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인연은 아름답다

김성두/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4/12/19 [11:28]

▲ 김성두 목사 ©크리스찬리뷰     

 

35년 전의 일로 기억이 됩니다. 크리스찬리뷰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저를 좀 인터뷰하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보통 인터뷰라는 것은 뭔가 좀 유명하다거나 흥미를 끌만한 그런 인물에 대하여 하는 것인데 당시 저는 그런 인물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저는 당시 교회를 개척한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그 누구도 관심을 끌만한 그런 스토리를 가진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저는 당시 맥콰리 아이스링크(스케이트장)에서 청소도 하고 사람들에게 스케이트를 빌려주는 그런 일을 했습니다.

  

그 누가 봐도 목사 냄새도 나지 않고 그저 영락없는 청소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저이기에 인터뷰 요청이 온 그 자체가 저는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스케이트장에서 사람들이 넘어져서 피를 흘린다든지, 누가 음식을 토했다든지 하면 저는 물을 담은 양동이와 걸레를 들고 스케이트장 안으로 들어가서 깨끗하게 닦아야 하는 그런 일을 하고 있었는데 무슨 인터뷰를 하려고 할까? 사실은 제가 더 궁금했습니다.

  

인터뷰하는 그날은 참으로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저는 당연히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쁠 수밖에 없었는데 제 앞으로 동양인 한 분이 서 계셨습니다.

  

당시만해도 아이스링크에는 주로 백인들이 많이 왔고 동양인들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그날 크리스찬리뷰 권순형 발행인은 먼저 사진부터 찍자고 하면서 저를 스케이트장을 배경으로 서 보라고 했고 저는 이 상황이 좀 당황스러워서 제대로 된 포즈를 취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습니다.

  

저에게 몇 번씩 제대로 된 포즈를 취해보라고 했지만 제가 잘 못하고 있으니 그냥 포기하신 것 같았습니다. 목사가 생애 처음으로 인터뷰라는 것을 하는데 제대로 된 목사 가운을 입은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양복을 입은 것도 아닌 스케이트장 직원이 입는 모양 빠지는 옷을 입고 그날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그날 어떤 내용의 인터뷰를 했는지는 지금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저 지금 생각나는 것은 저도 그때 갓 목회를 시작을 했고 크리스찬리뷰사에서도 잡지를 갓 창간했을 때라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저도 여전히 목회를 하고 있고 크리스찬리뷰도 매달 한 번도 걸르지 아니하고 꼬박꼬박 발간이 되고 있다는 것은 정확한 팩트입니다.

  

저는 운전을 할때 차선을 잘 바꾸지 않는 사람입니다. 제 차선을 정했으면 그냥 앞만 보고 운전을 합니다. 설령 큰 트럭이 제 차 앞에서 천천히 가도 저는 그 트럭 뒤에서 천천히 따라 갑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운전은 제가 하는 것이기에 저는 그저 제 차선을 지키면서 앞만 보고 갈 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의 목회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참 지루하고 답답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목회가 잘 되면 좀 더 큰 장소로 옮긴다든지, 목회가 안되면 다른 방법으로 해 보든지 할 텐데 저는 그런 것을 잘 못합니다.

  

목회가 잘되고 못되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목회는 비지니스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사명으로 하는 것이기에 그저 묵묵하게 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을 하기에 지금까지 한 교회에서 37년 동안 목회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도들도 그런 저를 닮아서인지 왔다 갔다 하지 않고 20년, 혹은 30년을 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많은 교회들이 세워졌다 없어졌다를 반복했고 많은 목사님들이 호주에 오시기도 했고 또 목회를 그만두고 떠나시기도 했습니다. 목회의 성공 여부를 따진다면 저는 많은 세월을 허비했고 헛고생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목회의 성공과 실패는 사람이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하나님이 판단하시는 영역이라고 늘 철저하게 믿어 왔기에 저는 오늘도 기쁨으로 목회에 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크리스찬리뷰사의 권순형 발행인을 볼 때마다 ‘저분은 비지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고 목회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35년의 세월을 저렇게 변함없이 해 오고 있다는 것은 비지니스 마인드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목회 마인드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세월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일 년,이 년의 세월은 거짓말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35년의 세월은 거짓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는 진실이 있어야 하고 성실이 있어야 하고 그 속에 그 누구도 터치할 수 없는 가치관이 들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동안 크리스찬리뷰가 다루었던 그 수많은 기사들을 사람들은 다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 분명히 인정해야 할 것은 정말로 성실하게 크리스찬리뷰를 발간했다는 것입니다. 호주 이민교회의 역사는 크리스찬리뷰 없이는 절대로 설명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인정하고 싶든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권순형 발행인과 엮여 있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사실 권 발행인은 상대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분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을 귀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진심으로 사명감으로 크리스찬리뷰 잡지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젠가 은퇴를 할 사람입니다. 제가 은퇴를 해도 또 다른 목사님이 저를 이어서 목회를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크리스찬리뷰 잡지는 은퇴를 해서는 안된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은 지나온 35년 간의 이민교회의 역사를 써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하여 역사를 써 나가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5년째 해마다 1월이 되면 새해 단상이라는 글을 크리스찬리뷰에 써 오고 있습니다. 25년은 짧은 세월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기나긴 세월 속에는 그 속에 진실과 성실이 담겨 있습니다.

  

저를 믿고 25년 동안이나 글을 부탁하신 발행인과 또 25년 동안 새해 단상을 써 오고 있는 저 자신은 둘 다 평범한 인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참으로 오래된 인연입니다.

  

우리 모두 2025년 새해에는 오래된 인연을 소중히 하시기 바랍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오고 있는 우리들의 인연들을 귀하게 생각하시고 일시적인 기분 때문에 그 길게 이어온 인연들을 끊어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새해에는 함께 오랫동안 살아온 부부의 인연을 더 귀하게 생각하시고 더 따뜻하게 꼬옥 품으시기 바랍니다. 새해에는 긴 세월 이어 오신 친구들과 더욱 더 가깝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오랜 된 인연은 아름답고 함께 해 온 긴 세월은 참으로 귀한 자산입니다. 그 귀한 자산을 잘 간직하시고 더욱 더 발전시켜 나가는 복된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들과의 인연을 영원히 계속하시기를 원하십니다. 2025년을 뛰어넘어 영원을 사모하시는 우리 모두가 되시기 바랍니다.〠

 

김성두|시드니경향교회 담임목사

▲ 김성두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