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움직이는 기업 ‘가스펠피아노’

어쿠스틱 피아노 판매 1위… 악기시장 점유율 15%

권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02/28 [12:12]
NSW국회 사진전시회 무한한 자부심

지난 1월 31일부터 시작된 ‘아름다운 한국 동해의 섬’ 사진 전시회가 2월 25일로 끝났다. 호주에서 한국 동해의 섬인 울릉도와 독도 사진전이 열린 것이 이색적인데 그 장소가 더 놀랍다. 다름 아닌 NSW국회의사당이었다.

 
▲ NSW국회 전시장에서 2월 한 달 동안 열린 ‘아름다운 한국 동해의 섬’ 사진전을 찾은 시드니한인회 김병일 회장(가운데)을 안내하는 고동식 회장(오른쪽).     ©크리스찬리뷰

왜 국회를 전시장으로 택하게 되었는지 전시회를 주관한 ‘조국사랑 독도사랑 호주연합회’의 고동식 회장에게 물었다.

 “한국인들이야 독도가 한국령인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호주사회는 그렇지가 못하다. 국회를 전시회 장소로 정한 것은 무엇보다 호주사회에 동해와 독도를 각인시키기 위한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고 회장에 의하면 일본 측의 지속적인 홍보 활동으로 동해도 일본해(Sea of Japan)로 알고 있는가 하면 독도도 일본의 섬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열리는 모든 행사는 호주 역사에 공식적으로 남는다. 고동식 회장은 NSW국회에서 전시회를 연 까닭을 여기에서도 찾았다. 호주 역사의 한 페이지에 ‘아름다운 한국 동해의 섬’ 사진 전시회가 당당히 기록되기 때문이다.

호주 정치의 심장부인 NSW국회에서 전시회를 연 것에 대해 고동식 회장은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2010년 5월 호주에서 출범한  ‘조국사랑 독도사랑’은 앞으로 재한파 일본 역사학자들을 초청해 강연회, 전시회 등을 열어 호주 사회에 지속적인 독도 알리기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고동식 회장이 이토록 나라사랑이 각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신앙의 힘이다.

 “이스라엘이 포로생활 가운데서도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여호와 신앙 때문이다. 비록 호주 시민권자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나의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하나님이 나를 한국인으로 태어나게 하셨기 때문이다.”

 
▲ 고동식 장로, 고영숙 집사 부부가 라이드 매장에서 C.벡스타인 피아노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크리스찬리뷰

부동의 1위 ‘가스펠 피아노’ 

사실 고동식 회장은 한인사회에 피아노 유통기업 ‘가스펠 피아노’로 잘 알려졌다. 그러나 호주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1987년 호주로 이민, 멜본에 정착하여 피아노 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후 1994년 시드니 페어필드(Fairfield)에 야마하 딜러로 문을 연 가스펠 피아노가 지금은 빌라우드, 라이드, 시티 그리고 브리즈번 지역까지 점포를 열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 독점 브랜드를 수입해서 전국으로 유통시키는 도매업과 함께 온라인 판매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호주에서 어쿠스틱 피아노(Acoustic Piano: 디지털 피아노, 키보드 등과 같은 전자 악기가 아닌 오리지널 피아노) 판매는 호주에서 수년 동안 부동의 1위다. 악기 판매 매출액에서도 호주 전체에서 15%를 차지할 만큼 메가 셀러(mega seller)다. 

라디오를 켜고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되면 가스펠 피아노 후원으로 공연이 열리는 것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을 만큼 호주 사회에서 공신력 있는 피아노 유통 기업이 되었다.

 
▲ 지난 2009년 11월, 세대를 초월하여 사랑받고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 초청 연주회를 마친 후 데이비드 헬프갓과 무대 인사하는 고동식 회장     ©크리스찬리뷰

기도로 움직이는 기업

주로 한인들을 대상으로 피아노를 판매하던 변두리의 일개 점포로 시작한 가스펠 피아노가 어떻게 호주 제1의 피아노 유통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고동식 회장의 대답에는 머뭇거림이 없었다.

 “기도의 힘입니다. 가스펠 피아노는 기도로 움직이는 회사입니다.”

기업의 이름도 복음을 의미하는 ‘Gospel’이 아닌가! 그렇다. 고 회장은 점포의 입지를 선정할 때도 해외 브랜드를 수입할 때도 회사가 위기에 처할 때도 기도로 씨름을 했다. 라이드 점만 해도 5년을 기도해서 얻은 열매라고 한다.

  “본래 라이드 점이 있던 장소는 주거 지역으로서 40년을 타이어 수리점과 중고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던 장소를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셔서 그 자리를 매입할 수 있도록 역사하였고 꼭 일 년만에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변경되었습니다”라고 고 장로는 말한다.  

