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은 교회를 지칭할 때 두 가지 단어를 사용하였다. 첫 번째는 ‘카할(qahal)’이다. 이 단어는 칼(qal: 소리)에서 유래된 것인데 ‘부르다’라는 어원에서 온 말로 구약성경 전반에서 대체적으로 ‘회중’으로 번역하고 있다. 시내산 기슭에서 모세를 통해서 주신 하나님의 율법을 듣기 위해서 모인 모임이 ‘카할’이다(신5:11; 왕 상8:14). 쉽게 말해 ‘부름 받아 모인 공동체’인 것이다.
이 ‘카할’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많은 민족들로부터 선택하시고 부르셔서 그들과 계약을 맺음으로 형성되었다. 그러므로 ‘카할’은 ‘하나님의 계약 공동체’인 것이다.
구약성경에 히브리어 ‘카할 (qahal)’은 모두 123회 나오는데 그중에 73번은 ‘에클레시아(ecclesia)’로 번역 되었고 35번은 ‘쉬나고그 (synagogue)’로 번역하였다. 많은 경우 ‘카할’은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한 모임에 사용되었다(미16:1, 욜2:16, 시22:23, 35:18, 40:9-10, 89:5, 107:32, 149:1). 신명기에서 ‘카할’은 율법을 수여받기 위해 모인 이스라엘을 가리키고(신5:22, 9:10, 10:4, 18:16)있다. 또 예배하는 모임을 지칭하기도 한다(신23:3-4, 9).
구약의 교회를 표현하는 용어 중 다른 하나는 ‘에다’이다. 에다(edhah)는 ‘만난다’는 뜻을 지닌 ‘야드: jaad’에서 유래했다. ‘에다’는 법적, 종교 의식적 공동체로서의 백성들의 모임을 뜻하며 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인 ‘70인역’에서는 대개 ‘쉬나고그(Synagogue: 회당)’로 번역되어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예배 드리기 위해 모이는 장소나 건물을 의미하게 되었다.
‘에다’는 주로 사제 문서(P)에서 많이 나오는데 그 외에는 매우 드물게 나온다(시편 10회, 렘6:18, 호 7:12). ‘에다’가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여호수아 등에 통상적으로 많이 사용된 것에 비해 신명기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것은 특이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에다’는 예배와 율법 공동체뿐만 아니라 민족 공동체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쓰였다.
이 용어들로 볼 때 구약의 교회관은 이 지상에 하나님께서 친히 부르셔서 신적인 공동체를 세우는 데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사도행전에 보면 스데반 집사도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교회 (행7: 38)”라고 지칭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광야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세워진 신약의 교회로 변형되어 지금도 종말론적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신약성경에서 지칭하는 교회
한편, 교회를 의미하는 신약 성경의 용어는 ‘에클레시아’(ecclesia)이다. 그 의미는 ‘불러내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70인역’에서는 히브리어‘카할’을 ‘에클레시아’로 번역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교회가 하나님이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불러낸 사람들임을 가리킨다.
따라서 ‘에클레시아’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불리움을 받아 나온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바로 그리스도를 구주로 시인하는 사람들만을 성도로 인정하고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교회’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교회의 기초가 그리스도께 있고 인간적인 노력으로 세워진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교회를 지칭하는 다양한 단어들
또한 교회라고 하는 영어 단어의 ‘Church’는 헬라어 ‘퀴리아코스’(Kuriakos)에서 온 단어인데, 이것은 ‘퀴리오스(Kurios: 주님)’란 단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주님께 속한 자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단어가 게르만으로 가서 독일에서는 ‘키르케’(Kirche), 스웨덴어로 ‘쿠리카’(Kurika), 그리고 영어로 ‘처치’(Church)가 된 것이다.
교회(Church)란 단어의 헬라어 원어가 의미하듯 교회는 건물이나 조직이나 간판이나 제도가 아니라 ‘주님께 속한 자들의 모임’이다. 이것은 모든 성도들이 주님께 속해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구약의 성도들과도 연속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교회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연속성을 가지며 이스라엘의 신앙 속에 숨어 있는 메시아적 희망과 기다림을 계승하는 것이다.
즉 교회는 마지막 시대의 참 하나님 나라의 반영, 거울, 피사체로써의 공동체인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여명이고 전조라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의 전조인 교회는 바로 이 세상 한가운데서 하나님 나라를 찾고 구하고 두드려야 하며 세상 사람들을 이 공동체로 초대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교회에 대한 다른 묘사들
이외에도 신약성경에 나오는 ‘교회’라는 말은 예배를 목적으로 모였든 그렇지 않든 간에 ‘지교회’를 의미 하거나(행 5:11,11:26, 롬 16:4, 고전 11:18, 16:1), ‘가정교회, 집에 있는 교회’를 의미하기도 한다(롬 16:5,23, 고전 16:19, 골 4:15).
가장 포괄적인 교회의 의미는 하늘에서나 지상에서나 불문하고 ‘믿는 자의 모든 무리’를 표현하는 말로써 ‘교회’를 사용하기도 한다(엡 1:22, 3:10,21, 5:23, 골 1:18,24).
이상을 볼 때 주님을 구주로 믿고 따르는 공동체는 어떤 규모든 교회라고 지칭할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교회를 지칭하는 다양한 비유들과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린도교회는 교회를 성령이 거하시는 “하나님의 전”(고전 3:16) 이라 불렀다. 또한 바울은 성도들을 “주안에서 성전이” 되어가는 또는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함께 지어져 가는 것으로 묘사한다.
이외에도 그리스도는 자기 피로 사신 교회와 얼마나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다양한 명칭과 비유를 통해 교회를 묘사한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명칭과 비유를 통해 그가 교회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지고 계신지를 은유하고 있다.
신랑에게 신부(요3:29, 계21:2), 남편과 아내(엡5:25, 계21:9), 맏아들과 다른 형제의 관계(롬8:29, 히2:11), 건물에게 모퉁이돌(마21:42, 행4:11, 벧전 2:4-8), 포도나무와 가지(요15:1-2).
그리고 또한 신약 성경은 교회에 대해 “신령한 집(벧전 2:4-8)”, “거룩한 제사장(벧전 2:5)”, “하나님의 밭(고전 3:6-9)”, “그리스도의 몸 (엡 1:22-23; 고전 12:27)” “위에 있는 예루살렘, 하늘의 예루살렘, 새 예루살렘(갈4:26, 히12:22, 계21:2)”등으로도 묘사한다.
이밖에도 교회에 대한 다른 명칭은 디모데 전서에 딱 한번 언급되는 “진리와 기둥의 터(딤전3:15)”도 있다.
교회를 비유하는 다양한 비유들을 볼 때 우리는 교회가 한 가지 고정된 개념으로 인식되어서는 안되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한 가지 관점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다른 비유와 관점들을 배제하게 되면 교회에 대한 균형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교회에 대한 각각의 용어와 비유가 의미하는 것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바른 교회상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경식|본지 편집국장, 호주비전국제 대학 Director, ACC(호주기독교대학) /AC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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