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

김은미/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2/01/30 [14:22]

남편이 금식을 마친 다음 날 우리 부부는 부부 싸움을 했다. 목회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우리 부부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목사님 부부도 부부 싸움을 하세요?"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럼요. 우리도 사람인데 부부 싸움하죠. 오히려 더 잘 싸울 걸요."

▲ 남편(정원준 목사)이 사흘간의 금식을 마치고 하는 첫 식사     ©김은미


사건의 발단은 남편이 금식을 끝난 다음 날이었다. 남편보다 하루 늦게 금식에 동참한 우리 집에 함께 사는 인식 씨와 조카 승리가 금식이 끝나는 날이었다. 그날은 또한 교회가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하는 날이기도 해서 수고하신 교우들을 초대했기에 여러모로 분주한 날이었다. 남편은 금식 끝난 바로 다음 날 이삿짐을 옮기는 일에 동참하고 저녁에는 기도회까지 갔다 오고, 나는 나대로 하루 종일 음식을 준비하느라 피곤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교우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간 다음 늦은 시간에 난 인식 씨와 승리를 위해 닭죽을 끓여 놓았다. 3일 금식이 끝나는 날이어서 교회에서 돌아오면 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기다려도 안오길래 방에 들어 가서 쉬고 있었다. 12시가 다 되어 들어 온 남편은 당신이 금식 끝났을 때처럼 준비하지 않았다고 화부터 낸다.

그런데 나도 나름대로 남편 때보다 더 정성드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에 닭죽을 이미 끓여 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화를 내니 내심 너무 서운했다. 그런데 다른 날 같으면 남편이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텐데 나도 너무 피곤한 상태라 남편의 행동이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싸움이 나게 되었는데 내가 너무 흥분해서 남편의 가슴을 마구 때렸다. 아이 셋을 낳고 키우다 보니 나도 팔 힘이 장난이 아니다^^. 남편이 평상시 나보고 자기보다 근육이 더 많다고 두려워했는데..., 그 팔힘으로 남편을 마구 때리니 남편은 너무 황당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내 힘에 밀려 뒤로 물러나던 남편은 손에 들고 있던 빈 패트병으로 내 머리를 한 대 때린다.(나중에 남편이 화가 풀린 다음 말하는데 나보고 정신 좀 차리라고 그랬단다.)

그런데 난 나를 때렸다고 더 달려 들었다. 남편은 나는 못 때리겠고 자기도 화가 나니 아들의 조그만 잘못을 들추며 화풀이를 하려한다. 매를 든 남편의 팔을 나는 또 이빨로 꽉 물어 버렸다. 남편은 순한 내가 이렇게 변하니 완전 충격에 빠져있다.

잠시 후, 남편은 아이들을 불러 가족회의를 열었다. 자기는 부끄러워 도저히 목회를 못하겠으니 우리들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의견을 말하라고 한다. 나는 화가 아직 안 풀려서 남편의 화를 더 나게하는 말만 나온다.

▲ 인식 형제와 조카 승리를 위한 닭죽     ©김은미


딸들은 그래도 아빠가 계속하면 좋겠다고 하고...,   그때 듬직한 아들이 이런 험악한 상황 속에서 담대하고 어른스럽게 아이보다 더 어린아이 같은 아직도 화가 안풀려 씩씩거리고 있는 남편과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감정이 너무 안 좋으니까 좋은 생각이 안나오니 감정이 가라 앉은 다음 다시 생각을 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제야, 남편과 나는 정신을 차리고 각자 기도의 시간을 갖고 다시 이야기 하자고 하고 각각 다른 방으로 가서 기도했다. 그런데 기도는 무신 기도... . 아직도 남편이 밉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밉다. 너무 억울해서 울고 서운해서 울고 그러다 보니 벌써 새벽이다. 남편은 지쳐 쓰러져있고 나는 편지를 써 놓고 가출을 하려고 나갔다.

운전석에 앉았는데 남편이랑 화해하지 않고 이렇게 나가면 들어올 때 넘 껄쭘할 거 같아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자고 있는 남편을 계속 째려 보았다. 그래도 밉다. 다시 봐도 밉다.

그런데 갑자기 죠이스 마이어가 쓴 책 내용이 생각이 났다. 부부에게 사탄이 틈을 타지 못하도록 자주 포옹하라고... . 그런데 기분 좋을 때는 그래도 하겠는데 아직도 미운데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계속 노려보고 있다가 남편 손을 슬며시 잡아 본다. 남편도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 잡은 내 손을 뿌리친다. 그래도 다시 잡으니 마지 못해 가만히 있는다.

그렇게 멋쩍게 둘이서 한참을 잡고 있는데 갑자기 내 맘에 남편이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다.

"여보, 내가 어제 그렇게 가슴을 때리는데 쓰러지지 않고 든든하게 맞아 줘서 고마워."ㅎㅎㅎ

갑자기 이상한 반전이 시작되었다. "당신이 아직 그렇게 건강한 게 고맙고 내가 이렇게 맘 편히 때릴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 고맙고..., 그리고 내 샌드백이 되어 줘서 고맙고...,"

▲ 부부 물놀이     ©김은미


정말 나는 내가 그렇게 권투를 잘 하는 줄 몰랐다. 그러자 남편이 조금씩 누그러진다. 그리고 내가 기도했을 때 아직 남편을 향한 감정이 좋지 않을 때 들려 주신 하나님의 음성을 나누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부부가 이렇게 싸우는 것보다 더 싫어 하시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나누었다. 그건 ‘교만’이었다.

며칠 전, 내가 남편을 성도들에게 자랑했던 것이 내게 올무가 되었다는 것을..., 남편도 최근 교만의 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이번 기회로 더 겸손하기를 원하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그럴듯하게 우리를 포장해서 하나님 앞에 교만의 죄를 짓는 것이 더 무서운 것임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화해를 했다. 또 그날밤을 꼬박 세우고 난  다음날 수영장에 가 스파를 하며 남편은 맞느라 쑤신 몸을, 난 때리느라 고개도 돌리기가 힘든 근육을 함께 풀고 집으로 돌아왔다.^^〠

 

김은미|멜번신달한인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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