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젊은 시절 좋아했던 목회자가 있다. 한국교회에도 널리 알려진 그의 이름은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목사이다. 그가 쓴 ‘껍데기 목회자는 가라’(The Unnecessary Pastor)는 신학생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었다.
원제는 ‘불필요한 목회자’인데 우리말 제목은 자극적으로 ‘껍데기 목회자는 가라’로 붙였다. 책의 핵심은 한마디로 ‘성경적 본질에 충실한 목회자가 되라’라는 내용이다. 유진 피터슨 목사는 ‘목회자들의 목회자’로 한국교회에 알려진 존경받는 목회자이자 신학자이다. 그가 내놓은 「메시지 성경」은 한국교회에서 인기를 끌었다.
목회자들의 목회자
한국교회에도 ‘목회자들의 목회자’의 별명을 가질만한 인물이 있다. 호주에서 오랫동안 대양주목회자세미나로 이민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이규현목사이다.
지난 7월 9일부터 11일까지 ‘기본에 충실한 목회’란 주제로 제12회 대양주목회자세미나가 열렸다. 7월 10일 세미나 장소인 풀만 마젠타 쇼어스 리조트(Pullman Magenta Shores Resort)에서 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그와 인터뷰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규현 목사는 ‘이민교회를 포함해서,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목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시드니새순교회에서 목회할 때에도 대양주목회자세미나를 통해 10년이나 이민교회 목회자들을 섬겼다.
그리고 수영로교회에 부임해 간 이후에도 2016년 부터 ‘목회로드맵 PLUS’을 통해 한국교회 젊은 목회자들을 섬기고 있다. 담임목회를 한지 7년 미만인 40대 목회자를 초교파적으로 선발, 1년간 지속적으로 멘토링 사역을 통해 젊은 목회자들을 영적, 지적으로 돕고 있다.
이제 은퇴를 3년여 앞두고 있는 그에게 목회와 관련된 질문을 던져 보았다.
- 목사님은 그동안 담임목회를 시드니새순교회에서 19년,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13년을 하셨습니다. 그동안 목회를 30년 넘게 해오셨는데 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목회를 얘기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목회를 어떻게 세워가느냐, 성도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 이런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데 저는 목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 자신의 영혼을 목양하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목회자가 성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선물은 목회자가 먼저 성숙해지고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목사 자신이 교회의 성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목회자 자신의 영혼이 세워지는 만큼 교회가 세워지고 성도들이 변화됩니다. 목회자가 너무 교회의 어떤 외적인 부분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한국교회의 유행이 건물을 크게 만들고 교회의 외양적인 모습을 널리 알리는데 힘을 쏟는데 이런 패턴은 결국은 교회는 큰데 사실은 목회자의 영혼은 굉장히 초라해지고 그래서 목회 말년에 때로는 추락하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회는 결국은 목회자 자신의 영혼을 세워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건물 짓는 건 돈으로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영혼은 눈에 안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세워가는 것은 굉장히 진지한 자기 성찰을 하거나 또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 있는데 이 부분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목회자는 외향적인 것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진지하게 자신의 내향적, 영적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춰야 된다는 걸 제가 많이 느끼고, 또 제가 그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갖고 목회해 왔습니다.”
- 목사님은 말씀 준비를 위해 30년 이상 매일 오전 시간은 비워놓고 독서와 묵상 설교준비를 치열하게 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목사들이 설교를 위해 성경연구와 독서들을 할 텐데 목사님의 말씀 준비의 다른 점 또는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말씀이 중요하고 설교가 목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는 것은 다 인식하고 있는데, 실제 삶 속에서는 말씀 준비, 설교를 우선 순위에 두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심방, 약속 등 다른 시간들에게 자꾸 밀려요. 현대 목회가 너무 분주하다는 거죠. 그러다 보면 결국은 자꾸 밀리게 되고 주말로 가게 되어 급하게 말씀이 만들어지는데 설교는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다른 것들에 밀리게 되면 그게 다 무너져버려요. 그래서 저는 설교 준비는 엉덩이로 한다고 제가 많이 얘기합니다. 앉아있어야 해요. 엉덩이로 뭉개야지 돌아다니면서 설교 준비는 안 되는 거란 말이죠. 그러려고 하면 그 시간의 확보를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것들을 무섭게 가지치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오전시간을 선택한 것입니다. 새벽기도 마치고 오전 12시 반 정도까지 사무실에 앉아서 주로 말씀 준비를 하는데 그때는 아무도 안 만나고 전화도 안 받고 말씀 준비에만 집중합니다.
