 졸랐다”며 한국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생생하게 전했다. 하 선교사는 “오늘 밤 딸 헬렌이 친구를 데리고 왔는데 아마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온 것 같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내생애에 있어서 최고의 해 홍배순 선교사(Mr. Barry Colvin)는 “부산으로 내려가 2주만에 진주로 갔는데 충격적이었다. 전쟁의 폐허로 인해 빌딩은 없었고, 여관은 덥고 견디기가 힘들었다. 다리를 건너야했는데 대부분 파손되어 있었고 전쟁 후 탱크들이 쓰레기처럼 방치되어 있었다. 다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많다.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생애였다.”고 말했다.
1959년부터 1985년까지 호주선교회 사무실과 일신기독병원에서 일했던 안덕희 선교사(Rev. Joyce Anderson)는 “간호사들에게 한국 전통춤을 배우고 서구의 포크댄스를 가르쳐 주었다”고 회고했다. 서두화 목사(Rev. Alan Stuart)는 “55년에 선교사로 간 아내를 따라 한국으로 갔다. 57년 7월 호주에서 결혼하고 그해 12월 아내와 함께 한국에 도착했다. 11년 동안 일했는데 부산신학교에서 가르쳤다. 강의는 한국말로 통역해야겠기에 미리 강의안을 만들어야 했다. 나환자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기도 했는데 그들은 믿음 때문에 하나님께 감사하는 은혜받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하고 “한국에 처음 갔을 때는 크리스찬이 2% 정도였는데 내가 있는 동안 1% 정도 성장한 것 같다. 그러나 선교사들이 호주로 돌아왔을 때는 25%로 한국교회가 커졌으니 잘 돌아온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았다. 서두화 목사의 부인 문의덕(Mrs. Rita Stuart) 선교사는 “식모(가정부)들이 아이들을 돌보아 주고 쇼핑도 해주고 통역과 한국말을 가르쳐 준 것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감사잔치는 선교사와 가족들이 전하는 한국에서의 아름답고 풍성한 추억들을 뒤로 하며 ‘아주 먼 옛날 하늘에서는’ 찬양을 부르며 120년 전 복음을 전해 준 호주교회에 깊이 감사했다.
어번연합교회에서 열린 기념대회 10월 11일(주일) 오후 3시에는 어번연합교회에서 한·호 선교 120주년 기념대회가 열렸다. 양성대 목사(딥딘교회)의 사회로 개회된 기념대회는 원성희 선교사(Prof. Dorothy Underwood)의 기도, 변조은 목사, 민보은 선교사의 증언, 경과보고(변창배 목사), 기념영상 상영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호주연합교회 전국총회장 앨리스터 맥크레이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김현배 목사, 멜본지역 한인교회 교역자협의회장 김형남 목사가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일신기독병원 이사장 인명진 목사(한국준비위원장)는 한․호 선교 120주년 기념 선언문을 낭독하고 호주연합교회 앨리스터 맥크레이 총회장과 통합 총회장 지용수 목사는 선교협정서를 교환했으며 △선교유산의 계승 △복음 증거 △에큐메니칼 정신 △통전적 선교 △디아스포라 선교 △평화와 통일의 실현 △호주 원주민 선교 △이주 노동자 선교 등 8개 항에 걸쳐 양 교단은 서로의 동반자 관계 속에서 협력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총회장 지용수 목사(창원 양곡교회)는 ‘기뻐하라’(빌립보서 4:4)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하며 "어려웠던 시절에 한국에서 선교와 교육과 의료 등 각 분야에서 헌신한 선교사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이 경제가 발전하고 선교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며 감사했다. 이날 기념대회는 김윤상 목사(한빛교회)의 봉헌기도에 이어 ‘세계 한민족 교회 노래’(김경혜 곡)를 제창한 후 우택인 목사(Rev. Richard Wootton)의 축도로 열흘간에 걸친 시드니와 멜본에서의 한·호 선교 120주년 기념대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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