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시리즈-호주의 신학자

무어신학대 학장 존 우드하우스 박사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09/10/30 [16:32]
성경에 진지한 목회자를 키우며

내용도 없이 열심만 내는 활동가도, 움직이지 않은 이론가도 곤란하다. 호주에 살면서도, 호주가 뭐가 좋은지 잘 모르고 살 때가 많고, 이것은 신앙도 마찬가지다. 120년전 우리에게 기독교를 전했다는 호주에 살면서도, 배울만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20세기초 미국과 한국복음주의 영성에 큰 영향을 미친 기독교학생운동(IVF)의 모태가 영국의 호주 유학생 주도로 이뤄졌다든지, 20세기 중반 호주 성경신학자들을 통해 복음주의가 학적으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든지, 20세기말의 복음주의적 성경신학운동이 시드니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에는 시드니성공회의 심장, 무어신학대의 그림자가 항상 따라다닌다.

호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신학도서관으로도 유명한 무어신학대는 한국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다른 신학교들과 구별된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무어신학대는 시드니성공회 목사 양성기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단과 세계를 섬기는 훈련장으로 변해갔다. 

호주의 다른 주와 미국과 영국, 남아공 등지에 졸업생들을 수출(?)하여 복음주의가 약한 지역에 성경신학적 설교와 성경공부, 전도가 강조되는 복음주의적 교회들을 늘려나갔다. 호주연합교단이 동성애 안수문제로 분열 위기가 있을 때, 연합교단내 복음주의 그룹을 보호하겠다고 나서기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성경신학에 근거해서, 교회의 형식적, 전통적 요소들을 과감하게 타파하는 급진성을 보이면서도, 특히 철저한 성경무오설에 근거해 여성안수 등에 강한 반발하는 보수성을 보이는 양면성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특유의 칼빈주의적 성경신학과 도전적인 전도문화로 호주 복음주의운동에 신학적 양분을 제공하고, 여전히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현 무어신학대 학장인 존 우드하우스와 같이 했다.
 
 
▲ 호주 복음주의운동에 신학적 양분을 제공하고, 여전히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무어신학대의 학장을 맡고 있는 존 우드하우스 박사.  ⓒ Christian Review    
 
교회의 전통적 요소를 과감하게 타파하는
급진성과 함께 신학적 보수성도 같이 보여... 

존 우드하우스(Dr. John W. Woodhouse)는 레인코브에 있는 세인트 앤드류 교회의 중·고등부시절 그리스도를 영접했고, 특히 그곳 담임이었던 필립 올리버 목사를 통해 기본적인 신앙훈련뿐 아니라 가정과 성경을 중시하는 목회 모델을 몸에 익히게 되었다. 모야 여사와 사이에서 낳은 네 명의 자녀들과 여섯 명의 손자들을 주신 것에 “무엇보다 감사한다”는 그는, 뉴사우스웨일즈대 지질학과, 무어신학대를 거쳐 맨체스터대에서 히브리어 연구로 박사를 받았다. 2002년 학장부임 전에도 무어대학에서 가르치면서도, 세인트 아이비스 성공회교회 담임목사로 교회를 크게 성장시킨 성공적인 목회자이기도 하다. 

 - 시드니성공회나 무어신학대는 ‘학자이자 목회자인 목사’를 이상향으로 보는 것 같고, 총장님도 거기에 잘 맞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교회 추세를 보면, 원리나 신학에 대한 관심을 줄고, 교회를 실제로 늘리는 기술에 목회자들의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교회들은 신학적 훈련 여부를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교역자를 세우기도 합니다. 학장님 개인의 경우, 자신의 신학적 훈련과 학자적 자질이 목회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되십니까? 

“저는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힘써 섬기는 일과 하나님의 진리에 대한 이해와 결합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복음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셔서 교회를 세우시는 하나님의 사역에는 별 관심이 없으면서도, (신학적) 지식에만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역에는 열중하면서도, 하나님의 길을 배우는 일에는 시간을 쓰지 않습니다. 양쪽 다 문제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너무 이론적이고, 자기만족을 위한 기독교가 될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쉽게 훈련부족상태에 빠지고, 성숙한 신앙을 세우는 데 실패합니다. 저는 자신이 뭘 하는 지도 모르면서 열심만 내는 활동가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론가도 모두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다수의 한인 기독교인들에게 무어신학대는 너무 학문적이고 너무 성공회 냄새가 짙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2백 교회가 넘는다는 시드니 한인교회들은 무어로 목회자 후보생을 보내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무어신학대에 대한 이런 인상을 수긍하십니까?