그러려니까 저는 모임이나 이런 걸 최소화시킵니다. 이것이 중요하니까 저는 어디에 가도 서울을 가거나 부산에 있을 때나 그 루틴을 그대로 지켜요. 조찬 모임이 있어도 조찬모임 마치면 호텔에서 오전 시간까지 안 움직이고, 기차를 타도 오후에 타고 오전 시간은 말씀 준비에 쏟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도들을 위해 매일 깊은 산속 옹달샘의 맑은 물을 길어 새벽시장에 나가 싱싱한 채소를 사오는 것처럼 정성을 다해 엄마가 해주는 맛있고 영양 만점인 집 밥을 짓는 심정으로 말씀 준비를 합니다.
성도들에게 가장 최상의 양식을 제공하는 것이 목회자의 사명이니까요. 이것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 설교 준비를 위해 많은 독서를 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인간 이해를 위해 소설도 많이 읽으시고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은 무엇인지요? 추천하는 소설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추천하고 싶은 책은 너무 많고요. 설교자는 독서가가 되어야 하는 거죠. 독서를 많이 해야 되고 독서도 좀 다양한 독서를 해야 합니다. 너무 신학적이나 교리적인 책뿐만이 아니라 일반 책들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이 쓴 책들도 읽고 소설도 읽어야 합니다. 또 소설이 좋은 것은 내가 서재에 갇혀 있으면 인간 이해가 얇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설은 간접적으로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고, 인간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토마스 만이라는 노벨상 받은 문학작가만 보더라도 요셉 이야기를 4권의 장편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간의 삶의 애환이나 깊은 고통 이런 것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간을 심도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죄의 문제와 인간 본질을 잘 다루고 있는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을 많이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안나카레리나’, ‘부활’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런 작품들은 아무리 역사가 흘러도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는 인류의 유산이기 때문에 고전이 되는 거죠.
또 파올로 코엘료, 브라질 작가지만 그가 쓴 ‘연금술사’는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입니다. 파올로 코엘료의 작품을 보면 하나의 작은 사건을 책으로 풀어 내는 이야기꾼이고 언어의 귀재여서 매력적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일본 작가들 책도 추천합니다. 고전뿐만 아니라 현대작가들의 글들도 설교자들은 꾸준히 읽어야 합니다. 결국은 설교자는 독서의 바탕이 있어야 하고, 타고난 작가들의 책들을 많이 읽으면서 세상과 인간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번이 12회 대양주목회자세미나입니다. 목회자들에게 회복과 치유, 목회적 도전을 주는 것은 좋은데 일회적인 집회로만 끝나는 것 같고 지속성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성찰도 있습니다.
이 자체로도 좋지만, 1회적 집회로만 끝나는 것에 대한 한계 이런 것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들을 고민하고 계신지요?
“대양주목회세미나는 제가 호주에 있을 때 이민목회에 지친 목회자들을 섬기려고 시작했습니다. 대양주목회자세미나는 시드니새순교회가 주최를 해서 그동안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새순교회가 호주 지역에서 대표성을 가지고 호주와 뉴질랜드를 섬기는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으로 그런 바램이 있습니다.
이에 송선강 목사님한테 권유도 하고 그래서 작년에 같이 하게 되었고 올해도 같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시드니새순교회가 좀 더 주도적으로 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또한 제가 코디아(KODIA, Korean Diaspora Leadership Conference)라는 것을 한국에 가서 만들었는데 디아스포라 한인목회자 컨퍼런스입니다. 선교사들을 위한 이런 모임들은 너무 많아요. 세계 곳곳에 선교사 대회들은 너무 많은데 이민 목회자는 선교사로 부르기도 하고 않기도 하고 선교사 범주에 넣기도 하고 안 넣기도 하는데 이민목회가 쉽지 않거든요.
제가 보니까 너무 빨리 지쳐요. 그리고 중간에 그냥 그만두는 분들도 많고, 코로나 이후에 이민목회가 더 어려워졌는데 하여튼 이민목회자들을 섬기는 사역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관심을 가지고 디아스포라 한인목회자 컨퍼런스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해야 되겠다. 그래서 대륙별로 돌아가려고 하면 아무래도 대양주뿐만 아니라 남미도 하고 유럽도 하고 북미도 하고 이렇게 로테이션 하는 것으로 해서 돌아가면서 하자. 그렇게 해서 시작한게 코디아(KODIA)입니다.
