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과 내란 그리고 외환

-당신 속에 의가 있는가?

서을식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4/12/19 [11:29]

▲ 안귀령 민주당 대변인이 12월 4일 새벽 국회에서 계엄군이 총을 겨누자 대치하고 있는 모습.mbc 영상캡쳐     

 

“하나님의 의를 모르고 자기 의를 세우려고 힘써 하나님의 의에 복종하지 아니하였느니라 ” (로마서 10:3)

 

천상에서 타락한 천사장 루시퍼가 의로운 하나님께 반역한다. 지상 낙원에서 피조물 아담이 창조주 하나님께 반역한다. 하늘과 땅에 반란의 기운이 서린다. 땅에서 쌓아 올리기 시작한 바벨탑은 하늘로 치솟고, 권위에 대항해 권세를 획득하려는 추구는 멈추지 않는다.

  

예부터 승계와 더불어 반역은 권력을 차지하는 유력한 방법의 하나였다. 권력 의지가 강한 세상 그리고 인간이 이 좋은 수단을 쓰지 않을 리 없다. 성경 속에도 반역은 쉼 없이 나타난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며 내가 하고 싶은 말 하겠다.

  

고라와 그 무리는 이백오십 명의 족장과 함께 모세를 대적했다. 하나님께서는 땅으로 그 입을 벌려 그들을 삼켜 죽게 하셨다.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다시 일어났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대한민국에 비상계엄의 불이 붙자 즉시 경천동지, 성난 민심의 파도가 격하게 일어 일시에 불을 끄고 방화범을 향했다.

  

윤석열은 교내 모의재판에서 전두환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도망 다닌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 적도 있다. “자신이 군인이었으면 쿠데타 했다”고 술자리에서 한 말도 전해졌다.

  

급기야 자신이 추앙하는 전두환의 뒤를 이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사소한 돌발상황이라도 발생하면 순간에 1980년의 광주가 2024년의 서울에 재현될 뻔한 위기를 가져왔다. 선진화 민주화를 거듭하며 시민의식이 성숙해진 국민을 향해 총칼을 겨누었다는 점에서 분노를 일으켰다.

  

45년의 세월이 흐르며 나라가 달라졌다. 자발적으로 조직된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 내란의 힘과 맞섰다. 들불처럼 일어난 광주 시민이 희생으로 대한민국을 지켰듯, 불꽃처럼 일어난 서울 시민이 용기로 단합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철저히 봉쇄당한 1980년의 광주는 외로웠다. 하지만 2024년의 서울에서는 집권 이후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 됐던 정권조차도 1인 미디어들을 이길 수 없었다. 전 세계가 거리에서 실현되는 위대한 민주주의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K-팝과 K-드라마로 유명한 한국이 K-민주주의를 세계에 선보였다. 계엄 선포에서 해제까지 걸린 시간, 태국의 세계 기록 3일을 대한민국이 6시간 30분으로 단축했다. 순식간에 국회로 몰려들어 자신의 등과 어깨와 팔을 국회 담장을 넘은 의원들에게 내줬다.

  

190명 여야 의원이 의사당에 집결, 안건 상정,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하기까지 단 2시간이면 충분했다. 법이 정한 대로 즉시 해제를 선포됐다면, 더 빠른 기록 달성이 가능했는데 아쉽다.

  

윤석열 탓이다. 하지만 고맙다. 젊은 세대를 일깨우고 세계 기록을 달성케 해줘 눈물 나게 고맙다. 아깝다. 성공했으면 히틀러처럼 총통이 될 수 있을 뻔했는데 다행이다. 실패했으니 아니 성공했더라도 이제 내란 수괴다.

  

다윗 왕의 아들 압살롬이 난을 일으켰다. 19명의 아들들 사이의 권력 다툼에서 힘을 키운 압살롬이 대대적인 반란을 일으켰다. 에브라임 숲 전투 후 노새를 타고 도망가던 압살롬의 머리카락이 상수리나무에 휘감겼다.

  

요압과 젊은이 10명이 달려와 심장을 찔러 죽였다. 아들의 죽음을 접한 다윗이 크게 슬퍼했다. 요압은 백성들을 더욱 사랑하라고 다윗을 설득했다.

  

반역했어도 아들이었기에 인정에 얽매인 다윗, 인간적이다. 눈물 나게 인간적이다. 하지만 왕에게는 아들보다 백성을 더욱 사랑하고 위하는 공적 의식이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소명 앞에 진지한 청지기 정신도 역사의 부름 앞에 겸손한 섬김의 정신도 눈을 씻고 봐도 이들 부부에게서 찾을 수 없다. 국민보다 건희의 행복, 나라보다 부부의 안위를 더 중시하니 그냥 양아치다. 이들이 인사권을 행사하니 혈연, 지연, 학연으로 연결된 이익 공동체, 한 줌 양아치 패거리가 국가 요직을 차지하고 시스템을 무너뜨리니 갑자기 비정상 역기능 국가가 됐다.

