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선교사의 길을 걷고 있는 김창흥 장로는 인생 후반부를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보내고 있다. 그는 우간다의 넓은 땅에 고추를 심으며 단순한 농업을 넘어 사랑과 희망을 전파하고 있다.
김 장로는 "땅을 보면 다 돈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땅을 보며 꿈꾸는 것은 단순한 수익 창출이 아니다. 그는 "고추와 옥수수를 심으며 그 수확을 아프리카 지역 주민들과 나누고, 교육과 의료를 지원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데 목표가 있다.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젊은 사람도 아프리카로 간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러나 인생 말년에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김창흥 장로는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궁금한 기자는 무엇이 그를 아프리카로 가도록 움직였는지 물어보았다.
“제가 출석하고 있는 시드니우리는교회( 담임목사 김진호)가 아프리카의 교육, 의료, 식수 및 지역사회개발에 주력하는 NGO단체인 서현재단(Seohyun Foundation Uganda, SFU)을 후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서현재단의 회장인 이현수 장로님이 작년말에 저희 교회에 오셨어요. 주일예배에서 간증을 하시고 함께 식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아프리카 이야기를 하시면서 우간다에 320만 평의 땅을 구입하고 이곳에 학교도 세우고 직업훈련원도 세우고 선교센터도 세우고 나중에 병원과 유치원을 하려고 큰 건물도 두 개나 지었대요,
그리고 현지 교회도 두 개나 세우고 100억 정도를 투자해서 우간다를 돕고 있는데 나중에 이것이 현지인들을 통해 자립하고 자생하는 선교 시스템을 꿈꾸시는 거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땅에 농업을 통한 자생을 해야 하는데 내노라 하는 농과대학 교수가 와서 농사를 지어보고 실험을 했지만 다 실패했다는 거에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제 마음에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느껴졌어요.
내가 가야겠다. 농사로 잔뼈가 굵은 내가 가서 아프리카 사람들을 도와야겠다. 남은 인생은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창흥 장로는 센트럴 코스트의 스완시에서 수경 재배 토마토 농장을 일구어 일 년에 천 톤이 넘는 토마토를 수확하여 울워스(Woolworth)에 납품하는 성공적인 농사꾼이었다.
그리고 그는 몇 해 전에 수경재배 토마토 농장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토마토 농장 옆에서 고추농사를 지어 무공해 신선한 청정고추를 시드니 교민들에게 공급해 왔다(크리스찬리뷰 2020년 1월호, 2021년 1월호 기사 참조).
“토마토 농장을 물려주고 나서 무엇을 할까 고민했죠. 농사꾼으로서 집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추 농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고추 농사는 여유가 많고 김치 등 한국 음식에 꼭 필요한 농작물이기도 하여 한국 교민들에게 천연퇴비를 먹고 자란 싱싱하고 영양이 풍부한 무공해 천연고추를 공급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는 후반기 인생을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우간다의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스스로 고난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우간다에 한국 고추를 심다
2024년 4월 9일 시드니를 출발한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4월 23일 우간다로 들어갔다. 서현재단의 아프리카 선교센터인 리빙스턴 농장은 우간다 수도인 캄발라에서 120km 떨어져 있는 나카송고라(Nakasongola)에 위치하고 있다.
우간다의 리빙스턴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파종을 하고 고추 농사를 시작했다. 사실 2023년 11월, 김 장로는 선발 작업을 위해 우간다를 먼저 방문했었다. 현지 환경을 직접 둘러보고 농업 방식을 연구한 그는 귀국 후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이미 한국에서 고추씨를 들여온 상태였기에 본격적인 농사 준비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러한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가 농사를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처음에 우간다에 고추를 심겠다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반대했어요. 현지 한국 선교사들도 그렇고 농사 경험이 있는 분들도 “장로님, 큰일 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가 우간다에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많아서 고추를 심으면 곧바로 바이러스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거에요.