그리고 대양주목회자 세미나는 내년부터는 좀 새순교회가 주도적으로 해주면 좋겠고 저는 코디아로 대륙별로 좀 돌아가고 또 몇 년 돌다 보면 호주에 또 한 번 올 수도 있겠죠. 아무래도 지금은 그런 계획입니다.”
- 한국교회는 저출산 고령화시대와 함께 교회에 대한 사회가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목사님은 목회의 기본과 본질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목회의 본질에는 이 시대와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 공정과 정의, 그리고 민족문제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다음 세대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기후 위기, 제3세계를 포함하여 가난한 자들에 대한 관심, 그리고 한반도 통일문제 등에 대해 많은 비중을 갖고 설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 특별히 코로나 기간을 지나면서 한국교회의 질문이 교회는 왜 존재하는가라고 하는 교회론적인 질문이 커졌습니다. 교회는 단순히 우리만의 리그가 아니고 세상 속에서 빛을 발하고 소금의 역할을 해야합니다.
종교개혁시대도 마찬가지고, 교회사를 보면 세상에 전염병이 일어날 때 의사들은 다 도망가는데 교회는 오히려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돌봐주고 또 그들과 함께 죽기도 하고 성직자들이 오히려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이것이 교회사 속에 존재했던 교회의 모습입니다.
그런 공공성을 한국교회가 많이 잃어버렸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한국교회가 개교회주의 또 성장주의 이런 것에 빠져 있다 보니까 결국 교회끼리도 경쟁하는 구도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나라의 개념으로 보는 교회상이 없는 겁니다.
하나님의 나라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넓은 의미, 하나님의 통치가 온 세상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 안에는 정의의 문제도 있고 또 기후와 환경의 문제도 있고 정치의 모든 영역에까지 하나님의 통치로 다스려져야 하는 하나님나라 입장에서 교회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것이 아브라함 카이퍼가 말하는 영역 주권설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코로나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슈가 가장 컸는데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었던 것이 코로나가 끝나고 나니까 세상의 질타가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이기주의 그것이 이제 공공성의 이슈들에 관한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공공성의 문제 그리고 이제 교회가 이웃과 함께하는 이웃을 어떻게 섬길 건가에 관한 부분 이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한국교회가 이웃을 안 섬긴 게 아니에요. 그동안 해왔죠. 그러나 이웃 섬김려 했던 것도 전도의 도구, 교회 성장의 도구로 사용했던 거죠.
이런 것을 반성해야 합니다. 순수하게 이웃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방식이 한 번씩 라면 박스 갖다 주고 이런 게 아니고 어떤 이벤트성이나 행사 위주의 이웃사랑이 아니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그 세상의 필요를 읽어내고 그들과 함께하는 성육신적인 공공성 이런 것을 교회가 회복해야 합니다.”
- 이제 삼 년 후에는 합동측 교단법에 의하면 은퇴를 하셔야 합니다. 은퇴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은퇴 후에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그건 제가 보기에는 하나님이 인도하시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저의 사역을 돌아보면 제가 계획한 대로 안 왔어요. 꿈꾸지 않았던 곳으로 하나님이 인도하시고 늘 느끼는 건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저는 따라왔던 것 같아요.
물론 제 나름대로의 생각이나 계획들이 있지만 그걸 내가 막 인위적으로 끌고 가고 어떻게 만들어야지 하는 그런 거는 없어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다음 세대 젊은 목회자들을 세우는 일들 그것을 하고 싶습니다. 그동안은 ‘목회 로드맵PLUS’라고 젊은 목회자들을 멘토링하고 돕는 사역들을 해왔습니다.
이제 이런 사역들에 더 첨가한다면 멘토링만 하는 게 아니고 컨설팅까지 좀 해주고 싶다는 비전이 있습니다. 일대일로 컨설팅을 하고 코칭도 하고 그 다음에 힐링도 하고 그리고 카운셀링까지 그건 제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그동안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들을 사용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한국교회의 목회자들과 네트워킹이 되면서 젊은 세대 목회자들을 건강하게 세우는 게 한국교회의 변화의 핵심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젊은 목회자들에게 한국교회의 희망을 기대해 봅니다.”〠
주경식|본지 편집국장 권순형|본지 발행인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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