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가정 상담 코너] 갈등

김훈/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6/04/21 [14:37]

Q : 왜 어떤 갈등은 단순한 문제를 넘어 “모두가 나를 싫어해”라는 깊은 상처로 확장되는가?

 

A :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갈등을 바라보는 방식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개 눈앞의 사건 자체에 집중한다. 누가 잘못했는지, 어떤 규칙이 어겨졌는지를 빠르게 판단한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감정은 언제나 맥락 속에서, 그리고 축적된 경험 위에서 반응한다.

  

이 사례에서 드러난 사건은 ‘허락 없이 옷을 입은 행동’이었다. 분명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다. 그러나 “모두가 나를 싫어해”라는 반응은 단순히 이 사건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그 말은 사실이 아니라, 그 순간 아이가 경험한 정서적 현실을 보여준다.

  

아이의 내면에는 이미 학교에서의 관계 스트레스, 오해, 소외감이 쌓여 있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정서적으로는 지친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는 작은 자극도 크게 느껴지고, 중립적인 말도 부정적으로 해석되기 쉽다. 그래서 가족의 지적이 ‘집단적 비난’처럼 경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실제 상황이 아니라, 아이가 그렇게 느꼈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원리가 드러난다. 감정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해석에 반응한다.

이 해석에는 과거 경험, 관계 속 기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함께 작용한다. 그래서 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혼났다”고 느끼고, 다른 누군가는 “나는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또한 감정의 중심에는 항상 욕구가 있다. 이 아이에게는 이해받고 싶은 마음, 공정함에 대한 기대, 가족 안에서의 소속감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감정은 더 커졌고, “모두가 나를 싫어해”라는 표현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가 자주 놓치는 또 하나는 ‘중요도의 차이’다. 같은 사건도 사람마다 느끼는 강도가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 이 차이를 무시하면 “그게 그렇게 큰일이야?”라는 말이 나오고, 관계는 더 멀어진다.

  

그렇다면 관계를 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핵심은 사실보다 먼저 마음을 듣는 것이다.

  

“그건 사실이 아니야”라는 반박 대신, “그렇게 느꼈구나”, “많이 힘들었겠네”라고 반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은 문제를 즉시 해결하지는 않지만, 함께 다룰 수 있는 관계의 기반을 만든다.

  

공감은 잘못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다룰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충분한 공감 이후에야 “그럼 이 행동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대화가 가능해진다.

  

결국 갈등이 깊어지는 이유는 사건이 커서가 아니라, 이미 지쳐 있는 마음 위에 그 사건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계가 회복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마음을 먼저 이해해 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계를 지키는 힘은 논리보다, 말 뒤에 있는 마음을 먼저 듣는 태도에 있다.〠

 

김훈|호주기독교대학 학장

▲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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