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의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글|김석원,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10/31 [17:28]
참여와 겸손의 균형이 다시 한번 강조되어야 할 때

윤리교실 도입 시도는 SRE에 대한 근본적인 공격

 
리차드 쿼드리고 목사는 익숙한 목소리다. 시드니의 대표적인 기독교방송국이었던 2CH의 단골 출연자이기 때문이다. 호주장로교회 소속목사로 이스트우드-마스필드에 위치한 맥콰리채플장로교회(Macquarie Chapel Presbyterian Church)를 이끌면서, 호주장로교회로선 드물게 젊은 부부와 젊은이들이 몰리는 역동적인 사역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보수교단 안에서도 여자목사안수문제에 찬성을 표시해 온 반골(?)이기도 하다.

▲ NSWCC의장 리챠드 쿼드리고 목사     ©크리스찬리뷰


그런 그가 2011년 NSW Council of Churches (뉴사우스웨일즈 교회협의회)의 의장으로 한국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NSWCC는 NSW주에서 중요한 논쟁거리가 되었던 SRE (일반학교에서 기독교교육프로그램) 문제를 비롯하여 각종 사회문제에 복음주의적 기독교입장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단체다. 기독교인의 정치참여 문제,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더 많은 기대와 비판이 쏟아지는 이때에, 그를 만나 호주복음주의의 사회참여 의식과 이슈를 알아본다.

- NSWCC에 대해서 소개해 주십시오.

 “NSWCC는 NSW주 내 주요 복음주의 교단을 대표하는 단체입니다. 1930년대 조직되었고, 멤버로 NSW주 성공회, 장로교단, 침례교단, 그리스도의 교회, 개혁교단 등을 망라합니다. 원래는 연합교회도 함께 했지만, 나머지 교회들과 의견을 달리하면서 탈퇴하여 지금은 카톨릭교회와 함께 NSW 에큐메니컬 연합회를 조직해서 활동합니다. 세계교회연합회(WCC)는 이 단체와 관련을 맺고 있지요.

NSWCC는 NSW에서 가장 오래된 교단연합체라고 할 수 있지요. 조직목적은 복음주의 교단들이 국내전도에 보다 효과적으로 연합사역을 하기 위함입니다. 1959년 빌리그래함 시드니집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고, 최근의 예로는 2009년 ‘Jesus: all about love' 국내전도운동을 인도했지요. 최근에는 주로 2CH 기독교방송국를 통한 방송선교와 NSW주 주요 사회정치현안에 대한 복음주의교단들의 공통입장을 알리는 데 집중되었습니다.

몇 년전 이 방송은 개인에게 팔렸지만, 처분조건으로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기독교방송을 계속하도록 해서, 지금도 ‘night song’ ‘sunday 730’ ‘spot’ 등의 장수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리어 방송국이 일반방송국이 되는 바람에 더 넓은 청취자와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맥콰리장로교회는 적극적인 전도와 유연성 있는 예배로 젊은이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목사님도 한국 목사님들만큼 아주 바쁜 개교회 사역을 하신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런 와중에서 외부 일이라면 외부일일 수 있는 NSWCC에 관여하시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관여하게 되었고, 어떤 목적으로 일하시는지요?

 “NSWCC는 원래 2CH의 방송사역을 통해서였습니다. ‘선데이 730’이란 방송 설교 프로그램에도 자주 참여하게 되었고, 로스 클리포드목사(몰링침례교신학교 학장)와 함께 십 년간 톡백프로그램을 인도했지요. 현재 NSWCC의 주목적은 NSW안에서 기독교적 입장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것입니다. 저는 항상 우리 사회 안에서 기독교적 입장을 설명하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 일은 어렵지만 중요하니까요.”

- 지난 몇 달 동안 NSW 안에서는 ‘윤리교실’도입 문제가 교회들의 많은 우려 대상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인교회쪽에서는 이해나 참여가 거의 없는 문제기도 했는데요. 한인 독자들을 위해 이것이 무슨 문제고 또 복음주의 교단들을 대표해 NSWCC가 ‘윤리교실 도입’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 뉴사우스웨일즈 교회협의회 의장 리챠드 쿼드리고 목사는 NSWCC는 NSW주에서 가장 오래된 교단 연합체로서 복음주의 교단들이 국내전도에 보다 효과적으로 연합사역을 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찬리뷰


 “원래 NSW주의 교육은 교회들이 책임져왔습니다. 이를 정부가 가져가면서, 교회들은 여전히 공립학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정부와 합의가 있었지요. 이것인 SRE이라고 불려지게 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배경입니다.(다른 주에서는 ‘교목’ 제도로 이런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편집자주)

