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우리교회' 우상 섬긴다"

손봉호 교수, 영향력 커진 기독교인 책임의식 다하지 못하는 것 지적해

홍진우/뉴스파워 | 입력 : 2011/04/01 [09:57]
도시공동체연구소(소장 성석환 교수)는 설립 1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의‘공공성’을 진단하는 토론회를 갖고 지역과 삶 속에서‘교회와 신도’의 올바른 역할을 논했다.

29일 오후 대학로 동숭교회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최근 '한기총은 해체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는 손봉호 장로(고신대 석좌교수)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실김진호 실장이 발제를 맡고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 교수), 김오성 사무국장(KSCF 총무)이 패널 토론을 맡았다.

손봉호 장로는 먼저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공공력의 범위가 넓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러한 사회에서 교회는 질서를 세우고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 함께 해야 한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 손봉호 장로는 도시공동체연구소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한국 교회가 영향력을 가진 만큼의 책임감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뉴스파워 홍진우
 
그러나 손 장로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 교회는 '공공력'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다. 그는 "우리는 개인의 거룩함, 개인의 구원, 개인의 축복에 더 관심이 많고 돈의 우상에 사로잡혀 있다"며 "더 심하게는 '우리교회'라는 우상을 섬기고 살아간다. 하나님의 영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교회'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단,기독교계에는 더구나 관심이 없고 나아가 한국 사회에도 관심이 없다. '누군가 하겠지'하는 마음, 이러한 사고방식이 한국 교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봉호 장로는 한국 교회가 '공공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 교회가 힘이 커졌음을 지적했다. 손 장로는 "한국 교회는 숫자도 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며 "대통령도 기독교, 국회의원도 기독교, 장관도 기독교, 한 불교 언론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으로 여겨지는 직업의 70%를 개신교인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듯 세상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개신교인들은 그만한 책임을 지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손봉호 장로는 "'힘'이라는 것은 '책임'이라는 것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며 "힘 그 자체가 인간으로 하여금 타락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책임에 대한 인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손 장로는 최근 본인이 제기한 '한기총해체주장'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한기총 해체 발언을 한 뒤에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첫째는 공통적으로 많은 분들이 '한기총 해체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차마 말하지 못했었는데 교수님이 먼저 말 해줘서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과 둘째는 불신자들이 기독교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전달해 오고 있다"며 "불신자들이 이 정도로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오만불손한 말들이 나오고 있고 위기감 조차 느껴진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손봉호 장로는 "목사는 목사끼리 성도는 성도끼리,기독교인들은 '우리끼리'의 문화를 만들어 우리가 괜찮은지 알고 있다"며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감에도 그들의 문화가 아니라 우리 문화 속에서 그들이 기독교를 향해 가지고 있는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손봉호 장로는 이 사회에서 기독교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기독교에게 교육, 예술, 경제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며 "이 사회가 기독교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윤리문화의 건전함이다. 이것이 바로 종교가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다.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를 지적해 줄 수 있는 것은 종교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 장로는 "우리나라는 경제적 문화적 교육적으로는 어느 정도 선진국 대열에 있다"며 "그렇지만 후진국 중에 후진국은 도덕적 지수이다. 투명성 부분이 39위이고 OECD국가 중에서는 최하위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부정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기독교 안에서도 도덕적 수준이 금이 갔다.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도덕적 수준은 바닥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손봉호 장로는 기독교는 '환경 보전'에도 앞장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장로는 "일본 원자력 발전소 사건에서도 봤지만 우리는 지금 상당한 위험에 처해있다"며 "인간이 만든 과학이 언젠간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우리 자신이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 전기을 발전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세울 것이 아니라 먼저 전기를 아껴써야 한다"고 피력했다.

결론적으로 손봉호 장로는 공공력의 확보를 위해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은 '우리 사회의 도덕성 제고 역할,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역할'등을 포함한 사회 도덕적 수준을 높일 필요성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이들 보다 먼저 환경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두 번째로 발제한 김진호 연구실장은 먼저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한국 교회는 교파교회적 성격을 띠면서도 동시에 교파 간 차이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특징이 있다"면서 "특히 지방교회의 성격 못지않게 '민족교회'로서의 성격이 있다. 또 이면에는 미국계 선교사들의 영향력등에 기인한 '숭미주의'가 신앙의 커다란 기조로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연구실장은 "이처럼 한국 교회는 매우 복잡한 성격을 지니며, 어떤 점에서 공공적 가치를 신앙화하는데 실패한 제도와 담론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 교회의 공공성 발휘에 어려움이 있음을 밝혔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교회의 크기에 따른 소통의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설명하며 비교적 작은 교회가 공공적 기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소통의 관점에서 보면 중대형교회와 소형교회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중대형교회는 소통을 위해서 반드시 '매개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러하며 소통을 위한 전략을 실행에 옮길 때도 복잡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실장에 따르면 반면에 '소형 교회'는 '무매개성'이 가능한 공동체 특성을 지닌다. 그는 "소형 교회는 매개장치가 없어도 서로 충분히 알고 있으며, 감성의 교류를 통해 상호간의 소통이 이뤄진다" 며 "그런 점에서 작은 교회는 일종의 '감성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작은 교회의 이러한 무매개성은 탈 권위주의적 신앙제도와 신앙담론을 발전시킬 가능성이 더욱 많이 열려 있다"며 "이것은 교회 내적으로 '수평적 연결망'이 강한 보다 소통적인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더 나아가 이러한 신앙적 제도와 담론은 교회와 교인들로 하여금 외부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기 때문에 다른 교회, 다른 종교단체, 다른 시민단체 등과 보다 탈 권위적으로 네트워크돼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된다"며 "그것은 주변에 대해 보다 탈 권위적인 관계인식을 가질 수 있으며, 보다 대화적인 태도로 이웃을 대면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러므로 작은 교회는 교회가 공공적 기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개혁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조성돈 교수는 최근 교회가 한국 사회로부터 부정적인 눈초리를 받는 것에 우려감을 나타내며 공공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신앙 실천이 이뤄져야 함을 밝혔다.

▲ 조성돈 교수는 한국 교회가 사회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음에도 지탄을 받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며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서 사회의 한 축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뉴스파워 홍진우
 
조성돈 교수는 "신뢰받지 못하는 한국 교회의 현 자화상은 무엇보다도 사회와 고립된 이기적 집단으로 자리매김 되어 졌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 교회가 그렇게 이기적 집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그렇게 인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한국 교회는 다양한 형태로 이 사회에 봉사적 역할들을 잘 감당하고 있다"며 "실례로 한국의 대표적인 구호기관들인 월드비전, 굿네이버스등은 모두 기독교적 배경에서 시작됐다. 현재도 그러한 배경 아래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돈 교수는 "그러나 문제는 교회가 이러한 일들을 하고 있을 지라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러한 감동을 전해주지 못했다"며 "그들의 마음속에 교회는 헌금 모아서 목사 잘 살고 교회당이나 짓는 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다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조성돈 교수는 "교회는 이제 도덕공동체로서 공공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집단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사회의 한 축으로써 주체적으로 참여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도시공동체연구소는 오는 5월에는 '문화복지'를 주제로, 9월에는 '지역네트워크', 11월에는 '지역도서관'을 주제로 세미나를 계속해 개최할 예정이다.


홍진우ㅣ뉴스파워/기사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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