“무어신학대는 하나님 말씀의 권위를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는 신학교입니다. 우리는 모든 신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잘 배울 수 있기를 원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시대의 도전에 깊이있고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한인들 말고도 무어를 ‘너무 학문적인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무어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수준높은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학교는 성공회를 섬기지만, 그렇다고 교수 내용이나 학과 과정이 성공회적인 색깔을 따로 띄지는 않습니다. 무어신학대는 어떤 특정 교단신학에 매이지 않고, 종교 개혁을 통해 재발견된 복음적 기독교를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최근 한 인터뷰 기사에서 학장님은 무어신학대의 현안들을 꼽으면서, 그중 하나로 풀타임으로 기숙사에 살면서 공부할 수 있는 사역후보생들만 너무 치중한 경향이 있다고 인정하신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한인교계만 봐도, 파트타임이나 통신강좌 같은 유연한 교육을 제공하는 신학교에 더 많은 이들이 문을 뚜드리는 추세입니다. 한인교계의 필요까지 염두에 두고 보면, 무어신학대는 이에 대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저는 먼저 무어신학대 같은 기숙사학교에서 풀타임으로 훈련받는 과정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강조하고 싶습니다. 성숙한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효과적이고, 총체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하나님에 대해 가장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2010년부터 무어신학대는 1학년을 파트타임으로도 공부할 수 있도록 공개할 생각입니다. 또한 신학사(B.Th/B.D)나 일 년짜리 준학사 과정을 야간강좌 만으로나 주야간 강좌를 병행해서 밟을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보다 많은 이들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무어신학대하면, 독특하면서도 잘 발달된 성경신학으로 유명합니다.(역주: 성경신학은 20세기 중반 자유주의 신학계에서도 유행한 적이 있기 때문에, 무어신학대의 개혁주의적 성경신학운동은 이전과 구별된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고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편이지만, 성경신학이란 단어에는 별로 익숙하지 못합니다. 무어신학대가 그렇게 강조하는 성경학?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성경신학은 잘못 이해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무어신학대에서 가르치는 성경신학이란 성경 전체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성경 이야기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님의 인성과 사역이 성경의 모든 부분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성경신학은 성경 전체가 어떤식으로 통일된 이야기로 전개되는 지를 다루고, 성경의 모든 부분이 우리를 어떻게 예수님께 인도하는 지를 보여줍니다. 성경을 하나로 볼 수 있는 눈은 성경을 가르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조건입니다. 성경신학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본문을 전체 흐름과 상관없이 보기 쉽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성경의 본질을 놓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신학생이나 교회지도자들이 성경 신학으로 잘 훈련받는 것이 왜 중요합니까? 교회의 사역에 실제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까요?

“성경을 가르치는 사람은 반드시 성경 전체가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고, 성경의 모든 부분들이 주 예수 그리스도와 어떻게 연관되는 지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성경 각 부분들을 전체 흐름과 상관없이 가르치게 됩니다. 성경신학적 이해를 가져야 예수님이 말씀하신대로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 (요 5:39)는 점을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든 기독교 사역의 중심, 특히 지역교회의 목회사역은 사람들을 주 예수 그리스도를 배우고 사랑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하나님이 준비한 사역이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이해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점에서 성경신학은 사람들로 하여금 성경을 배우고 들음으로써 예수님에 대한 사랑 안에서 자라도록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슬퍼하는 이들에게 위로의 원천이 됩니다. 걱정하는 이들에게 평화의 원천이 됩니다. 엇나간 이들에게 회복의 원천이 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가 그를 전파하여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침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니(골 1:28).”

 - 현재 시드니에만 2백여 개 이상의 한인교회가 있고, 일부 교회는 호주교계가 주목할 만큼 역동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어신학대의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호주와 한국내 한인교회와의 관계는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이것은 무어신학대에게도 한인교회들에게도 최선의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뭘 해야 할까요? 더 나가서 한인교회들이 호주 기독교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되십니까?

“저는 지금과 같은 대화의 기회가 주어진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호주의 많은 기독교인들도 한국교회의 역동성에 경의를 느낍니다. 저는 한국교회의 형제자매들이 호주 기독교에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줄 것이 있다고 믿습니다. 

이들의 관점이 호주 기독교가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일부 문제들을 푸는 데도 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양쪽이 더 대화하고 협력할 기회를 더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구원받을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합니다. 

호주교회는 한인 성도들을 통해 배워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의 평등주의적 문화는 노인들에 대한 공경의식이 너무 약한 점이 있고, 한국교회는 이점에서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나가서 우리 자신이 볼 수 없는 문제를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은 볼 수 있으니까요.”


▲ 각종 종교서적들이 가득한 존 우드하우스 박사의 서재.  ⓒ Christian Review    
 
 
▲ 존 우드하우스 학장은 “호주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한국교회의 역동성에 경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 Christian Review    
 
- 긴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글/김석원 (크리스찬리뷰 객원기자)
사진/권순형 (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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