바이러스에 걸리면 고추잎이 쪼글쪼글해져서 제대로 자랄 수가 없어요. 저도 그 이야기를 들으니 겁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그분들의 말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었죠. 그래서 실제 사례를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고추를 심어본 분이 계셔서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분이 “이렇게 심었다”라고 설명해 주시길래 직접 현장을 확인해봤죠. 그런데 보니까 문제가 있었어요. 고추를 심는 방법이 옛날 한국 전통 방식 그대로인 겁니다.
우간다의 환경과 기후에 맞게 조정하지 않고 단순히 한국식으로 심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죠. 그때 깨달았어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잘 분석하고 상황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그렇게 문제점을 발견하고나서 저만의 방식을 적용해 거름도 많이 주고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시범적으로 먼저 3천 평의 농지에 고추 농사를 시작하자마자 트랙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등 지면상 다 소개할 수 없는 어려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는 굴하지 않고 위기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지혜를 구했다.
“처음에는 고추나 배추를 심으면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망고나무 밑에서 우연히 개미집을 보았어요. 개미집이 사람키만큼 높이 올라와 있는 거예요.
개미집을 보니까 그들이 침과 진흙을 섞어서 아주 단단하고 정교한 구조물을 짓더라고요. 땅을 파보니 지하까지 마치 아파트처럼 층층이 연결되어 있더군요. 정말 부지런하고 대단하다고 느꼈죠.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미들이 집을 지으면서 사용하는 타액과 진흙에는 어떤 성분이 있을텐데 그게 외부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그래서 개미집을 부수고 잘게 갈아서 고추밭과 배추밭 경계에 뿌려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방제용으로 시도했지만 곧 이게 비료 역할도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놀랍게도 개미집을 활용한 뒤에는 바이러스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혜가 있었다. 개미집을 트랙터로 잘게 부수어 고추농장 주위에 뿌렸더니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고 고추가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자는 김 장로의 지혜에 감복해 노벨상 감이라며 칭찬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만히 보니까 농장에 망고나무가 2만 그루 정도 있었는데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풀만 무성히 자라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속 가능한 순환농업이 중요한데 소를 길러서 비료로 활용하고 망고 밭을 관리해 다른 작물 재배로 연결하는 방식이 눈에 보였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대안을 찾기로 했습니다. 망고밭의 풀을 트랙터로 모두 깎아내고 그 풀을 고추밭에 덮는 ‘멀칭’(mulching) 작업을 했습니다. 고추도 비닐하우스 같은 것으로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덮어주거나 해야하거든요.
풀을 덮으니 수분 증발이 줄어들고 땅의 온도와 습도가 적절히 유지되더군요. 이 작업을 3천 평의 고추밭에 적용하니 결과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그는 전혀 다른 아프리카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많은 도전이 있었다. 하지만 현지 환경을 이해하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개미집을 활용한 방제와 비료 그리고 망고 밭의 잡초를 순환적으로 이용한 지혜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경험하는 과정이었다고 강조한다.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뻔하다
이렇게 기도하며 5월에 파종한 고추 농사가 지난해 9월 10일 첫 수확을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프리카 햇볕이 좋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과 호주보다 3개월이나 단축된 기간이었다. 9월 10일 첫 수확을 앞두고 그는 비자 연장을 위해 우간다를 떠나 딸이 살고 있는 독일로 갈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열이 계속해서 높아지더니 점점 더 심해졌죠. 제가 우간다를 떠나기 전 동네에 있는 보건소에서 피검사를 받았지만 그때는 감기라고만 했습니다.
사실 보건소라고 해야 맨 땅에 초가만 올려 있는 허름한 작은 창고 같은 곳이에요. 감기인 줄 알고 독일로 갔고 거기서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이틀 정도 지나니까 오한도 나고 열이 너무 올라 혼절해 버렸습니다.
사실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순간도 기억이 잘 안 나요. 그 후 3일 정도 지나서 전자현미경 검사를 통해 말라리아 진단을 받았어요. 말라리아 다섯 가지 종류 중 가장 약한 종류였어요 그래서 우간다에서는 발견이 안된 거예요. 제가 비자 문제 때문에 독일로 안가고 그냥 우간다에 있었더라면 죽을 뻔했습니다.