  

돌이켜보면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긴 한 남자가 티브이 토론에 등장했을 때 그의 야심은 드러났다. 온갖 거짓과 술수로 국민을 속여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대한민국이 좁다며 뻔질나게 외국 순방길에 오르던 부부는 사랑 놀이꾼 이미지를 뿌려 댔다. 술에 빠져 현실에서 도피하는 그 주술로 환상의 세계에서 사는 그녀의 모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각됐다.

  

소인배의 아부가 모이고 간신배의 아첨에 들뜨니 자아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누가 V1이고 V2인지 알 수 없는 이들 두 통령은 행정부의 공동 수반만으로 성에 차지 않았다.

  

현실 세계의 대통령 놀이로 만족할 수 없어 민주화된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반국가 세력을 일시에 척결하고 진짜 왕이 되고자 했다.

  

국가 안위와 민생은 뒷전으로 밀렸다. 경찰과 검찰을 지렛대로 사법부와 행정부를 손에 넣고 정치 사기꾼들의 모략에 의지해 나라를 쥐락펴락한다. 자신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입법부는 접수해야 할 대상이다. 급기야 군대를 동원해 마법처럼 국회를 무력으로 점거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검거 수감하려 했다.

  

‘야박’하지 못해 디올 백을 뇌물로 받았다는 건희처럼 석열이는 ‘절박’하여 반국가 세력을 신속히 척결하고자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다. 드디어 ‘쪽박’ 차게 됐다.

  

극단적 공포와 안도의 한숨이 교차하던 날 수요 예배를 위해 가던 차 안에서 한 30대 자매가 말했다.

  

“비상계엄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충격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1979년 10.26 사태로 촉발된 비상계엄과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했다. 그리고 1987년 6월 항쟁 직후인 9월 호주에 왔다.

  

이런 나에게 계엄과 민주화라는 상반된 가치는 대한민국에서 보낸 젊은 시절 내 삶의 기본값이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아직도 나에게는 어제 일처럼 생생할 수밖에 없는데, 세대가 다르니 경험치가 달랐다.

  

그럼에도 요즘 20대와 30대가 집회 현장에 많이 모인다는 소식 기쁘기 그지없다. 촛불 대신 형형색색의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모여든 MZ세대가 로제의 ‘아파트’ 노래를 함께 부르며 몸을 흔든다.

  

누가 감히 민주주의를 이렇게 놀이처럼 한바탕 축제로 소비하는 자유로운 세대에게서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고 빼앗을 수 있겠는가?

  

그가 말하는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원하는 제대로 된 퇴행적이고 불행한 나라는 필요 없다. 미래 세대는 그들의 나라를 이미 이렇게 옹골차게 만들어가고 있다.

  

실패하니 단지 경고였단다. 개 사과하면서 다시 계엄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여전히 군 통수권자로 남았다. 직무에서 물러난다더니 인사권을 행사했고 칩거하면서 계엄 이후 4차례 담화문 발표로 다수 국민을 조롱하고 소수 극우를 선동했다.

  

▲ mbc 영상캡쳐     

 

하야하기는커녕 탄핵당하더라도 헌재의 결정에 희망을 걸었다. 국민을 위협하고 염장 지르기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니 이 국가적 소모를 어찌하랴. 국회에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그 지시 따랐으면 유혈사태”라고 이미 증언했는데도 저리 무책임하다니 비겁하다 못해 비열하다. 극도로 사악하다. 그럴수록 우린 참담하다.

  

까불지 말라. 오죽하면 대학교수들이, 마치 쿠데타를 예언하듯 선정한 2024년 사자성어가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라는 뜻을 지닌 도량발호(跳梁跋扈)였겠는가?

  

윤석열뿐 아니라 지금껏 카멜레온이 외피의 색을 바꾸듯 물타기와 변신을 거듭하며 구차하게 생존해 온 정당이 아무리 입버릇처럼 ‘자유민주주의’를 떠들더라도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는 보수, 독재, 왕정을 꿈꾸는 정당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처음부터 질서 있는 퇴진은 속임수였고 내란의 무리에게는 부여할 시간도 지켜야 할 질서도 없었다. ‘내란의 힘’이 오락가락하는 리더십을 보이며 ‘분열의 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교육헌장에 나오는 ‘역사적 사명’을 다했으면, 이제 ‘시대적 사명’을 다하도록 환골탈태 아니면 자진 해체하라.

