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서 만드셨나이다

서을식/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6/04/21 [14:34]

“주께서 땅의 경계를 정하시며 주께서 여름과 겨울을 만드셨나이다. ”(시편 74:17)

 

이 성구의 강조점은 ‘주께서 하셨다’라는 사실이다. 13-17절 사이에는 ‘당신’(It was you)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아타’(atta)가 일곱 번이나 등장한다. 이 말은 천지창조와 운행의 법칙을 만드신 이가 여호와 하나님이시니, 모두 ‘당신께서 하신 일입니다’라는 의미다.

  

산과 계곡, 평야와 습지, 육지와 바다를 구분하고 경계를 정하신 분이 하나님이시다. 자연의 여러 지리적 조건을 따라 경계를 지으시고, 여기에 계절의 순환이라는 변화를 다양하게 덧입혀 태초의 권태로움을 일소하신 그분의 지혜, 힘, 그리고 의지(뜻)는 온 땅 위에 충만한 여호와의 통치 주권을 보여준다.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하나님께서 빚으신 세계는 얼마나 경이로운지!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창세기 1:2)하는 태초의 깊은 신비 속에서 우주가 탄생한다.

  

‘빛이 있으라’라는 하나님의 일성(一聲)이 태초의 적막을 가로질러 퍼져 나가며 어둠을 밝혔다. 해와 달과 별이 자기 자리를 잡고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지구 땅에 순환하여 찾아오고 각종 식물과 동물이 만들어지면서 세상이 채워졌다. 아름답게 완성된 세상이 마침내 창조의 면류관 된 사람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살게 하시고 그들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정하신”(사도행전 17:26) 만유의 주를 믿는 인류는 이 위대한 하나님의 선물에 감사하면서 대자연의 넓은 품 안에서 하나님의 선하고 능하고 위대하며 사랑스러운 손길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창조주의 주권에 압도당하고 보면, 하나님의 주도면밀한 창조와 장엄한 조성을 비집고 들어올 우연이나 인위의 자리는 없다. 위도와 경도 그리고 고도에 따라 각기 달리 찾아 드는 계절의 햇살과 바람, 펼쳐지는 풍경은 늘 새롭고, 맺히는 열매는 다채롭다.

  

살아 있는 자연 현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러 생명 현상에 순응, 대응, 적응하는 인간 삶의 모습도 각기 달라, 다양한 문화와 문명이 꽃핀다.

  

누가 감히 인류 최초의 문명을 ‘석기 시대’로 되돌리겠다고 위협하는가? 제정신이 아니다. 자연의 이치와 하나님의 섭리는 크고도 오묘하니, 이 또한 역사의 톱니바퀴에 의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다.

  

가벼운 말에 휘둘리지 말자. 생명을 귀히 여기고 평화를 희구하며 지구촌의 모든 인종, 문화, 문명이 함께 아름다운 계절을 맞도록 기도하자.

  

하나님께서는 땅의 경계를 정하듯 삶의 경계도 분명히 정하셨다. 불순종한 사람에게 에덴동산의 경계가 필요했듯, 타락한 인류에게는 생활의 경계, 말씀의 지침이 필요하다.

  

“내게 줄로 재어 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시편 16:6).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삶의 경계를 지켜야 보람 있는, 즉 결과적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된다. 말씀은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고 빼앗기 위한 자유 제한법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한 삶을 촉진하고 향유하게끔 허락한 자유 촉진법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32)는 말씀의 묘미를 아는 순간, 주께서 정하신 경계 안에 거하는 눈부신 자유를 경험하게 되리라.

  

자연 지리적 경계를 따라 형성된 문화권에 거주하면서 개인 간 물물교환이든 국가 간 무역이든 협력하며 살면 되는데, 서로 자기에게 더 유리한 경계를 만들려고 하니, 다툼이 생기고 시끄럽다.

  

지금은 국경선조차 맞닿지 않은 나라 간에, 돈 자랑하듯 증오의 폭격과 저주의 미사일을 쏘며 살생과 파괴를 일삼으니 지구촌에 민폐다. 남의 몫까지 빼앗지 말고, 경계를 정하고 계절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내 몫으로만 살아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으니 자족하자.

 

 “어떤 사람은 땅의 경계표를 옮기며 양 떼를 빼앗아 기르며”(욥기 24:2)라는 말씀처럼, 예부터 지계석이나 경계표를 옮기려는 시도는 늘 있었다. 그래서 성경은 명령하고 경고한다. “네 선조가 세운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지니라”(잠언 22:28).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며 고아들의 밭을 침범하지 말지어다”(잠언 23:10). “유다 지도자들은 경계표를 옮기는 자 같으니 내가 나의 진노를 그들에게 물 같이 부으리라”(호세아 5:10).〠

 

서을식|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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