▲ 라이드지역의 명소로 부각된 가스펠 피아노. Blaxland Rd와 Lane Cove Rd 코너에 자리잡고 있다.                          ©크리스찬리뷰

가스펠 피아노의 성장 동력은 야마하와의 판매권을 맺으면서부터다. 점포 확장도 브리즈번 오픈도 야마하 피아노를 팔면서 시작됐다. 가스펠 피아노의 성장세는 멈출 줄을 몰랐다. 야마하를 등에 업고 사세를 확장해 나간 가스펠 피아노는 드디어 피아노 판매 1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1등은 언제나 시샘의 대상이다. 가스펠 피아노는 1등의 영광을 누리면서 동시에 야마하의 다른 딜러상들에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급기야 딜러상들의 압력에 굴복한 야마하가 수년간 유지해 오던 딜러 계약 파기를 전해왔다. 그것도 3개월 노티스(notice)만 주고.

 “연말에는 분위기가 좋았죠. 새해 사업 계획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세 달 후에 딜러 계약 연장을 취소한다는 연락이 왔어요. 당시에는 정말 앞이 캄캄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가스펠 피아노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수년 동안 공들여 온 1등 기업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판이었다. 그만큼 야마하는 가스펠 피아노의 주 매출원이었던 것. 따라서 당시에 주변에서는 ‘가스펠 피아노는 끝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가스펠 피아노에겐 남다른 게 있었다. 기도다. 하나님께 매달리는 기도. 고동식 회장은 곧바로 기도에 몰입했다.

 “기도를 하는데, 하루는 하나님이 제게 말씀하셨어요.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해요.” 벌써 고동식 회장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고 회장의 아내도 기도하면 남편에게 뒤지지 않는 열심이 있다. 그녀는 야마하와의 회의에 앞서 일주일 동안 금식기도를 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야마하와의 최종 담판을 짓기 위해 멜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지루하고 숨 막히는 시간이었다. 고동식 회장은 일주일 금식한 아내가 걱정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오히려 최종 입장이 정리됐다. 야마하와의 결별.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지난 수년 동안 야마하 덕택에 피아노 업계에서 1위 기업이 되긴 했지만 그동안 고동식 회장이 받은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내의 표현에 따르면 머리에서 김이 났다. 아내는 ‘저러다 쓰러지지는 않을런지’ 늘 걱정이었다.

 
▲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이 라이드 매장을 방문, 팬들과 사인회를 갖고 즉석 연주를 펼쳤다.(8/11 /2009)     ©크리스찬리뷰

아내는 일주일 금식기도의 응답을 3개월 후에 확실하게 받았다고 한다. 모든 야마하 재고를 멜본으로 돌려보내는 날 아침, 출근하려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 “야마하하고 네 남편을 바꿀수 있겠느냐?”는 성령님의 음성을 듣고 “아니오. 절대로 바꿀 수 없지요”라고 소리내어 답을 하고 아내의 마음 속에 슬픔 대신 기쁨이 솟아 넘치는 경험을 함으로써 “하나님이 남편을 살리기 위해 내린 조치였다”고 고백했다.  

 
막다른 골목에서 새로운 시작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 때 고동식 회장의 사업수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던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던 중 만나게 된 것이 C. 벡스타인(C. Bechstein)이었다. C. 벡스타인은 야마하를 뛰어넘는 최고급 브랜드였다.

호주의 피아니스트들은 더 좋은 악기를 찾고 있었고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고동식 회장은 이를 간파하고 있었다. 그의 예견은 적중했다. 대성공이었다. 위기에서 급반전이 일어났다. 연이어서 호프만, 크나베, 콜렌 켐블, 삼익 피아노 등을 들여왔다. 

이미 최고의 기술력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일즈 능력 그리고 전국적 유통망을 확보한 가스펠 피아노였다. C. 벡스타인으로 날개를 달은 가스펠 피아노는 더 높이 날아올랐다. 이제는 엎치락뒤치락 하는 1등이 아니라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1위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 이스트우드와 핌블 방향으로 가는 교통의 요지에 자리잡은 가스펠 피아노.     ©크리스찬리뷰

C. 벡스타인과의 독점 수입 계약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탄탄한 자금력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가스펠 피아노가 야마하와의 결별을 통한 재고 정리로 그 자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고 회장은 당시를 상기하면서 모두 하나님 덕택으로 돌렸다.

 “당연히 하나님의 은혜죠. 그 방법이 아니었다면 C. 벡스타인은 생각도 못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정말 놀랍기만 합니다.”

 
음악 선교의 비전

두레교회(담임목사 이상배) 장로로 시무하고 있는 고동식 회장은 시드니 콘서바토리움에 매년 피아노 부문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가스펠 피아노는 ‘하나님의 기업’이라며 “재능있는 기독 음악인들을 위한 무대도 만들고 장학금도 지원하는 한편, 앞으로는 꿈나무 신인들을 발굴하여 세계적인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 회장은 이미 수년 전에 북한의 고아원에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비롯한 악기 일체를 지원하기도 했으며, 호주의 한인교회들 특히 개척교회나 작은 교회들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 가스펠 피아노 라이드 매장 내부     ©크리스찬리뷰

고 회장은 “앞으로 선교 활동에 적극 나서고 더 많이 후원하는 청지기 사명을 감당하는 가스펠 피아노가 될 것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가스펠 피아노가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간증이 되길 기원하며 가슴 훈훈했던 인터뷰를 마쳤다.

 

글·사진|권순형 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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