  

북이스라엘에서 도성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던 장군 시므리가 한순간에 엘라 왕을 죽이고 왕이 됐다. 전쟁터에서 달려온 군사들과의 싸움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그는 갑자기 왕궁을 불태우라고 명한다.

  

그리고 왕궁과 함께 그 불길 속에서 타 죽는다. 그의 왕 노릇은 7일 만에 끝났다.

  

윤석열의 왕 노릇, 3년도 3일도 아니 3시간도 너무 길어 2시간 만에 비상계엄 해제를 결의하고 윤석열 입장에서는 부득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해제 선언까지 6시간 30분 만에 끝냈다.

  

▲ mbc 영상캡쳐     

 

대다수 국민의 응원 속에 국회는 탄핵안 1차 투표 불성립에도 불구하고 2차 투표에서 300명 전원 출석 204표 찬성으로 결국 통과 시키는 결기와 끈기를 보여줬다.

  

출국금지, 압수수색에 이어 체포, 수사, 국정조사, 특검, 기소, 구속, 탄핵, 무기징역 또는 사형 선고라는 형사재판 절차의 초침이 재깍재깍 움직이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올 것이고 2025년 봄에는 대선 보궐선거가 예상된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시계는 역동적이다.

  

더럽게 살았어도 깨끗하게 물러나면 뒷모습이나마 예뻐 보이리. 그동안 감추고 덮은 구린 뒷자리가 걱정되더라도 수습할 생각 말고 즉각 떠나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께 호소한다는 그의 표현대로 피 끓는 심정으로 호소하니 지금이라도 제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진 사퇴(하야)하라. 부탁한다. 수치스럽다고 자살하지 말라. 살아서 죗값을 치르라. 역사에 박제되어 무능과 악행의 본으로 후손에게 반면교사가 돼라.

  

두렵다고 왕궁에 불을 지르지도 말라. 당신을 따르던 생쥐들과 함께 조용히 대한민국호에서 하선하라. 더욱 단단하게 일신한 조국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항해를 계속해야 하니까.

  

아울러 이번 계엄은 시간이 지날수록 갑작스럽게 선포된 계엄이 아니고, 철저하게 준비한 정황과 잔인한 의혹이 속속 제보, 증언, 제기되고 있다. 다음 몇 가지는 속히 규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앞장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러시아와 북한을 자극했다. 국방부에서 NCND(Neither Confirm Nor Deny)했지만, 평양에 드론을 보내 선전물을 살포했다. 고무풍선 원점 타격을 지시했다. 이는 나라 밖으로부터 외환(外患)을 유도해 이를 계기로 계엄을 선포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또한 중앙선관위와 함께 표적이 된 언론조사 ‘꽃’ 대표 김어준 씨가 ‘암살조가 가동됐다’는 제보를 국회에서 공개했다.

  

파주에 와 있었다는 북파공작부대(HID)로 추정되는 이들의 임무는 "체포되어 이송되는 한동훈을 사살한다", "조국, 양정철, 김어준을 체포해 호송하는 부대를 습격한 뒤 구출하는 시늉을 하다 도주한다", "특정 장소에 북한 군복을 매립한다, 일정 시점 후에 군복을 발견하고 북한 소행으로 발표한다", "미군 몇 명을 사살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 폭격을 유도한다, 북한산 무인기에 북한산 무기를 탑재하여 사용한다" 등, 하나 하나가 충격적이다.

  

자신은 이 내용을 김병주 의원에게 알렸고, "김 의원이 처음엔 그럴 리 없다고 했다가 서너 시간 뒤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고 알려줬다"는 점, 그리고 제보 출처가 우방국 대사관이라는 점으로 보아 근거가 상당해 보인다. 이 역시 신속한 규명이 요청된다.

  

마지막으로 11월 25일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부장판사를 체포하기 위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그의 위치추적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법원도 "사실이라면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라는 입장문을 냈다.

  

만약 사실이라면 재판에 관여하고 암살조를 가동하고 외환을 불러오고…그리고 만약 계엄을 막지 못했다면 이는 필연적 장기 독재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찔하다.

  

과연 사람이 어디까지 악할 수 있을런지? 나는 지금 윤석열의 의를 묻는다. 그러나 성경은 나의 의를 묻고 있다. 며칠 전에 내 인생 처음으로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했다. 나는 깨달었다. 내 속이 더러우니 오늘 내 입이 더러웠다. 입도 마음도 깨끗하게 씻어야겠다.〠

 

서을식|시드니소명교회 담임목사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