다행히 5일 뒤에 퇴원할 수 있었지만 말라리아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처방해서 저의 적혈구 수치가 너무 떨어졌습니다. 그때 면역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어요. 저는 바로 다시 우간다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의사와 애들이 말리는 겁니다. 곧바로 우간다로 가면 죽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딸네 집에서 요양을 했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전화로 농장의 직원들에게 추수한 고추를 말리고 가공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지시를 해 두었다. 처음 수확한 고추는 200kg에 불과했지만 이는 김 장로에게 큰 의미를 가지는 일이다. 200kg이라는 양은 비록 적지만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2톤 이상 수확할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농업 외에도 그는 우간다 주민들의 생활 여건 개선에 힘쓰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그는 틈틈이 지역 학교를 방문했다. 그는 칠판조차 없는 열악한 상황을 접하고 마음이 아파, 120개의 칠판을 직접 제작해 기증했다.
우간다 사람들을 품다
김 장로는 "나무를 사다가 페인트를 구해 직접 칠판을 만들었다"며 그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이번에는 태양광 솔라 라이트를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기도 없는 마을에서 솔라 라이트를 켜며 기뻐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 천국을 본 듯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우간다에서 농업을 넘어서 의료와 복지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우간다 농촌에는 말라리아, 소아마비 등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김 장로는 캄팔라 한인교회와 협력하여 휠체어, 지팡이 등을 지원하며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농장에서 재배한 옥수수를 가공해 옥수수 가루로 만들어 어려운 가정에 기부하며 따뜻한 손길을 나누고 있다.
감사한 것은, 우간다 주민들은 가난 속에서도 신앙과 기쁨을 잃지 않는 점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우간다에서는 주일마다 보통 7-8km 정도를 걸어 교회에 가는 것이 일상입니다. 그런데 주일날 교회에 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비록 어렵게 살아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교회에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일날만큼은 그렇게 차려 입고 기쁘게 예배를 드립니다.
보통 교회가 잘 세워진 곳도 간혹 있지만 보통 교회들이 오막살이처럼 열악한 환경인 곳도 많습니다. 그래도 그런 곳에서 그들은 찬양과 춤을 추며 2-3시간 예배를 드립니다. 얼마나 진지하면서도 뜨겁게 춤추고 찬양하면서 예배를 드리는지 모릅니다.”
낡고 허름한 예배당에서도 우간다 사람들은 뜨거운 찬양과 기도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이러한 모습은 김 장로에게 큰 감동과 사명을 심어주었다. 캄팔라 한인교회에 출석하기 위해 그 역시 매주 왕복 6시간에 달하는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다니고 있다.
김 장로는 우간다에서의 선교를 단순한 농업 활동이 아닌 사랑을 실천하는 일로 보고 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우간다에서 위상을 높이는 이유는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우간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지역을 섬기기 때문"이라며, 지역 주민들과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그는 "우간다 주민들이 이 고추를 통해 경제적 자립과 희망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작은 사랑의 씨앗이 커다란 열매를 맺어, 지역 주민들에게 삶의 변화를 가져올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에필로그: 선교사를 찾습니다
우간다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그의 농업 선교는 이제 고추와 옥수수를 넘어 사랑과 희망의 열매를 맺고 있다. 김 장로의 이야기는 한 사람이 하나님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간다에 가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해요. 저처럼 은퇴한 분들이 오셔도 좋아요. 아무것도 할 줄 몰라도 괜찮습니다. 그저 사랑의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저희가 다 먹여주고 재워줍니다. 그냥 몸만 오시면 됩니다. 농사 지을 줄 몰라도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 사랑하는 마음과 우간다 주민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는 크리스찬리뷰 지면을 통해 선교사를 구한다고 강조한다. 우간다에 가면 농사를 지을 줄 몰라도 우간다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억만리 아프리카 땅 우간다에서 마지막 황혼을 불태우고 있는 김창흥 장로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글/주경식|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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