한 주에 30분-한 시간 정도, 지역교회들이 공립학교에서 교단별로 아이들에게 신앙교육을 합니다. SRE의 운영원칙 중의 하나는 이 시간 동안에는 다른 교과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해 일반학과와의 경쟁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노동당 정부는 SRE와 같은 시간대에 ‘윤리교실’을 운영하자는 제안했는데, 이것은 SRE에 대한 공격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들의 논리는 SRE에 참여하는 학생수가 많지 않아, 윤리교육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 SRE 참여율은 공식적으로 파악된 바가 없고, SMH(시드니모닝헤럴드)지에 실린 70% 비참여율 주장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전 노동당 정부시절 시범 도입된 10개 학교에서의 학생 참여율은 매우 저조했고, 이들 교장 중에는 새로운 윤리교실의 효용성 자체까지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인본주의적 입장의 상대윤리(상황에 따라 윤리적 기준이 바꿔야 한다는 주장)를 강조하여 결국 학생들에게 무엇이 맞고 틀린지 판단하는데 혼란만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새정부부터는 이 정책이 완전 철회된 상태고, 도리어 이 사건 이후로 SRE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 SRE 교육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가장 조직적이고 큰 SRE 지원프로그램을 가진 성공회도 커리큘럼과 지원을 강화했지요. 등록학생들도 더 늘어나고 있구요.”

- 또 다른 사회 이슈로 연방정부가 도입한 탄소세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탄소세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 기독교계 그릅도 보입니다. 이들 중에는 온실효과 문제가 녹색당이나 좌파가 만들어낸 엉터리 과학이라고까지 말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탄소세에 대한 NSWCC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사실 NSWCC는 주로 주단위의 문제에 집중합니다. 탄소세 이슈는 연방정부 차원의 문제라 아직 저희가 공식입장을 정리한 적은 없습니다. 더욱이 이 문제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 저로서도 이 문제에 제대로 답할 과학적 지식을 못가졌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러나 대부분의 양식있는 기독교인이라면 현재 온실효과 문제가 좌파가 만든 엉터리 과학이론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세계의 과학자들은 대부분 환경변화는 현실이며 여기에 우리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공해를 줄이는 정책과 하나님이 주신 창조세계를 지키는 일은 이 땅의 ‘청지기’로 불림 받은 우리 기독교인이라면 지지해야 할 문제이고, 하나님이 저희들에게 주신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밖에 현재 호주 안에서 신앙인이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정치 이슈들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리스도인, 특히 한인 기독교 공동체같은 소수 그룹이 여기에 참여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현재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문제는 (정치사회적으로) 일부에서 진행되는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입니다. 복음주의 기독교는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편입니다. 불행히도 점점 탈기독교화되가는 호주 사회 안에서는 동성결혼의 합법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신자들은 우리가 바르다고 믿는 것을 지키고 싸워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 방법에 있어서는 경험상 가장 효과적인 것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청원서를 보내는 것입니다. 동성결혼반대입장을 담은 백 통의 편지면 지역의원들이 신경을 안쓸래야 안쓸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정치인들은 이런 압력이 주효하고 또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동성연애자들은 이런 로비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실제 위치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이젠 우리가 나설 때지요.”

▲ 맥콰리채플장로교회 담임 리챠드 쿼드리고 목사     ©크리스찬리뷰


- 최근 한국에서는 일부 교회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기독교정당을 조직해 현실 정치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세상권력’을 추구하고 교회답지 않게 세상적인 방법으로 세상 문제를 풀려고 한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또 혹자는 교회가 너무 정치에 신경을 쓰지 않아,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시민을 양성하고 있다고도 우려합니다. 정치가 우리에게 영향을 안 미칠 수가 없는 상황에서, 기독교인의 올바른 정치참여 수준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균형이 중요합니다. 복음이 가르치는 본질을 잊고 정치가 마치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지요.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우리의 관점을 드러내지 않으면 그 관점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복음주의 기독교는 이미 균형 잡힌 사회참여의 모범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를 바로 사용해서 사회에 정의를 구현했던 윌버포스(영국의 반노예제운동가)가 그분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도 정치권력에 휩쓸려 핵심가치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호주 상황을 보면 미국처럼 정치와 기독교가 너무 가까워져서 만드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도리어 너무 없는 것이 문제지요. 저는 이것은 복음주의 교회가 가진 ‘종말론 신학’의 문제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마지막 때에 이 땅에서 이룰 수 있는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 지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마치 다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일부에서는 전혀 할 수 없는 것처럼 (그래서 그냥 앉아서 말세나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 두 가지가 균형을 맞춰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이 균형을 찾을 때, 실제 정치참여에서도 ‘적극적인 참여’뿐만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겸손과 현실한계의 건강한 인식’이 같이 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김석원|크리스찬리뷰 객원기자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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