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손은 약손

최주호/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4/12/19 [11:15]

▲ ©andreas160578     

 

이승우 씨의 ‘사막은 샘을 품고 있다’에서는 ‘침묵’의 저자 엔도 슈사쿠가 고백한 체험담이 나온다. 어느 날 대단치 않은 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옆방의 폐암 환자가 밤새도록 지르는 괴성과 울부짖음과 같은 신음소리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간호사에게 그렇게 통증으로 괴로워할 때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묻는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어요 그저 곁에 앉아 환자의 손을 꼭 쥐고 있을 뿐입니다. 한동안 그러고 있으면 통증이 차차로 가시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교대로 손을 잡아주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엔도는 코웃음을 쳤는데 진통제를 맞고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해 짐승처럼 울부짖는 환자에게 그깟 손잡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 년 후 엔도 슈사쿠가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는데 수술 후 마취가 깨기 시작하자 통증으로 인해 고함을 치면서 다시 마취제를 놓아달라고 했다.

  

그때 의사가 중독을 염려해서 그의 부탁을 거절했고 그는 한층 절망적으로 소리만 질렀다. 하지만 그때 한 간호사가 침대 곁에 앉아 그의 손을 꽉 잡아 주었고 엔도 슈사쿠는 그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참으로 믿기지 않은 일이지만, 그 지독하던 아픔이 조금씩 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손을 잡아 주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인간이 육체만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영혼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그 ‘손잡음’의 의미는 뭔가 다른 차원의 행동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손잡음의 의미를 갖고 성경을 보았더니 유독 예수님의 치유 기사 중에 손과 관련된 치유가 있음을 보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나병 환자에게 손을 댄 사건은 정말 남다른 의미가 있는 뜻 깊은 사건이다.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이르시되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신대 나병이 곧 떠나니라.”(눅 5:13)

  

나병은 부정한 질병으로 여겨져 사람과의 접촉을 금지시킨다 누군가 만약 부지불식 간에라도 나병환자와 접촉하면 그 사람은 부정하게 되기에 나병이 육체적인 질병의 수준을 벗어난 종교적, 사회적 질병의 상징이다.

  

문제는 천형이라고 불리던 이 나병 환자의 몸에 예수님이 손을 대셨다는 것이고 놀랍게도 나병환자의 부정함이 예수님께 전이되지 않고 예수님의 치유의 능력이 나병환자를 나병에서 자유롭게 만들었다.

  

나병 환자의 회복이 예수님의 말씀과 손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참 의아하지만 거기에는 손이 가진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추측하게 된다.

  

이 말이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손으로 상대편을 터치하고 싶어지는데 이때에 손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을 대변하는 도구가 된다.

  

내가 아는 한 권사님은 처음 만난 남자가 자신의 손을 잡아서 결혼했다는, 지금 같으면 상상도 가지 않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만큼 서로의 손을 닿음의 의미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것 이상일 수도 있다.

  

난 오늘 손에 대해서 생각해 보다가 예수님의 손을 묵상했다. 우리를 사랑으로 어루만지시는 예수님의 손은 어떠했을까? 난 다음의 세 가지로 예수님의 손을 정리해 보았다.

 

- 목수로서 굳은 살이 배긴 손이다.

-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내미신 손이다.

-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손이다.

 

먼저 목수로서 굳은 살이 배긴 손은 가정을 위해 일하신 예수님의 손을 상징한다. 전승에 의하면 아버지 요셉은 일찍 죽어 아들인 예수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수로 일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건축 현장에 투입되어 목수로서 잔뼈가 굵은 예수님의 굳은 살이야 말로 가족을 사랑하고 책임지는 예수님의 마음을 대변해 준다.

  

치유자로서 병자들을 향해 내미신 손은 질병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자들을 위한 예수님의 긍휼하심과 따뜻하신 성품을 대변한다. 누구도 손대기를 거부하던 병자를 향한 예수님의 불 같은 사랑의 마음이 친히 손을 대시어 그들을 만지시고 치유하시고 회복시켜 주셨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손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내려 오셔서 십자가에 대속 제물이 되신 사랑의 증표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의 못자국난 주님의 손을 바라볼 때마다 주님의 고귀한 희생과 사랑을 가슴에 되새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경은 예수님의 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고 예수님을 향해 자신의 손을 내밀었던 한 여인의 이야기도 언급한다.

  

“이는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받으리라 생각함일러라”(막 5:28)

  

이 이야기의 압권은 많은 사람들이 모두 예수님에게 손을 대었지만 오직 이 여인의 손댐만이 기적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녀의 손댐에는 예수님을 향한 그녀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인데 우리의 손이 주님께 닿는 순간 우리의 인생은 예수님의 생명으로 풍성해지게 된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었던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이 과학적으로 근거있는 말이라는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다. 그 이유를 그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굳이 엄마 손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손으로 배를 마사지해주면 통증이 완화되는데 복통과 설사는 배가 차가워져서 위장기능이 떨어지고 장의 연동운동이 원할하지 않아 일어난 현상이기에 따뜻한 손으로 배를 자극하면 복통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배를 마사지하면 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해서 음식물을 소장에서 대장으로 이동시켜 주어 변비를 막아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을 ‘예수님 손은 약손’으로 바꾸어 보았다. 왜냐하면 엄마 손이 우리의 육을 고쳐주듯이 예수님의 손은 우리의 영과 혼과 육을 온전하게 고치시기 때문이다.〠

 

최주호|멜번순복음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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